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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Dec 02. 2022

단골가게에서 심쿵하는 이유

          

  친정 갈 때마다 들리는 남자 미용실이 있다. 원장님이 워낙 솜씨가 좋아서 그곳만 이용한다. 이사 온 동네 여러 미용실을 가봤지만 가격은 비싸면서 그곳만큼 만족스럽게 해주는 곳이 없었다. 유아의 머리는 자르지 않는다면서 문전박대하는 곳도 있었다. 그분은 진짜 손이 엄청 빠르다. 그러면서도 정확하고 날렵하게 깔끔하게 잔털 1미리도 허용하지 않는 그 솜씨에 반했다. 그분은 항상 올림머리를 하고 안경을 끼고 있으며 옷도 단정하게 입고 있어서 선생님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팔에 작은 문신이 있어 반전 매력! 아무튼 내가 본 미용사들 중에 손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처음 머리 손질하러 갔을 때 우리 아이를 번개같이 그렇지만 그 어떤 손님보다도 정성을 들여 말끔하게 만들고는 ‘이거밖에 없어서 어떡하지?’하면서 두어 개가 빠져있는 마이쮸 한팩과 또 서랍 여기저기 뒤져서 보이는 사탕을 아이에게 주셨다. 너무 잘 앉아있어 줬다면서. 머리를 손질하고 사탕을 받은 경험은 아이를 더 얌전하게 만들었다. 3살인데도 스마트폰 동영상이 없어도 머리를 깎을 수 있었으니. 파마를 한 적도 있다. 4살이 된 지금은 혼자 얌전하게 앉아서 그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머리를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잘도 얌전하게 앉아있다.


  이번 달에 방문했을 때는 종업원이 바뀌어 있었는데 원장님이 바쁘셔서 그분이 아이 머리를 맡게 되었다. 역시나 혼자 앉아서 점잖게 머리를 깎는데, 원장님은 그 직원을 향해 ‘잘 앉아있지?’ 하는데 우리 애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해 심쿵했다. 마치 카리스마 있고, 인기 있는 수학 선생님이 내 이름을 알고 있을 때의 기분같이. 항상 그랬듯이 테이블 위에 코스트코 캔디, 젤리, 과자들이 준비되어있다. 구색 맞추기 위한 싸구려가 아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갖다 놓은 센스. 아이는 형아, 사촌 누나 것까지 사탕을 챙겼다. 약재를 달인 차를 따라주면서 권하는 원장님. 의자가 두 개밖에 없는 작은 가게지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티가 난다. 남자들만 오는 미용실에 싱싱한 생화 꽃병이 두 개나 있다. 머리를 너무 잘해서 이런 거 안 해도 올 사람은 올 텐데 역시 잘하는 가게는 달라도 다르다고 혼자 생각했다.      


  머리를 깎고 자주 들리는 마트에 갔다. 그곳에는 10년째 일하고 계시는 항상 웃음을 머금고 계시는 캐쉬어 직원이 있다. 그분은 내가 이사간지 3년이 넘었음에도 나를 기억하고 인사를 해주신다. ‘오늘은 둘째 데리고 왔네. 진짜 많이 컸네. 첫째랑 눈매가 닮았어.’ 저번에 나 혼자 들렀을 때는 ‘이사 갔다고 친정엄마 포인트로 적립하네~’하면서 웃어주신다. 동네 주민들하고 다 아시는 것 같다. 그냥 계산대 업무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동네 주민들하고 얘기하고 인사나누기 바쁘다.  살지 않은지 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나는 친정이 있는 그 동네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점점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일하시는 분들의 그런 말 한마디가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그렇게 단골이 되어간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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