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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경 Jun 23. 2022

"선생님 착하세요."

나는 교사이면서 학부모이기도 하다. 어느 날 자녀의 같은 반 엄마들과 차를 마시게 되었다.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단연 화두는 담임 선생님이었다. 한 엄마가 "선생님 어떠신 거 같아요?"라고 묻자, 다른 엄마가 "우리 선생님 착하신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엄마들의 안심하는 표정이 뒤따랐다.

엄마들의 선생님에 대한 평가 기준에 잘 가르치는 것, 열심히 자료 만들고 수업하는 것, 뒤떨어진 학력을 챙겨주는 것 등은 별로 안중에 없는 듯하다. 교사는 분명 교육과정 및 교과, 수업 전문가일 텐데 전문성을 눈여겨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 선생님의 친절한 말투, 상냥함, 온화하고 착한 미소 등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의 의견을 내놓는다.

예전에 동료 교사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의사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실력 있으나 불친절한 의사와 친절하지만 실력은 별로인 의사 중 누구를 찾아가겠느냐에 우리 모두 만장일치로 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교사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어떤 교사가 더 인기가 좋을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단다. 공부는 학원에서 책임질 일이니 학교에서는 아이 비위만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학부모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일단 교사 입장에서 상냥하고 온화하며 친절한 교사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교사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며 필요에 의해 감정을 꺼내 쓴다고 하여도 때에 따라 화도 낼 수 있고 짜증도 낼 수도 있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한다. 반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따돌림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웃으면서 친절하게 "그래, 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라며 응대하는 교사의 태도가 현실적으로 이치에 맞다고 보지 않는다.


진심이었던 친절과 상냥함도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디선가 "우리 선생님 착해."라는 평가가 들리는 것 같아서 착함의 요소가 되는 모든 걸 떨쳐내고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성, 역량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교육 서비스 만족도에서 착하기 때문에 별 5개를 받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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