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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Pisces Feb 05. 2024

크로와상 크로니클 Croissant Chronicles

샌프란시스코의 베이킹

샌프란시스코는 유럽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늘 하던 대로 빵을 만드니 독특한 기후로 인해 시큼하게 발효된 사워도우가 나온 것으로 유명하며, 바삭하게 구운 빵의 이미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의외로 미국의 제빵은 일반적으로 강하지 않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일단 밥보다는 빵이 주식인 이들인데 제과점을 찾기가 쉽지 않고, 유럽에서 다양하고 맛있고 저렴하고 속이 편한 빵을 즐긴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국의 빵이 어딘지 아쉽고 가격은 비싼 점이 있을 것이다.


슈퍼에서 빵을 사도 너무 맛있는 유럽과는 달리 이곳 슈퍼제조 빵은 첨가물도 많고 맛도 없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더욱 빵보다는 그래놀라, 오트밀, 계란과 햄이 잔뜩 들어간 미국식 아침메뉴가 발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동안은 미국에서 빵을 아예 먹지 않기에 이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빵은 유럽식 식사빵과 크로와상인데, 가끔 유명한 빵집에서 크로와상 하나를 사면 7달러(9천 원가량) 그마저도 유럽에서 맛보던 것과 달리 무조건 기름이 많고 바삭한 껍질을 만드는 것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나의 기준에 의외로 맛있는 크로와상을 찾은 것은 사워도우로 유명한  Boudin이었다.


어느 새벽 여행길에 나서서 공항에서 막 문을 연 Boudin에서 큰 기대 없이 이곳의 유명한 빵집과는 달리 그리 바삭해 보이지 않는 크로와상 하나를 커피와 같이 주문해서 조금씩 뜯어먹는데, 버터, 계란, 밀가루 모두가 아주 신선하고 적절한 기본 단맛과 촉촉함이 가득해서 놀라울 정도에 가격은 4달러가 안되었다.

최근 문을 연 다운타운 유니언스퀘엉 프랑스식 디저트집은 메뉴하나하나가 잘 만든듯해 보이고 런던 브리드 시장이 나서서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하여 나도 시내에 일을 보러 갔다가 커피 한잔 하러 들러보았다.


타히탄 바닐라 커스터드 크로와상과 아이스라테. 크로와상을 문 순간 뭔가 오래된 기름 향이 감돌고 빵은 매우 부석 했다. 겉의 바싹 구워진 모양과 슈거 더스트로 겉모습만 갖추었지 왜 이리 신선하지 않은 이상한 향이 나는지 의문이었다. 작은 크로와상인데 다 안 먹고 버렸음.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처럼 찰진 빵을 먹는 쉬운 방법은 중국인들이 하는 베이커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홍콩식 파인애플번에 속엔 커스터드나 팥, 중국식 돼지고기 바비큐가 들어가 있는데 이 빵은 아주 녹는 듯한 식감을 지녔다. 다만 도대체 무엇을 넣은 것인지 케이크이나 크로와상을 많이 먹어도 나지 않던 왕 뾰루지가 이것을 먹고는 올라와서 자주 먹으면 안 되겠다 싶다.


홍콩식 파인애플번의 원 레시피는 버터대신 돼지기름인 라드유를 사용하는 것인데 라드유 대신 콩기름과 같은 구하기 쉬운 식물성 오일로 부드럽게 만든 것 같이 다 먹고 나서는 아주 느끼하게 느껴졌다.

선셋지역에 가보면 파인애플번으로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는데 salted egg butter 맛의 파인애플번은 한 번쯤 아메리카노나 홍차랑 먹어볼 만하다. 다만 이루 말할 수 없이 니글함이 올라올 수 있다.

집 근처 엠바르카대로 길을 따라서 걷다가 컨디션이 좋아서 한참 걸어오면 피어 39 지역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엔 아주 큰 부댕베이커리 본점이 있다. 겨울이라 피츠커피에서 모카를 시키고 플레인 크로와상 하나를 시켜서 같이 먹으니 공항에서 새벽에 맛보았던 그 맛이다.

부댕 베이커리의 앞치마, 부엌용 타월등은 가격도 좋고 선물하기 좋은 기념품이다. 나파밸리 대중적인 와이너리인 로버트 몬다비와 알렉산더 밸리의 작은 와인들도 매장에 갖춰두었는데 가격이 모두 바가지를 씌우지 않은 가격이라 시간이 없는 관광객들은 여기만 들러서 간단한 선물을 사도 좋다.

사실 미국이서의 일상 음식은 이렇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바람직하다.

한국처럼 맛있는 고구마가 있으면 디저트보다는 고구마를 삶아 먹으면 좋겠지

한국에 갔을 때 맛보았던 땅콩크림 커피. 양이 작고 아주 고소한 이런 팬시한 커피는 미국엔 잘 없음.

겨울에 한국에 갈 때 공항 부댕 매장에 또 들러서 take bake 즉, 초벌구이만 되어 있는 허연 사워 도우를 집에 가져가서 한번 더 굽는 제품을 사서 집에 가져가서 오븐에 구워 내놓았다.

