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피자가 많이 나갔던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소년들이 나보고 저녁에 비건 피자를 시키라고 했다. 내가 피자 한 판을 다 못 먹는 것을 알고 있고, 종종 함께 나눠 먹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인들은 피자를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젊은 인도인들은 피자를 많이 먹는 편이지만 여전히 보통의 인도인들에게는 특별할 때만 먹는 외식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가끔 피자를 구워주기도 하지만 20-30명의 인원이기에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리고 막상 구워줘도 잘 먹지도 않는다. 카레를 먹는 그들은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비건 피자 두 조각을 먹고 나머지는 그들에게로 보냈다. 바질 가루와 태국 고춧가루와 타바스코를 살짝 뿌리니 더 맛있었다.
오전에 당근 치즈 케이크를 한판 만들고 오후에 방에서 쉬고 있는데 성대한 웨딩을 하는 옆집에서 케이크 두 판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꼬맹이 이브란에게 그날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기에 빨리 달려 나가서 레시피를 다시 정리해 주고 만들라 하였다. 그리고 난 골목길을 달려 급히 방으로 되돌아와서 망고 줌요가 수업을 했다.
꼬맹이 이브란 (사실은 21세의 키 큰 청년)이 당근 스펀지 케이크를 완벽하게 만들어 놓았고 난 크림을 급히 만들어 입혔다.
웨딩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가까운 친척들 14명이 식당으로 와서 애피타이저를 즐겼다. 내 케이크 한 조각, 스위트, 튀김 닭꼬치와 음료수를 대접했다.
이날 옆집에서 성대한 웨딩 파티가 열렸으나 ( 결혼식은 신부집에서 며칠 전에 했고, 신랑집에서 다시 한번 파티를 한다) 기대했던 75가지의 뷔페는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한다. 나도 인도 친구와 함께 들어가 봤으나 접시를 들고 줄을 서 있는 인파에 질려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레몬 컵케이크를 만들어 봤는데 시골인 보드가야에서는 아직 무리인 듯 인기는 없었지만 다행히 다 팔렸다. 치즈 맛이 나는 프로스팅보다는 크림 맛을 좋아한다고 해서, 인도인들이 좋아할 만한 케이크를 연구해야 한다.
전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아직은 한가함을 즐기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커피 공간이 넉넉하고 이층에 베이킹 룸과 커다란 오븐이 따로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지내시지요? 쌀쌀한 가을 마음을 따뜻하게. (2022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