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다가 말다가 오다가 말다가
싱가포르에서의 두 번째 해가 떠올랐다. 적당히 뿌연 창밖, 맛있는 조식. 그리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 소식. 겨우 이틀 차에 회색 싱가포르에 완벽히 적응해 버렸다. 우린 조식을 다 먹고 어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머라리언상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탄 거리보다 걸어간 길이 더 길었다. 단단히 챙겨 입은 우비 아래로 쏟아지는 무거운 빗방울은 곧장 휴대폰 액정을 적셨다. 그 덕분에 터치가 되지 않아 지도를 보는 것이 영 어려웠다. 그렇게 횡단보도 넘고 빗줄기 건너 도착했다. 머라이언상은 저 아래에 있다는데 엘리베이터도, 심지어 비탈길도 하나 없다. 어쩌겠는가, 걸어야지. 다행히 이번엔 둘이 아닌 셋이다.
간신히 내려오니 저 옆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비와 계단으로 젖은 몸을 이끌 자신이 없던 우린 마침 보이는 스타벅스에 홀린 듯 들어갔다. 화가 나는 건, 자리에 앉자마자 비가 그쳤다.
마리나 베이가 정면에 보이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음료와 키링을 사 오셨다. 스타벅스 캐릭터가 머라이언 옷을 입고 스타벅스 컵을 든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음료는 싱가포르 한정 음료라던데, 내 맛도 네 맛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 적당히 가벼워진 바람과 엷은 구름을 뚫는 햇빛, 그리고 마리나 베이. 날씨 때문에 입이 댓 발 나오다가도,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니 순식간에 입이 벌어졌다. 심지어 하늘은 사진을 찍는 와중에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쾌청한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비를 벗으니 한결 가뿐해졌다. 그렇게 드디어 도착한 머라이언상. 걱정보단 사람이 없었고, 생각보단 꽤 있었다. 좋은 포토 스팟은 이미 만석인지라 어슬렁거리며 틈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뒤편에서 또 다른 머라이언을 만났다. 원조와 등을 맞댄 채 야무지게 물도 뿜고 있었다. 크기는 훨씬 작았지만 머라이언은 머라이언. 엄마와 아빠는 그 앞에서 먼저 사진을 찍었다.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다가갔다. 마침내 우리 앞에 한 명만 남은 상황. 나는 인터넷에서 본 포즈를 어떻게 해야 잘 따라 했다고 소문이 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의 사진을 찍어주던 외국인이 끝났나 싶어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랬더니 그분이 “찍어줄까?”라 묻는다. 안 그래도 막막했기에 얼른 “땡큐”를 연발했다. 덕분에 정말 많이 찍었다. 엄마는 두 손으로 머라이언이 뿜는 물을 받았고, 나는 있는 힘껏 고개를 젖힌 채 마셨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우연. 그분 덕분에 더없이 소중한 사진을 남겼다. 아, 아빠는 그런 우리를 뒤에서 찍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니 할 게 없어졌다. 우린 인파에서 조금 벗어나 옆으로 빠졌다. 그리고 셋이서 한 장을 찍었는데, 나는 냅다 뒤로 젖히고 입을 벌렸다.
비가 많이 온 탓에 옆으로 난 다리가 무척 미끄러웠다. 그리고 사건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쿵. 뒤통수 쪽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크게 넘어져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비는 정말 여러모로 무섭다.
아무튼 인생 사진을 여럿 남기고 아랍 스트리트로 향했다. 두 정거장 거리인지라 걸어도 10분, 지하철을 타도 10분이었다. 생각보다 덜 더웠기에 그냥 가자고 물었고, 웬일인지 걷잔다. 다리 아래도 걷고, 사거리도 걷고, 사람들이랑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 정거장 거리를 걸은 후, 서둘러 지하철에 올랐다.
아랍. 낯선 싱가포르에서 생전 초면인 아랍이라니. 형형색색의 벽화와 처음 듣는 외국어는 다른 어느 곳보다 해외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우린 곧장 유명한 새우국수 가게로 향했다. 다행히 줄이 인도를 감을랑 말랑하고 있었다.
우린 얼른 줄을 서 메뉴를 공부했다. 한 30분 정도 기다리니 마침내 우리다. 나는 야외 테이블에 앉고, 둘은 주문을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 시드니에서도 그렇고 엄마 혼자 주문하는 것에 용기가 생겼는데, 아빠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멍하니 앉아 나보다 더 말을 안 듣는 보조배터리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새우국수에는 종류와 크기가 다른 새우들이 담겨 있었다. 면도 특이했지만, 우와. 국물이. 국물이 정말. 다른 여행객들의 리뷰에는 진한 새우탕 컵라면 맛이라는데, 정말 그랬다. 그러나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했다. 새우도 정말. 아. 떠올리는 게 고통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앉자마자 찍으려 했는데, 배고픔과 비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어 올리니 청소해주시던 직원분이 조금 숙여주셨다. 덕분에 나는 이 식당을 영영 기억할 수 있다.
