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오고 숨 가쁘게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달려왔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10여 년 만의 한국에 돌아온 조그마한 설렘도 느낄 틈 없이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느낀 짧은 소감은 "인생은 너무나 남루하여 가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괜찮은 순간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견딜 수 없다."이다.
어찌 보면 안정된 삶에서 조금은 도전적인 삶을 선택한 한국으로의 귀국은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옛 격언을 떠올리게 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를 지켜주고 좋아해 준 사람들 덕분에 지난 3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 오지 않을 2024년을 떠나보내고 2025년을 준비하며, 나의 다음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변을 고민해볼까 한다.
Backlogs
우연히 다른 분의 브런치에서 몇 년 전 자신의 방향성에 대해 공유한 글을 읽었다. 이를 계기로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방향성을 정한 방법을 공유하고, 2024년을 회고하며, 2025년 계획을 작성했다. 이제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편에서 이를 정리하려 한다.
오늘 글의 주제는 Backlog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back(뒤에 둔)과 log(장작)의 조합으로, 당장 사용하지 않아 뒤에 쌓아둔 장작을 뜻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IT 업계에서는 Backlog를 ‘아직 하지 못한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제품을 담당하는 PM으로서 많은 ‘해야 할 일’ 중 우선순위가 밀려 ‘차후에 할 일’로 적어 둔 Backlog를 적절한 시기에 처리하고 있다.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로 Backlogs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2025년 OKR을 세울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 대비 하고 싶은 목표가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여러 장소를 여행하며 여행기를 남기고 싶었고, 개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Python이나 HTML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2025년 OKR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2025년 OKR에 포함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Backlogs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 Backlog 중 3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여행기 작성하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오랜 기간 Backlog에 머문 목표 중 하나가 여행기 작성이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장소를 다니며, 그곳의 아름다움과 경험을 글로 담아내는 것이 목표다. 작년에 일본, 올해는 대만을 여행하며 글을 작성하려 했지만, 여행을 즐기느라 글 작성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 점이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2025년 OKR에는 별도의 여행 계획이 없어 여행기를 포함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브런치에 여행기를 공유하려 한다.
2) 개발 공부하기
PM으로 근무하며 개발에 대한 이해도는 필수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본적인 서버 구조와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공부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최근 회사에서 SEO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HTML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있었다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현재 개발 공부를 Backlog로 둔 이유는 우선순위 때문이다. 지금은 PM으로 근무하며 도메인 지식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3) 과학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조금 색다를 수 있지만,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오래된 목표 중 하나다. 학창 시절 과학에 관심이 없어 문과를 선택했지만, 최근 몇 년간 다큐멘터리와 책을 읽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특히 물리와 천문학에 관심이 있다. 2025년 계획을 세우며 ‘코스모스’ 책 완독을 고려했지만, 자신이 없어 다시 Backlog로 넣었다. 언젠가는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처럼, ‘문과남자가 이해한 천문학’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PM으로 근무하며, 내가 생각하는 Backlogs는 단순히 ‘하지 못한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던 방법을 기록하고,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실행하지 못한 현재의 한계를 인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Backlogs를 작성하며 깨달은 점은, 모든 일을 한 번에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2025년 OKR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행 계획, 개발 공부, 과학 공부와 같은 목표를 기록해 둔 것은 나의 열정과 가능성을 상기시켜 준다. 이는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더 적절한 시기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물이다.
글을 마치며
드디어 2024년 12월에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인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를 마무리했다. 우연한 글로 시작했지만, 두 달여간 나의 방향성과 2025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며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웠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2025년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OKR을 통해 명확히 설정한 목표들은 나의 성장과 삶의 방향성을 잡아줄 나침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계획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언제나 그리하였듯이, 도전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하겠지만, 그 어느때보다 두려움이 적은 이유는 명확한 목표에 따른듯하다. 이 글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