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온다. 지금은 아침 4시 10분. 초저녁부터 지금까지 내내 깨어 있다. 이건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증세는 날이 지날수록 조금씩 심해진다. 초저녁부터 용케 잠이 들거나, 한 번이라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잘 수 있는 경우는 드문 일이 되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아니 우리가 감내하고 지나가야 하는 일이다. 다른 어떤 유예(猶豫)나 해결의 길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겨우 남은 것마저 말아먹은 사람들에게는·····.
내 막내아들이 마시던 소주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럴만한 곳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어 자는 사람을 깨웠다. 아내의 성격상 아침 4시 10분이라면 쉽게 눈을 뜰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이런 겁 없는 짓은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아내에게 자다가 일어나서 아들놈이 마시다 둔 소주를 찾아 달라고 겁 없이 주절거리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이나 넘은 짓이다. 그러나 아내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는 다행히 화를 내지 않았다. 눈을 반쯤 감은 아내는, 어렵게 일어나서는 아주 쉽게 소주를 찾아 준다.
아들이 마시던 소주가 남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짐작할 수 있었는데, 막상 그 소주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내 치명적인 한계였다. 그 마지막 대목을 예상하지 못한 내 능력이 가게를 훌러덩 말아 먹은 이유였을 것이다. 무릇 모든 죽은 자는 말이 없어야 하는 법이다.
넉넉하게 남은 한 병을 다 마셨더니 얼큰하다.
그래, 이 맛이다!
이제 나는 술친구가 없어도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것, 마시다 둔 소주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나의 사랑하는 마누라님이 바나나 한 게를 주신다. 말씀은 없었지만, 빈속에 깡소주를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의중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지금 시간은 새벽 6시 35분.
나, 괜찮을까?
2024.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