배도 부르고 비도 안 오는 최적의 상황.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랍 스트리트를 따라 쭉 걸으니 리틀 인디아가 나왔다. 인도 특유의 사원을 따라 길게 상점가가 늘어서 있었고, 웬 단체 자전거 여행객이 따릉거렸다. 그들을 피해 아랫길로 왔는데, 그들도 아랫길로 따라왔다. 대충 들어보니 서양인 단체 관광인 것 같았다. 우린 왼편의 푸른 가게들과 오른편의 노랗고 검정인 가게, 그리고 저 멀리 사원이 독보적인 사진을 찍었다. 키가 큰 아빠와 다니면 생전 본 적 없는 사진이 나온다. 아, 나도 한 5cm만 더 컸으면.
리틀 인디아에서 호텔까지 가는 버스를 검색해두었기에 시나브로 걸었다. 그 길에 초입을 알리는 대문이 있었는데, 엄마는 그것을 보자마자 날 삼각대처럼 길 건너에 주차했다. 그렇게 둘의 사진을 열심히 찍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 길은 꽤나 난해했다. 말 그대로, 인도가 기우뚱해서 정말 난해했다. 한쪽은 도로, 다른 한쪽은 운동화나 운동복, 금, 자질구레한 기념품 가게. 그 좁은 길을 따라 걷자니 오프로드를 타는 기분이었다. 가까워졌을 무렵에는 길 건너 인도 사원도 봤다. 조각상들이 가득한, 처음 보는 양식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버스 정류장. 그런데 내가 알아본 버스 번호가 이곳을 지나지 않는다. 맙소사. 이 자리에서 우버를 부를까 싶었지만, 그냥 왔던 길을 돌아 다른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것이, 길 찾기 괴담의 시작이었다.
전날 밤, 호텔 바로 앞에 졸리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졸리비라니. 치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기에 지도 사진을 남긴다.
저 검은색이 호텔이고, 저 초록 점이 졸리비다. 근데 문제는 저 사거리다.
이게 가장 가까운 길이다. 근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육교라서 휠체어로는 절대 갈 수 없다. 여기서 질문.
Q. 그럼 횡단보도는 어디 있나요?
위로 삥 돌거나, 아래로 삥 돌아야 한다. 맙소사 저 넓은 사거리에. 길 하나만 건너면 있는데. 그 길을 잇는 횡단보도가 없다니.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괴담이 추가된다. 바로 오차드 역 1번 출구 괴담. 분명 지하도 1번 출구를 통하면 바로 갈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1번 출구가 영원히 보이지 않는 괴담이다. 나와 엄마는 전날부터 그곳을 영원히 돌았고, 결국 찾지 못했다. 그리고 끝끝내 현실에 순응하며 결론을 냈다.
우선 바샤 커피를 마신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온 오차드에 있는 바샤 커피로 향했다. 줄이 꽤 길었는데, 앞뒤로 다 한국인이었다. 아무튼 우리 차례. 다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위에 신비로운 모양의 커피 섞은 맛 과자가 맛있었다. 둘은 핫 커피 하나, 아이스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핫은 초콜릿 향이 났고 아이스도 뭔가였는데, 까먹었다. 함께 준 크림도 나름 맛있었다. 나는 그것보다 각종 커피잔과 포트에 눈이 돌아갔다. 아, 살걸.
다음으로 호텔 앞 마트에서 스시를 사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것 역시 전날부터 찜한 것이었기에 무척 기대됐다. 정말 맛있었는데, 밥이 조금 많아 아쉬웠다.
그리고 대망의 삼 번. 세 명 중 하나를 버리고 둘이서 걸어가기. 그렇다. 나는 스시를 먹으며 유튜브를 보았고, 둘이 육교를 건너 다녀왔다. 스파게티와 치킨 버킷 세트를 먹었는데, 입에 착 감기는 싼 스파게티 맛과 KFC와는 또 다른 느낌의 치킨이었다.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겨.
아, 그 전에 엄마와 아빠는 호텔 수영장에서 잠깐 수영을 즐겼다. 아. 아!! 부러워. 하필 맹장이 여행 직전에 터지다니. 치킨과 스파게티를 위안 삼아야지 뭐 어쩌겠는가.
