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태국으로 떠나는 날이라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매일 오전 9시에 했던 오전 요가반 수강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요가 참석을 하지 않아서, 의견을 물어본 이후에 오전반 수업을 한동안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오전반 수강생분들 중 몇 분은 저녁반으로 옮기신다고 하셨다.
사실 나에게는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기는 했다. 1년 동안 새벽반 오전반 오후반 요가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차츰 힘들어질 무렵에 수업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치앙마이나 인도에서 나도 요가 수련을 받고 저녁에만 줌 요가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주문이 들어온 망고 빵집의 빵을 월요일에 우체국 택배로 부쳤고, 사랑니 수술을 했던 자리의 실밥을 풀러 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아주 좋다면서 내년에 다시 와서 치료를 이어가면 된다고 하셨다.
화요일 오후에 동네 친구들과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려고 했는데,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와서 주차할 곳을 찾다가 그냥 한강으로 가기로 했다. 한강에서 친구는 라면을 끓여 먹었고 나는 아이스커피와 감자칩에 고구마 스낵을 먹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날씨라서 한강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참 유쾌한 한강 나들이였다.
그다음 날에는 친구가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서 동네에서 만났다. 해방촌에 사는 덕에 비건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 외식에 별 어려움이 없어서 참 좋다. 이날은 처음 가보는 채식 식당에서 버섯 파스타를 먹었고, 다시 이태원으로 걸어가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헤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이후 꽤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드디어 짐을 꾸리고 금요일 저녁에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전날에 짐을 꾸려보니 다행히 많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천 공항에서 배낭의 무게를 재어보니 4.9킬로가 나왔고, 작은 보조 가방에는 노트북이 딱 잘 들어갔다.
지하철로 한 시간 반을 간 후에 한산한 인천 공항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지하 식당가로 내려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비행기를 타려고 여기저기 둘러봤다. 비건 비빔밥을 파는 식당이 있었고 비건 버거를 파는 롯데리아가 있었지만 왠지 음식이 무거워 보여서, 그냥 게이트 구역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먹었던 로봇 김밥을 사들고, 빈 공간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로봇 김밥이 이렇게 컸는지 몰라 두 줄이나 시켰는데, 한 줄을 겨우 먹었다. 오랜만에 보이는 창밖의 풍경에 조금은 설레었을지도 모르겠다. 느낌이 뒤늦게 오는 나는 이번에도 여행의 설렘은 느끼지도 못한 채 비행기를 탔다. 여행의 설렘보다는 혼자가 되는 자유로움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집안일을 안 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시간을 원했던 것 같다.
모니터도 없고, 채식 식사가 제공이 안 되는 비행기에서 5시간 반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영화도 못 보고 식사도 즐기지 못하고 꽉 찬 비행기 안에서 하염없이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비행기에서 잠을 통 못 이루기 때문에 나는 줄곧 영화를 보는데 다음에는 모니터가 있는 비행기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6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원래 7시간이었는데 진에어가 한 시간 연착을 해서 다행히 6시간만 기다리면 되었다. 우선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를 확인하려고 출국장으로 올라갔는데, 셀프 체크인 기계가 있었다. 내가 셀프 체크인을 하고 있으니 항공사 직원이 옆에서 나를 도와주었고, 6시간 후에 출발하는 항공인데도 미리 셀프 체크인과 수하물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편하게 짐을 보내고 기다릴 수 있었다. 미소를 띠며 수하물 체크인이 안되어서 고생하는 나를 도와주는 직원 때문에 태국은 역시 미소의 나라이구나 하는 옛 기억이 되살아났고, 태국인들의 친절은 글을 쓰고 있는 이틀째 밤까지 계속 이어져서 여행이 더욱 즐거워진다.
무사히 치앙마이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었고, 잠깐 밖으로 나가 심 카드를 구입하고 간식을 사 왔다. 낮잠을 즐기지 않는 내가 샤워를 하고 저녁까지 내내 잠을 잔 것을 보면 피곤하긴 했나 보다. 이제 공항 노숙은 그만해야 하나 하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여전히 옛날 여행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나는 옛날 사람이다.
겨우 눈을 뜨고 토요일 마켓으로 갔다. 토요 마켓 입장 전에 치앙마이 게이트 앞에 있는 노상 식당에서 채식 팟타이와 코코넛 주스를 마셨다. 채식 식당이 점점 많아져서 여행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많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비건에게는 참 좋은 여행지이다. 예전에는 일요일 마켓보다 토요일 마켓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이번에 가니 많은 상인들이 빠져 있어서 마음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었다. 날씨도 덥고 사람들도 점점 많아져서 대충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비건 스프링롤과 맥주를 사 와서 방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시나 피로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시차가 있는데도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는 것을 보니 많이 피곤하긴 했나 보다. 겨우 씻고 점심때 즈음 나가서 근처 비건 식당으로 가서 그린 카레를 먹었다.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이 나오는 커피숍으로 가서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집중이 되지 않아서 대충 정리를 하고 거리로 나가 걸었다. 날이 흐릴 때는 괜찮은데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면 덥다기보다 너무 뜨거워서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포기를 하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 누웠다.
오늘은 일요일 마켓이 열리는 날. 뜨거운 태양을 이미 맛본 터라 느그적거리며 겨우 일어나 나갔는데, 사람이 많은 게 아닌가. 낮에는 한산하고 거리가 텅 비어서 여행자들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일요일 시장은 외국인 여행자들과 태국인 여행자들로 꽉 차 있었다. 물론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우선 저녁을 먹고 싶어서 일요일 시장에서 항상 먹던 팟타이 노점으로 갔다. 코로나 이전과 똑같이 팔고 있었다. 좋아하는 면을 선택하고 땅콩과 고춧가루를 뿌려서 근처 벤치에 앉아 먹었다. 일요일 시장에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경쾌했고, 치앙마이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제 다음 주 금요일에 시작되는 치앙마이 요가 여행 준비를 조금씩 해야 한다. 숙소 거리 체크하고 필요한 장소도 다시 가봐야 한다. 차근차근 시간을 보내면서 요가에 참석하고 망고 요가의 저녁반 수업도 진행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