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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기 Sep 15. 2024

소설_하늘의 뜻

01. 시절 인연

  수많은 우연이 겹치고 쌓이면 인연이 된다고 한다. 가연이에겐 병원에서 받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상처를 추스르려고 자주 찾아갔던 바닷가가 있었다. 그 바닷가 할아버지 옛집에서 젊은 청년을 만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인연이 운명이 되려면 강력한 힘에 끌리어 작용한다고 했다. 그 힘은 자연계의 중력과 인간계의 공감력과 같은 강력한 힘이 된다. 자연계에서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다면 인간계에도 서로 당기는 공감의 힘이 있다. 서로 공감하면 끌어당기고 갈등하면 밀어내면서 진화하고 퇴화한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어서 시절의 때를 만나면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된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여름밤,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가연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밖을 바라보고 있다. 희미한 달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은은하게 비추지만, 그 얼굴엔 깊은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따금씩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인생이란… 참 복잡하네….’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가연의 혼잣말이 공허한 방 안에 흩어졌다. 그 말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듯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지난날의 선택들이 옳았는지에 대한 깊은 회한이 담겨 있었다. 여태껏 쉬운 길을 걸어온 적이 없었던 그녀는 스스로를 담담히 되돌아보았다. 그녀의 삶은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작은 배와도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찾아온 여러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이루어진 필연이었을까? 가연의 머릿속에 인연이라는 단어가 뚜렷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레 '인연'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기 시작했다.     


  가연은, 문득 기억 속에서 석가모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릴 적, 그녀를 돌봐주던 백운 스님이 가르쳐준 가르침이었다. 스님은 늘 가연에게 삶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는 연못 속에 피어난 연꽃을 보며 가르침을 전해 주었다.

"가연아, 인연이란 전생이나 현생에서 우리가 지은 업에 따라 돌아가는 인과의 법칙이란다. 모든 일은 그저 일어나지 않아. 반드시 그 일에 맞는 환경과 조건이 조성되어야만 일어날 수 있어."

가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그 말씀이 스스로의 마음속에 스며들도록 했다. 석가모니는 인연이 단순히 우연이나 단편적인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고 가르쳤다. 그에 따르면, 인연은 마치 실타래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과도 같았다. 그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의 우리가 서 있는 자리로 이끄는 힘이었다. 우리는 그저 그 끈의 일부일 뿐이며, 결국 모든 일이 우리의 선택과 함께 엮여 있다고…….     

  가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고난도 결국 내가 지은 업보의 결과일까? 아니면 내가 선택한 인연의 결과일까?' 가연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     

  부모님의 무관심과 차가운 시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연은 늘 스스로를 다독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어머니 심수애의 무관심은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그 상처들은 아직도 가연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연을 일으켜 세운 사람은 양아버지 한청연이었다. 한청연은 가연을 친딸처럼 아끼며 키웠다. 그에게 있어 가연은 심수애와의 사랑의 증표이자,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였다. 한청연은 가연에게 늘 말하곤 했다.

"가연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늘의 뜻을 따르는 거란다. 우리는 그 뜻을 믿고 따라야 해."

그 말은 가연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가연은 자신의 운명이 하늘의 뜻에 따라 정해졌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녀의 삶을 이끌어주는 지침이 되었다. 하지만 가연의 마음속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그녀는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 그 말씀이 정말 맞는 걸까요?"

그녀의 물음은 한밤중의 바람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또 다른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정태주였다.          

  정태주는 가연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자라났다. 막강한 재벌가의 후계자로, 그는 모든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의 삶에 가연은 마치 뜬금없이 찾아온 돌풍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단단한 의지와 내면의 강인함은 정태주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가연의 진솔한 모습에 매료되었고, 점차 그녀에게 끌려갔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재벌가의 후계자와 복잡한 과거를 지닌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반대와 어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태주는 가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연에게 물었다.

"가연 씨,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 하늘의 뜻일까요?"

그의 물음에 가연은 잠시 침묵했다. 그동안 그녀가 품고 있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국 그녀는 입을 열었다.

"태주 씨, 때로는 우리의 선택이 하늘의 뜻을 이루는 길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그 길을 믿고 걸어가야만 해요."

가연의 말은 그녀 자신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더 깊은 고민으로 빠뜨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로는 하늘의 뜻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이었지만, 그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가연은 정태주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이 과연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장대한은 가연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라병원의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는 가연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힘든 순간마다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언제나 그녀의 옆에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준 장대한은 가연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장대한은 그 감정을 숨기며, 오직 가연의 행복을 위해 헌신했다.

"가연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난 항상 네 편이야."

장대한의 진심 어린 말에 가연은 고마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이 더 미웠다. 그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 대한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가연의 삶을 둘러싼 인연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나라병원장 딸 장나라는 정태주와의 결혼을 꿈꾸며 가연과 정태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애썼다. 그녀는 정태주와의 지지부진한 혼사 과정에서, 가연과 자신이 배다른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연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배다른 자매라는 사실은 장나라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가연에 대한 미움이 더욱 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이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그녀는 가연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게 될까?          

  가연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그녀의 생모 심수애였다. 심수애는 가연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녀는 딸의 안전을 위해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고, 그 결정들은 가연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심수애는 한때 사랑했던 장한국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픈 눈물을 흘렸다.     

"가연아, 미안해… 이 모든 게 다 너를 위해 그랬어…."     

그녀의 말은 마치 가연에게 전해지는 마지막 유언처럼 들렸다.


  과거에 수애를 사랑했던 가연의 친부 장한국은 젊은 시절, 심수애를 버리고 재벌가의 딸과 결혼했다. 그 결정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그는 그 후로 오랜 시간 동안 그 결정을 후회하며 살아왔다. 결국 가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직면해야만 했다. 가연은 그의 선택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았지만, 자신도 그 선택의 결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연의 삶에는 그녀를 키워준 무림사의 백운 선사님이 있었다. 백운 스님은 가연에게 인생의 참된 가치와 운명에 대한 이해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그는 가연에게 삶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가르쳤고, 가연에게 삶의 길을 열어주었다.          

"운명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운명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이야."     

백운 스님의 가르침은 가연에게 있어 삶의 큰 지침이었다. 그는 세상의 고통을 마주하며 인연의 끈을 이끄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라병원의 원장인 박영심은 장대한과 장나라의 어머니로 가연의 삶에 깊이 연루되었다. 그녀는 가연의 탄생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처음엔 가연을 방해했지만, 남편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가연의 조력자가 되었다.     

"가연,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지,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그게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박영심의 말은 가연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정태주의 아버지, 제일그룹의 회장 정영국은 처음에는 가연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그녀의 굳센 정신력과 책임감에 감동받았고, 점차 그녀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넌 참 강한 아이구나. 태주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겠지."     

그의 말은 가연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정영국의 아내, 최원심은 그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 재벌 세계의 엘리트주의를 대표하는 그녀는 가연과 정태주의 관계에 불만을 가졌다.     

"우리 집안에 맞지 않는 사람이야."     

최원심의 불만은 가연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연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 심민국이 있었다. 그는 딸 심수애를 믿고 지원하며, 가연의 운명이 하늘의 뜻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길이야."     

그의 말은 가연에게 큰 격려가 되었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그녀의 운명은 하늘의 뜻에 따라 정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연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지지하고, 그녀의 성장과 성숙에 기여했다. 그들의 사랑과 헌신은 가연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녀는 그들 덕분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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