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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 Feb 23. 2021

쉬운 천국/ 유지혜

[주간 독서-록]

새벽 시간 유지혜 작가의 SNS를 접하고는 그만의 무드가 너무나 사람을 설레게 해 홀린듯 주문한 <쉬운 천국>. 다 읽은 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워낙에 여운이 짙게 남아 아직까지도 몽롱하게 흩뿌려진다.

 <쉬운 천국>은 유지혜 작가가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를 여행한 시간들을 글로서 남긴 책. 현지에 거주하는 친구들의 집에서 1인분의 몫을 고스란히 들여 여행자보다 생활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만의 여행 취향. 울고 웃고 먹고 쓰고 자는 그 패턴을 읽는 것이 죽도록 행복했다. 사랑에 솔직하고 자아에 흔들리고 별 거 아닌 것에 깔깔 웃고 슬퍼서 우는 불안한 20대의 초상. 물질적으로 쪼들려 눈치보던 여행의 초라함이 시간을 머금고서 당돌한 청춘으로 승화되는 그의 추억.

 밑도 끝도 없이 듣고 쓰고 말하는 그 평범한 행위가 나에겐, 우리에겐 참 소중하다.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감정적인 동질감을 느꼈다. 낮선 곳에서의 새벽, 맥주 한 캔과 타지의 소중한 친구.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렇게 편안하게 이어질 것이다.

 빈티지와 화이트를 사랑하는 그. 글에 대한 의연한 태도로 삶을 여행하는 그. 나는 유지혜 작가의 청명한 문투로 많이 위로받았고 또 희망을 배웠다. 제 몸뚱이 만한 캐리어 하나 덜렁 들고 문득문득 찾아가는 먼 곳. 그곳에서의 짧은 삶은 얼마나 나를 고취시킬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토록 미지의 것이라 여기던 어른이라는 나이. 나는 벌써 스물한 살이 되었고 어린 시절의 나는 스물 하나면 다 큰 어른이라 생각했다.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혼자 티켓을 끊고 방을 잡고 끙끙대며 짐을 이고 멀디 먼 곳에 가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고 관광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지혜 작가가 가진 실행력이라는 용기도 참 닮고 싶었다. 에세이를 편식하던 나에게 또 한 번 잘 익은 에세이를 맛보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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