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요가 트래블을 진행하고 있는 저는 현재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카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삼 일 전에 올린 인도 바라나시 요가 여행이 예약이 마감되었다. 이 기쁜 소식을 뒤로하고 어제 나는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이 이리 약할 수가 있는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로 기분이 이렇게 저하되면 어쩌란 말인가.
요즘은 카페 일이 아주 한가하다. 얼마 전에 끝난 불교 수행 프로그램을 마치고 수행자들은 다들 각자의 집으로, 일터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티베트인들, 인도인들 또는 오래 머무는 외국인 수행자들은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온다.
어제도 아주 한가한 날이었고, 일하는 소년 중 한 명이 땅콩이 먹고 싶다고 해서 부엌으로 들어가 식당 주인이자 친구인 모하메드에게 '땅콩이 먹고 싶다는 애가 있네' 하니 자기도 먹고 싶다면서 모든 직원이 먹을 수 있게 네 봉지를 사 오라고 하였다.
원래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기분 좋게 땅콩 장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땅콩 네 봉지를 주문했다. 늘 그렇듯 땅콩 가게의 주인은 자기가 앉아 있던 의자를 내게 권했고, 나는 의자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즐겼다. 땅콩 포장이 끝났고 돈을 지불하고 모하메드가 있는 식당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당 부엌에는 마침 잠시 들른 모하메드의 친구가 와 있었고 평소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장난스레 땅콩 한 봉지를 권했더니 절레절레 손을 흔든다. 모하메드를 비롯한 티베트 음식 요리 파트에 한 봉지, 인도 음식 파트에 한 봉지, 그릇을 씻는 파트에 한 봉지, 밖에서 서빙하는 웨이터들에게 한 봉지를 나눠주고 부엌을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모하메드의 친구가 나를 안 좋은 호칭으로 부르며 장난을 쳤고, 놀란 직원들은 그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장난스레 부른 호칭이었지만 사실 며칠 전에도 설마 하며 아니겠지 하고 지나갔던 호칭이었다. 난 아무 일 없는 듯 부엌을 나왔지만 얼굴이 화끈거렸고, 화가 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밤까지 일하다가 모하메드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방으로 들어가 홀로 방바닥에 앉아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호칭으로 나를 부른 그가 미웠다기보다는, 그 일로 인해 내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를 마법의 주문처럼 몇 번이고 되내었다.
인도 리시케시의 시바난다 아쉬람에는 수행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 적혀 있다.
그중 내게 마음에 가장 다가온 것은 '말은 칼과 같다'라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말로 상처를 많이 입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런 편이라서 사람들의 말로 인해 받는 상처가 적지 않다. 나도 물론 많은 실수를 하지만 우리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중의 하나는 아마 말을 줄이는 것일 것이다.
내가 하고픈 말은,
"어이, 형씨. 거 말조심 좀 합시다. 왜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합니까?"
나는 화를 내는 사람보다 화를 내게 만드는 사람을 더 좋아하지 않는다.
어젯밤에 리시케시에 있는 요가 선생님께 남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였는데, 남에게 받은 상처를 받아들이지 말고 신속히 내쳐라. 그것이 너를 지배하지 않게 하라는 답이 왔다. 물론 나도 정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약한 마음에 그냥 확인차 여쭈어보았고 역시 아주 좋은 답변을 주셨다.
아무튼 오늘 내가 한 최고의 복수는 그냥 그 사람을 본체만체하는 것이었다. 그가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돕는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가 오면 항상 달려가서 인사를 했고 가끔 케이크와 커피도 대접하며 그가 오는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식당에 들렀을 때 나는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였고,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존경심을 지워버렸다.
하하하하, 그러니 떨쳐 버리리라.
오늘 밤 나는 일을 일찍 마치고, 금주 지역인 보드가야에서 산 버드와이저 무알콜 맥주와 매콤한 땅콩으로 홀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 이거면 족하다.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