200도씨에 8분 구우면 겉은 더 바삭 속은 아주 쫄깃하고 부드러운 사워도우 완성품이 나온다. 가족들과 여러 스프레드, 샐러드, 계란을 준비하고 커피를 내려 어느 날 아침으로 먹었다.


신기하게도 부댕에서 완제품으로 다 구워 파는 것보다 take bake제품이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한번 비교해 보고는 그다음부턴 늘 take bake 제품으로 산다.

팔로알토와 로스가토스에 위치한 Manresa Bread의 거친 빵은 맛볼 땐 크게 맛있는 줄 몰라도 계속 생각나는 매력이 있다. 어느 날 들러서 통밀빵을 하나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 꺼내서 프로슈토와 브리를 두껍게 썰어서 홈메이드 카푸치노와 즐겼다. 브리 샌드위치를 만들 때 맛있게 만드는 비법은 브리를 얹지만, 빵에 무염버터를 또 바르는 것이다.

이 메뉴는 이 지역의 유명한 베이커리인 Acme 베이커링 르뱅과 훈제연어, 서양배(레드페어가 맛있음), 마담로익 치즈다. 이렇게 먹으면 양이 적은 중국식 팥빵이나 딤섬보다 몸무게가 안 오르는 게 신기함.

어느 날 근교의 티뷰론에 갔다가 그 고장의 베이커리인 Rustic bakery에 들러보았다. 커다란 아몬드 크로와상과 카푸치노를 시켜서 마린카운티의 좋은 식재료가 가득한 무료매거진과 시간을 즐겼다. 안타깝게도 이곳의 크로와상은 뭔가 먹기 힘든 느낌이었다. 안 촉촉하고 아몬드는 매우 많고 특별히 맛있지 않았고 카푸치노는 양이 너무 적었다.

워싱턴  DC의 tatte bakery (타테 베이커리)에 들르니 내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메뉴가 있어 피스타치오 크로와상과 피스타치오 라테를 시켜봄. 여기 크로와상도 그저 그렇게 뻣뻣했고 라테는 그럭저럭 피스타치오 맛이 났지만 너무 달았다

올여름 독일 고모집에 들러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안 하고 바로 집 앞 알디  Aldi에 들러서 브로이첸, 크로와상, 호밀빵을 사 왔다. 0.25유로 하는 크로와상은 절대 지나치게 바삭하지 않고 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계란맛은 강하지 않았지만 신선하고 잘 만든 제품이었음. 유럽은 빵이 주식이 될 만큼 가격이 좋고 먹고 나서도 아무런 나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시내 니만 마커스 백화점은 턴오버 브레드와 딸기 버터, 랍스터 비스크로 유명하다. 쇼핑하다가 지치면 이런 빵이나 짭짤한 수프로 충전하고 다시 계속하나 보다. 한국의 다양한 푸드코트와는 비교가 안되나 3달러에 이런 빵이 깨끗하게 잘 나오는 곳은 미국에 별로 없음. 턴오버는 동대문 jw 메리어트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것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랑 비슷한 맛이다.

팔로알토에서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프렌치 베이커리에서 맛본 초콜릿 크로와상과 카푸치노. 크로와상이 별로 기대 안 하게 대중적인 공장제품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아주 성의 있게 잘 만든 맛이다. 아주 섬세한 크러스트가 살짝 바삭거리고 속은 계란 버터맛이 가득하고 초콜릿은 텁텁하지 않다.


크로와성의 초콜릿은 저렇게 겉에 적절히 발리거나 속에 연필처럼 가늘고 또독거리게 들어간 게 센스 있고 좋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로와상으로 유명한 tartin bakery (타르틴 베이커리)와 Arsicult bakery (아시컬트 베이커리)는 괜히 잘한다고 초콜렛을 뜨근하게 녹여 왕창 넣는데 그 맛이 또 시큼한 끝맛이 나서 크로와상의 맛을 느낄새 없이 손에 안 묻히려 먹게 되는 부담스러움이 있다.

이 제품은 팔로알토의 만레사 브레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잠봉뵈르다. 잠봉 퀄리티가 최고에 아주 많이 들어있고 버터는 흰 버터인데 충분히 발라져 있고 작은 피클이 머스터드와 함께 있다. 이 빵에 들어간 올리브는 통조림 올리브가 아닌 듯 아주 탱탱하고 사각거린다. 가격은 15달러인데 안에 들어간 잠봉의 양이 가격을 상쇄할 정도.

샌프란시스코의 그로서리인 Bi-Lite의 자체 베이커리도 흥미로운 제품이 많다. 쇼트케이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은 스콘과 비스킷의 중간정도 질감에 정말 적절한 약간의 단맛이 들어있다. 딸기철에 크로티드크림, 데이츠와 함께 넣어서 유명한 나파밸리 욘트빌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더리 French Laundry의 셰프 Thomas Keller의 레시피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만들어 맛보면 우리가 흔히 알던 생크림 가득한 쇼트케이크와는 또 다른 고급스럽고 담백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여기 올린 베이커리 분석은 지난 3년간 보고 즐기고 느낀 것으로, 아주 가끔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혹자가 이글을 보고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짧은 시간동안 너무 집중적으로 베이커리만 즐기고 가지는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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