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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램 donggram Nov 09. 2023

우리 집

내 마음에는 구멍이 있다.

우리 집에는 네 명이 살았다.

그중 한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어쩌다 모두가 모이면 고성이 오갔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이불속을 찾았다.


온몸을 꽁꽁 싸맨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 속도 영 포근하지는 않았다.

머리끝까지 끌어올려보지만

날 선 폭언들이 이불을 뚫고 아이를 찌른다.

마음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세 명으로 줄었다.

남은 자들의 소리는 더욱 뾰족해 졌다.

사정없이 휘두르는 혀끝에 베여 아이는 서럽게 울곤 했다.

그 아이는 어김없이 나였다.


"그래도 가족이잖아"

이 말이 꼭 칼날 같다.

찢고 또 찢었던 그 자리를 다시 한번 스치고 지나간다.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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