말 그대로 거꾸로 잔다. 침대에서. 머리맡에 발을 대고 발밑에 머리를 대고. 박쥐마냥 거꾸로 매달려 자는 그런 신박한 자세는 아니다. 사실 자세랄 것도 없이 그냥 머리 놓는 위치만 바꾼거라, 잠 자는 자세는 그대로다. 요즘 사소한 것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새벽 3시까지 깨있는다든지, 인스타 업뎃을 안 한다든지, 이렇게 잠도 안 자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든지.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중이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나,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이랑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오히려 후자는 생산적인 일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비생산적인 일을 사랑한다.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좋아요를 많이 못 받아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쓴다. 사실 거짓말이다. 조회수와 좋아요가 매우 신경쓰인다. 그치만 내가 신경 쓴다 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기적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정직한 척 글을 쓸 뿐이다. 주저리 주저리. 사실 길게 쓰지도 못한다. 글빨이 좋지 못해서. 글빨 좋은 사람들이 부럽다. 레퍼런스 없이도 몇 장 씩 좋은 문장을 써내려간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아쉽게도 난 그런 축복을 받지는 못했지만, 침대에 거꾸로 엎드려 글을 쓸 줄은 안다. 거꾸로 있는 것은 장점이 꽤 있는 일이었다. 우선 충전기가 꼽힌 콘센트와 가까워져서 폰을 내 옆에 두고 충전할 수 있다. 다음 장점도 이와 연관되는데, 콘센트와 가까워졌다 보니 전기를 필요로 하는 것들과도 가까워졌다. 선풍기도 내 발이 아닌 발 제외 몸 전체를 시원하게 해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거꾸로 있는 것과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 있게 됐다. 친구들이 알아주는 새나라의 어린이인데 새벽 두 시는 가뿐히 넘다니. 나의 위대한 새벽 여행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