대망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나는 첫날 김해공항에서 산 하늘보리를 싱가포르의 마지막 날에 다 마셨다. 어렸을 때부터 보리차를 끓여 먹어왔기에 생수를 조금 꺼린다. 그렇다고 안 마시는 건 아니고, 그냥 이 순위인 정도? 아무튼 마지막 날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짐을 싹 정리하고 방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다리를 타야 하는 이 층 침대, 창밖이 훤히 보이는 욕실 겸 화장실. 무엇 하나 빠트릴 수 없었다.
조식으로 초록색 밥과 보라색 만두, 갈색 고기를 담았다. 그래서는 안 되는 곳까지 형형색색 하니 무척 어색했다. 뭐, 맛있으니 된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창밖의 수영장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때마침 빗물이 떨어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저게 내 다이빙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데. 나 대신 비라도 잘 안착했으니 대리 만족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우버는 최고다. 한국에서는 그렇게도 안 타는데, 왜인지 해외에서는 택시가 참 그립다. 물론 처음에는 비싼 탓에 꺼렸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맛본 편안함에서 멀어지기란 불가능했다. 콜을 부르고 로비에서 기다리니 우리 택시가 보인다.
사실 싱가포르 여행의 가장 큰 지분은 창이 공항이다. 그 커다란 분수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에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린 밤 비행기였는데, 체크아웃과 동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열 시간은 머무른 것 같다.
우선 분수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께 분수는 어디서 볼 수 있느냐 물으니 아무 데서나 다 볼 수 있단다. 그만큼 크다는 말을 조금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신은 분수를 보자마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갔다.
원형 조명 아래로 투명하게 쏟아지는 폭포. 그 주위는 마치 정글처럼 푸릇푸릇하고, 그 옆을 트램이 달리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해리포터와 아바타 주제곡은 이곳이 영화 속 한 장면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분수 바로 앞에서도 찍고, 위에서도 찍고, 광장에서도 찍고, 층을 오르내리며 찍었다. 그렇게 갤러리도 거대한 분수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조금 출출해졌다.
나의 싱가포르 여행 최고 방점은 점보 씨푸드였다. 그렇기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웨이팅부터 걸었다. 예약 시간까지 한 30분 남았을 무렵, 이때까지 3시간 정도 흘렀는데 분수와 쉼터의 무지막지한 반복이었다, 커다란 컵에 웬 초록색 액체를 가득 담아왔다. 알고 보니 그 옆 카페서 사 온 것인데, 무슨 레몬을 씻은 물 맛이 났다. 아, 저 컵은 아직도 집에 있다.
마침내 입장하여 인터넷에서 본 대로 주문했다. 그런데 딱 하나. 분명 ‘화이트 라이스’를 주문했는데 ‘프라이드 라이스’로 알아듣고 달걀 볶음밥을 가져다주셨다. 뭐, 맛있었으니 됐다. 그리고 그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우와. 시리얼 새우와 칠리 크랩이 정말, 정말, 정말. 양념까지 싹싹 긁어먹은 그릇 사진이 그 맛의 확실한 증거가 되어준다.
기념품을 참지 못하는 우리기에, 하다못해 카페 컵도 챙긴 우리기에, 일회용 앞치마도 챙겼다. 그리고 가게에서 파는 라면도 몇 개 샀다. 집에 돌아와서 해 먹었는데, 이것마저 정말 맛있었다.
출국까지 기다린 만큼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린 폭포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의 중앙에는 커다란 원통이 있었다. 폭포수가 그곳을 따라 내려갔는데, 겉면이 생각보다 웅장했다. 지하는 쇼핑센터가 많았다. 우린 그중에서 돈키호테를 구경했다. 그리고 계산하며 ‘10분 헤어컷’ 미용실을 봤다. 싱가포르, 한국, 일본을 동시에 여행한 기분이랄까.
이렇게 가긴 너무 아쉬웠기에 맥도날드에서 칠리크랩 버거를 주문했다. 옆 테이블은 한국인 가족이었다. 각자의 세상에 빠져 있는 얼굴이 무척 기진맥진해 보였다. 뭐, 하루에도 수십 번 오다가 말다가 오다가 말다가 하는 날씨였으니 이해는 된다. 아, 버거는 그냥 맥도날드 맛이었다. 칠리크랩이라 조금 기대한 내가 바보지.
한 입을 남기고 지하를 둘러보던 중 유니클로에서 옷을 샀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귀멸의 칼날과 포켓몬이 있었고, 오래된 포덕인 나는 따라큐가 그려진 초록색 반팔을 보자마자 구매했다.
