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알람 소리에 깨어나긴 했지만 눈이 떠지지 않고 움직이기 싫은 그런 월요일이었다.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월요병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주말에 신나게 돌아다닌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토요일 낮에 뜨거운 햇볕 아래서 걸어 다녔던 기억이. 그러고 나서 일요일부터 몸이 안 좋다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일요일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밝은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고 앞만 멍하니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뜨거운 나라를 많이 다니는 나는 사실 열에는 약한 기질을 타고난 것 같기도 하다. 인도에서도 한창 더울 때면 (약 45도 정도)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없고 체하기를 반복했었다. 흔히 말하는 열사병 같은 것으로 며칠 푹 쉬고 나면 괜찮아지곤 했다.
지난 토요일의 태양은 생각 외로 뜨거웠고,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느라 태양 아래에 오래 서 있었고 그리고 만나서 또 한참을 걸어 다녔었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내내 몸에서 열이 나고 온 뼈마디가 아팠다.
지난 일주일 동안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망고 빵집의 빵을 만들어 배송을 했고, 아침, 저녁으로 줌으로 하는 요가 수업을 하고 있어서 수업 시간이 되면 되도록 밝은 목소리와 동작으로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점점 기운이 생기고 활기가 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의 모습과 마치고 난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다.
역시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수요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그란이라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란은 사실 식당이 아니라 케이터링을 하는 친구의 작업실인데 지인들은 미리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할 수가 있다. 마침 내가 여행을 가는 시기가 가까워져서 인사도 할 겸 그곳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고 왔다. 오랜만의 수다는 즐거웠고 오랜만에 만난 그란이 참 반가웠다.
어제는 친구가 찍고 있는 단편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연을 하였다. 이태원 우사단 지역을 기록하기 위한 영화로 우사단 고갯길의 한편에서 작은 연극 공연을 구경하는 우사단 동네 사람으로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이라서 해서 갔더니 웬걸,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게 아닌가!
나의 피곤하고 다크서클이 깊게 퍼진 얼굴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억지로 웃음을 짓고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이제 10일 후면 다시 여행자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여행의 준비는 아직 하나도 한 것이 없으며, 내일 사랑니 수술을 마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려고 한다.
지금 현재의 나의 소원은 내일의 사랑니 수술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당장 바라는 것은 그것 하나뿐. 그리고 사랑니 수술이 마치면 또 다른 커다란 소원을 만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