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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문 Aug 05. 2021

전원주택 당호(집이름) 새겼어요

-여유 산방(與猶山房) 석각(石刻) 작업

어느 날 집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집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시절 우리들의 시골은 개똥이네, 과수원 댁, 방앗간 집 등 생활에 부르기 편한 단어가 집 이름이 되었었다. 이제 아날로그에서 편리한 디지털 시대로 바뀌고 전원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소통할 때 어떤 호칭을 불러야 할지 서로가 불편하곤 했었다. 그래서 전원주택 당호를 지어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호를 짓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갖추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이웃님들이 우리 집을 부를 때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면서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던 것은 조금 신경 썼다면 해결될 일이었다. 집의 특성을 살리면서 의미가 통하는 집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전원 산방 이름을 여유 산방(與猶山房)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당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유 산방(與猶山房)은 老子의 도덕경에서 “여(與)”는 ‘의심이 많은 동물 코끼리 이름’이고, “유(猶)”는 ‘겁이 많은 동물 원숭이 이름’이듯이 의심 많은 코끼리처럼, 겁 많은 원숭이처럼 조심조심 세상을 살아가자는 의미입니다. 한글 그대로 의미인 머리도, 몸도, 그리고 적당히 아등바등하고, 릴랙스 하며 마음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산촌의 집이라는 의미에서 당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보내는 인생 2막의 삶과 일상이 의미대로 면 좋겠다는 소망 담아 지은 집 이름입니다. ‘여유 산방’은 자연과 함께 산을 끼고 있는 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문 옆에 이미 새워져 있는 돌에 글씨를 새기기로 하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글씨를 새기는 작업방식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전각(篆刻)은 돌, 나무, 상아 등에 전서로 인장을 새기는 방식입니다. 서각(書刻)은 길쭉한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방식입니다. 석각(石刻)은 돌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방식입니다. 목각(木刻)은 나무에 상(象)을 조각하는 것입니다.     


작업 방식은 석각(石刻)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임시로 그 자리에 글씨를 컴퓨터로 뽑아 붙이고 글자 새길 자리에 붓과 페인트로 글씨를 써서 사용해 왔습니다. 완성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사용했습니다. 미완성품이었던 겁니다.     

이제야 미완성의 석각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는 겁니다. 이미 작업할 자리에 여유 산방을 해서체로 써놓은 페인트 글씨 위에 그대로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한자 서체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체 다섯 가지 글꼴이 있습니다. 전서는 좌우가 대칭이 되는 방정(方正)하고 길쭉한 모양의 글자체이다. 예서는 한나라 이후 죽간(竹簡)과 비단 등에 쓰인 예술적인 글자체이다. 해서는 또박또박 쓰는 정자체이고, 행서는 반흘림체, 초서는 휘갈겨 쓴 흘림체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해서체로 쓴 여유 산방(與猶山房) 집 이름은 석각 전문 선생님을 초빙하여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페인트 글씨 위에 그대로 하기에 돌이 너무 거칠다고 합니다. 석각 할 돌을 그라인더로 평탄작업을 했습니다.

석각 평탄작업 초벌
석각 평탄작업 완성

돌을 파고 깎는 작업은 돌가루 먼지가 많이 발생하므로 흩날리지 않도록 가림막으로 막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작업실에서 작업하여 설치할 장소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고정된 돌에 해야 하기에 현장에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공정 순서별 석각 작업한 이미지와 동영상입니다.     

□ 새길 글씨체를 P.C에서 원하는 크기로 확대하여 프린터 합니다. 그리고 프린터 한 인쇄용지를 작업할 자리에 놓고, 풀을 칠한 뒤 석재 위에 붙입니다.

     

□ 조각할 곳에 정확히 놓아야 합니다. 집 입구에 반듯하면 보기에 좋겠지요. 석각 할 때 밀려나지 않도록 잘 붙여줍니다.      

    

□ 조각하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리고 수작업으로 직접 했습니다. 강한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훌륭한 전문가 정신이었습니다. 디자인한 글씨를 붙인 다음 석각 도구(드릴)로 한 획씩 정신을 집중하여 조각해 내려갑니다.   


□ 석각을 마치고 난 뒤 종이는 그냥 뜯으려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물을 종이 위에 부어서 불려 준 후 돌에 흠집 안 나도록 플라스틱 기구로 살살 긁어주면 잘 떨어지게 됩니다.


□ 몇 시간이 흐르고 네 글자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 이제 글자 안에 래커를 칠하여 마무리했습니다.     

석각 마무리 작업


실수 없이 잘 작업해주셨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게 작업이 완료되었답니다.

드디어 ‘與猶山房’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與猶山房’ 이름이 아주 멋지게 돋보입니다.  



   

여유 산방與猶山房 이름을 새기고 나니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유 산방과 함께 일상을 자신의 삶을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를 표현하고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동안 이름 없이 사용한 무명의 전원 산방에 ‘여유 산방與猶山房’으로 이름을 짓고, 石刻(석각)을 붙이고 함께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할까 합니다.      

석각은 훼손하지 않는다면 수백 년을 보전한다고 합니다. 우리네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증언하는데 한몫 기여하게끔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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