키링도 하나 샀다. 에어팟에 줄줄이 달려 있는 머라이언상과 마리나 베이, 가든스 베이 모형을 보니 관광객임이 분명했다. 와중에 직원분이 4월에 한국 여행을 올 예정이란다. 1월도 생각했는데, 눈 때문에 걱정이라 하시길래 적당히 따뜻한 4월을 재차 추천해드렸다.
체류 시간은 무척 길었지만 우선 비 걱정 없이 시원했고, 무엇보다 분수가 무척 아름다웠기에 전혀 질리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공항을 둘러보며 더 놀다 보니 라이트 쇼까지 2시간이 남았다. 가장 높은 층에서도 명당을 일찌감치 선점해 앉았다. 사실 이 무렵부터 셋 다 슬슬 질리기 시작해 어디든 앉고 싶어 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으니 5명의 일행이 갑자기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한다. 조금 있으니까 커플이 요청한다. 또 조금 있으니까 혼자 오신 분이 요청한다. 한국인은 해외에서 유명한 사진사라더니, 이렇게 실감할 줄은 몰랐다. 나는야 글로벌 사진사.
쇼는 무척 아름다웠다. 당시 싱가포르 독립 60주년 행사였기에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라이트 쇼는 어렸을 때 홍콩에서 본 것과 더 어렸을 때 롯데월드에서 본 게 다였는데, 창이 공항도 무척 아름다웠다.
쇼가 끝나니 슬슬 비행기 시간이다. 우린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향했다. 여기서 웃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총 세 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그중 둘은 붙어 있고 나머지는 새로 지어졌다. 그리고 공항에 막 도착했던 우린 호기심에 이끌려 거기까지 걸어갔다. 이야. 나는 그래도 식당이나 카페는 있을 줄 알았다. 그 왕복이 유일한 헛걸음이었다.
아무튼, 쇼가 끝나자마자 맡긴 짐을 찾으러 향했다. 딱 짐을 찾고 있으니 그 뒤로 줄이 길어졌다. 타이밍 하나만큼은 늘 기가 막힌다.
아직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우선 매점에서 음료와 과자 등을 샀다. 밀키웨이 초콜릿 음료라 해서 샀는데 정직하게 초콜릿을 녹인 맛이었다. 게이트 오픈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초췌한 몰골로 스타벅스에 앉았다. 컵에는 ‘Have a sweet day ahead!’가 적혀있었다. 스타벅스를 그렇게 다녔는데 이런 글귀는 처음 봤다.
마침내 입국 심사를 마쳤다.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바샤 커피 가게가 보였다. 그 가게 안에 있는 엄마를 찍고 있는 아빠를 찍은 사진은 여러 번 봐도 웃기다.
그리고 대망의 할 일. 그것은 조말론 향수를 사는 일이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들고나오니 그런데 면세점 가게들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나는 곧장 ‘RASPBERRY RIPPLE’을 시향했다. 생각보다 더 달콤한 베리향이었다. 그런데 용량이 큰 것뿐이라 조금 흔들렸다. 그러나 뒤이은 “리미티드에디션이라 이번에 못 사면 영원히 못 사요”란 말에 바로 구매했다. 이곳도 문을 닫기 직전이었는데 무척 친절하셨다. 문제는 종이 가방과 향수 포장 통에 분홍색 리본을 성심성의껏 감아주셔서 사진을 찍을 때 조금 아쉬웠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그리고 그 끝의 끝까지 칠리크랩을 먹었다. 내가 향수 사진을 찍는 사이 둘은 문 닫기 직전의 편의점에서 칠리크랩 삼각김밥 등을 사 왔다. 음, 칠리크랩 씻은 맛.
다시 생각해도 싱가포르 비행기 시간은 너무 난해하다. 싱가포르 도착은 밤 11시 40분이었고, 한국 도착 시간은 아침 8시 40분이었다. 이야. 온종일 창이 공항에서 놀다가 비행기에서 잠깐 눈 감았다 뜨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어버렸다. 그리고 날씨 앱을 열어 보니 세상에 31도라니. 김해가 더 싱가포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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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런던, 일본, 시드니를 거쳐 싱가포르까지의 여행 이야기가 끝이 났다.
하지만 나의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또 어딜 가게 될지, 내년에는 어디에 있을지 정말 기대된다.
나의 여행이 조금이나마 영감이 되었기를.
휠체어 위에서 놀고, 먹고, 쓴 시간이 즐거웠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