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런한 개미처럼 아침을 보내고 혼자 백화점에 왔다. 스튜디오 톰보이의 토글 코트를 몇 벌 입어보고. 지하 식료품점에서 피카치 블랙 올리브를 샀다. 얼마 전부터 끼니에 올리브를 곁들이기 시작했는데 아주 별미가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올리브는 빵보다 밥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시원하고 가벼운 커피가 마시고 싶어 바로 옆 호텔에 있는 스타벅스로 넘어왔다. 무려 38층에 위치한 스타바. 창 밖으로는 엑스포 다리와 수목원이 보이고. 길게 갑천이 흘렀다. 모카 파운드와 커피를 먹으며 책(무라카미 하루키, 댄스댄스댄스 下)을 읽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세상에, 창 밖으로 ‘거미’ 한 마리가 보였다. 손톱만큼 작은 거미가 어떻게 38층까지 올라왔지. 의구심에 그를 쳐다 봤지만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나는 책을 덮고 본격적으로 거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람에 덜덜 흔들리면서도 좌우를 오가며 거미줄을 뽑아냈다. 떨어지나 싶다가도 금새 창으로 얼굴을 내미는 유연하고도 능숙한 움직임. 나는 거미를 향해 초점을 내려놓고 눈을 감박였다. 그러다 갸우뚱. 여기까지 먹이가 올라올 수 있나... 굶어죽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서는 이미 거미의 목숨 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