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지을까? 구입할까?

by 동백

누구나 가끔 여행을 통해 전원을 꿈꾸며 한 번쯤은 전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짓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유행가 가사처럼 꿈이 아닌 현실로 실천에 옮기려고 마음먹었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주위에서 홍천지역이 좋다는 말에 주말마다 홍천 주변을 돌며 전원주택 매물을 답사하기 시작했다.



지어진 매물은 10년에서 15년 된 것, 좀 더 오래된 20년에서 25년 된 것은 가격은 저렴하나 대부분 이미 부식되고 낡아서 좀처럼 선택하기 어려웠다. 집을 볼 때면 빈 집도 있었고, 노부부만 남아 있는 집, 몸이 불편하다며 병원 가까이로 이사 가야 하는 이유 등 각양각색의 속사정이 있었다. 가격이 너무 착하다 싶으면 너무 골짜기에 교통이 불편하고, 좀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높고.... 등 나름 기준을 정하였지만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조금만 더 보자며 보고 있던 중 어느 날은 홍천 '뚜버기'라는 닉네임의 부동산 중개사를 만났다. 풍채도 좋은 젊은 분이었는데 하루 내내 홍천지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놓은 매물을 보여 주겠다 하며 20여 곳 이상을 답사했다. 여러 곳을 보고 또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없고, 날은 저물고 하루 종일 운전하며 보여준 젊고 친절한 중개사분을 통해 많은 전원주택을 보며 구입하기보다 신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너무 고마우신 중개사분께 늘 감사하고 있다. 언젠가 만나면 식사라도 한번 사드려야겠다는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 볼만큼 보아도 선택을 못 하여 구입하는 것과 땅을 매입하여 직접 지어 보는 것을 생각하며, 서울에서 지하철이 다니는 곳을 찾던 중 양평 지역을 보기로 하였다. 전원주택지로 최적합 지역은 “삼평”이라고 가평, 양평, 청평이라고 부동산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은 직업 일선에서 수입이 창출되어야 하므로 주말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하니 괜찮았다.

마을 입구에 나온 땅과 집, 야산 등 참으로 다양하게 많은 매물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작은 평수의 땅으로 언덕을 조금 올라가 있어 조망권도 좋고, 가격도 좋고, 많은 것을 보고 여러 조건이 괜찮다 싶어 늦은 시간이라 다음날 주인을 만나 계약하기로 하였다. 계약 준비를 하고 다음 날 가는 중 밤사이 땅 주인이 변심하여 안 팔겠다는 부동산 중개사의 말에 실망이 큰 적도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땅값이 오른다는 이유였었다.

벼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평화로워 보이는 조그마한 마을의 땅을 보며 중개사는 없지만 동네를 구경하던 중 동네 마을이 아름다워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하는데 마을 분이라며 농사짓는 아저씨께서 찾는 것이 있냐며 말을 걸어오셨다. 이런저런 이유를 설명하자 이 동네 오래된 농사짓는 분이시고 동네 사정을 잘 아신다며 부동산에 안 나온 물건이 있다 하시며 도와주겠다기에 감사하다며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집을 보여주셨는데 가격대가 모두 높아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다가 접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분은 동네' 똠방'이라는 그러니까 무허가 중개인이었다. 아직도 과거 부동산 중개사가 없었던 시대의 거래를 하던 무허가 중개인이 있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거래사고에 대비해 믿을 수 있는 전문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하는 게 좋겠다.



또 다른 땅은 소나무가 울창하고 공기도 전망도 A급, 그리고 여덟 집이 들어설 예정이라 땅값도 착하다며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짓기에 참 좋겠다며 가족이 너무 좋아하기에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답사하고 계약하기로 했다. 일주일 지나 설레는 마음에 차로 언덕을 올라가는데 한 번에 쉽게 올라갔던 지난주와 다르게 뒤로 미끄러질 정도의 언덕 경사가 심한 높은 지대의 땅이었다. 겨울에 눈 내릴 때의 좋은 분위기도 있겠지만 사고에 대한 위험을 고려해 접기로 하였다.

발품을 팔고, 손품도 팔아 다녀 보며 사계절을 생각하고 땅과 전원주택의 속을 들어다 보려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춘삼월은 좋은 계절 아름다운 꽃과 실록으로 가려져 볼 수 없는 민낯을 보게 되어 잘못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겨울철은 낱낱이 민낯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노하우를 발품으로 경험하며 서울에서 지하철이 다니는 끝자락의 양평지역으로 가닥을 잡고 땅과 집을 동시에 보던 중 마침 배밭을 나누어 분양한다는 곳을 보며 이미 한 채를 짓고 있는 중이어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의 땅이라 구입하였다. 발품, 손품, 마음고생까지 지난 2년 여 만에 내 땅을 얻게 된 셈이다.

빨간상추.png

땅을 사고 다음 해 이른 봄 우리 땅이 있다 생각하니 가슴 벅차 제일 먼저 꿈꾸던 텃밭에 상추와 고추를 심기로 하였다. 토요일 늦은 시간 해가 저무는지도 모르고 달밤에 웃고 또 웃으며 퇴근 후 힘든지도 모르고 내 땅을 얻게 되었다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텃밭에 와보니 개똥이 밭에 뿌려져 냄새가 지독하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흙냄새가 아닌 개똥 냄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쁘고 좋았다. 주말마다 내려가 땅을 보고 웃으며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이 이런 기쁨 때문에 마냥 좋았다. 2년이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제 이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