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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 Apr 06. 2021

시나가와 원숭이

 민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분명 집에만 두었고 밖에서 꺼낸 기억이 없다. 순간  생각이 스쳤다. 얼마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시나가와 원숭이의 이야기. 인간을 사모하는  원숭이는 인간 여성에 사랑에 빠지면 차마  다른 것은 못하고  사람의 이름을 훔친댔다. 방법으로는 사모하는 여성의 이름이 담긴 물건. 예컨대 민증이나 운전면허증 따위의.   원숭이는 전력을 다해 그의 이름을 훔치고 해당 여성은 이따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고.   책을 읽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신분증을 잃었다. 최근 원숭이를 만난 기억도,  이름을 까먹은 적도 없다. 과연 시나가와 원숭이가  신분증을 가져간 걸까. 기이하고 요상한 . 뭐가 어찌됐건 민증을 잃어버린 사실은 너무 슬프다. 입이 절로 나온다. 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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