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그리운 엄마를 기록할 결심을 하다
"하지만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지난날이 떠올라 괴로웠다. 뜬금없이 고통스러운 생각의 고리에 불이 붙으면 그동안 억누르려 애쓰던 모든 기억이 내 마음 맨 앞자락으로 훌렁 삐져나오기 일쑤였다. 엄마의 희뿌연 혀, 보라색 욕창 자국,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엄마의 무거운 머리, 저절로 번쩍 떠진 눈, 하지만 내면의 비명이 텅 빈 가슴을 뚫고 나와 온몸을 소용돌이치며 뒤흔들 뿐, 그 감정이 제대로 해소되지는 않았다." - 353쪽
"내가 한 음식은 모두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각각의 향과 맛이 잠깐이나마 나를 멀쩡했던 우리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 354쪽
"그러고 나서 김치 양념이 밴 바닥을 벅벅 닦았다. 김치를 만드는 과정이 세 시간 정도 걸렸지만, 그 노동은 생각보다 간단했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주었다.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치유법이었다." - 360쪽
"이제 엄마가 남긴 표식을 단서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오롯이 내 숙제가 되었다. 이 얼마나 돌고 도는 인생인지. 또 얼마나 달콤 쌉싸름한 일인지. 자식이 엄마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이, 한 주체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기록 보관인을 기록하는 일이." - 372쪽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과거의 공포에 자발적으로 맞서고 트라우마가 훨씬 적은 인과적 설명을 발견하자 마침내 그 기억과 관련된 공포와 수치심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 <질서 너머>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