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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필노트spilot Jul 15. 2024

홍명보는 개인의 도전을 하면 안 되나?

손흥민의 개인 통산 마지막 월드컵을 응원한다기에 드는 생각...

누군가를 치켜세우거나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글이 아님을 밝히며 독자분들께서 이 글을 오해 없이 읽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홍명보 국가대표감독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선임에 후 폭풍이 정말 거세다. 나는 평소 비판할건 하고 인정할 건 하자는 마음인데, 무엇보다 대중의 무분별한 '습관성 비판'을 줄이기 위해 찬반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7월 15일) 홍명보 A축구대표팀 감독이 유럽 출장에 나섰다. 유럽파 코치진들을 찾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그의 출국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인터뷰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나는 유튜브로 인터뷰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 많은 언론의 메인을 장식한 것 중에 하나가 홍명보 감독이 발언한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였고 이것이 또 한 번 공분을 사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요약본 링크: (출처 'KBS 스포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1851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콘텐츠를 보게 됐다. 알고리즘에 따라 <이스타티비>에서 "인생 마지막도전 응원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개인의 마지막을 위해 왜 우리가 응원을 하냐는 부분을 비판하는 게 영상의 내용 골자였다.


하지만 너무 말 한마디를 가지고 길게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국 축구가 위기이고 5개월간 감독 공석의 상황에서 절차가 무시되고 구닥다리 행정에 대해 반성하는 사람이 없으니 홍명보 감독의 선임과 그 고집을 비판하는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큰 틀에서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너무 많은 감정을 싣고 넘겨짚어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너무 많다고 느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7월15일)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마지막 도전을 도와주고 싶은데 우리 축구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영상을 유튜브로 보았다. 일례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국민적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빛나게 하기 위해 '원 팀'이 되었고, 그 부분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큰 모티브가 되었는데 이는 보기 좋은 '팀 스피릿'의 본보기가 되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해도 되고 홍명보는 안되나?


위 영상들을 보고 순간 많은 평론가분들에게 의문이 들었다. 왜 손흥민이나 메시의 마지막 도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도 되는 건지, 아니면 한국축구가 균형 잡힐 수 있게 선수들도 개인적인 의지와 목표 따위는 가지면서 대표팀을 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손흥민은 국민영웅이라 개인 도전을 응원해야 하고, 홍명보는 이제 국민 쓰레기라는 여론이 형성되었기에 안된다는 걸까? 홍감독 개인의 마지막 도전을 나는 응원하지는 않는다. 대한축구협회가 기준과 규칙을 어기며 우격다짐하는 것에 무능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홍감독의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한 이번 의견 번복에 느낀 배신감과 황당함을 보고도 그를 응원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반대로 실패하기를 저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포부일 뿐이다. 그걸 어쩌라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지금 비판받아야 할 것은 홍명보 감독이 왜 울산을 버리고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었는지, 번복되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협회와의 또 다른 숨은 이야기는 없었는지다.


평론가라는 입장에 서있다면 그들은 여론보다 조금 더 중립적인 심판자의 위치에 가까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는 그분들이 큰 산을 보지 않고 말 그대로 단어나 말 어투 하나에 빠져서 홍감독의 어휘력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덩달아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조회수를 늘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 큰 그림을 바꾸고 싶었다면..."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지난주 울산 경기 이후 인터뷰한 홍명보 감독이 "박주호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컨넥션'을 활용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는 말에 유튜브 <달수네 라이브>에서는 '컨넥션'이 사전적으로 음모를 꾸미는 것에 쓰는 단어에 가까워 '네트워크'라는 단어로 대체해 말했어야 했다며 홍감독이 일부러 박주호를 저격했다는 느낌을 가지게 지적을 했다. 이 날 박문성위원의 많은 이야기에 공감을 했음에도 딱 이 부분 하나는 정말 너무 갔다 싶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슬로건이었던 "Passion. Connected."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외에도 오늘 충격받은 썸네일이 두 개나 있었는데 바로 SBS News와 smg(스포츠머그)의 제목이 가관이었다. 만든 이는 시청자들이 아래 썸네일을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라기에 저렇게 제목을 적을 수 있었을까? 정말 사람이 죽어가도 조회수만 빼먹으면 그만일듯하다.

최대한 자극 적이게 꾸민 썸네일

위 링크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오늘 출국 전 인천공항 인터뷰에 응한 홍감독의 내용을 정작 들어보면 한 기자가 후배들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홍감독은 오히려 서슴없이 "누구든지 다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의견들을 잘 받아서 제가 좋은 것들을 팀에 반영해 가겠다."라고 했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후배들이 쓴소리 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이 걸 어떻게 해서든 '홍명보가 후배들 말에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라고 포장하기 위해 저런 썸네일을 만들었다면, 그 자 역시 한국축구를 해치기 위해 노력하는 자일뿐이고, 선후배 간 이간질을 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유튜버들은 너무 여론에 공감만을 얻기 위해 한 사람을 쥐 잡듯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잔인하다. 욕할 때 넷상에서 반응이 좋으니 너도 나도 비슷한 의견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일반 대중들은 너무 쉽게 휩쓸려 그게 다인줄 알고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을 보태며 무분별하게 욕을 해댄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은 화려하길 바라기에 그 개인의 마지막이 대표팀의 성과보다 더 찬란해야 한다고 누군가 의견을 밀고 나간다면 나는 오히려 그런 일관성에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팬들과 여론이 분위기를 그렇게 형성한다면 모를까 자칭 축구 평론가라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지금의 축구협회 카르텔에 진저리가 났는데 또 다른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그런 또 다른 카르텔과 차별을 원하는 것일까? 지금 홍명보 감독을 욕하는 이유는 홍감독만 혜택 받아 규정이란 규정은 모두 무시된 채 불공정하게 그 자리에 올라갔다고 그렇게 목소리 높여 말해왔던 것 아닌가? 홍명보는 되고 다른 외국인 감독들은 안 됐던 불공정에 분노했던 그들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라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언급해도 된다면 그 말에는 과연 어폐가 없는가? 손흥민 개인의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그 밑에 수많은 사람들이 제발 조연으로만 있어달라는 부분은 팬으로써만 할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절차를 무시한 협회와 그에 동의한 홍감독의 문제를 지적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스템을 붕괴한 파괴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갔고 '내 속에서 무언가 끓어 올라왔다', '나는 나를 버렸다.'라는 말을 꼬리 잡아 비웃음을 계속 재생산하는 게 '평론'이란 게 되어버린 것 같다. 한국 축구를 위한 모습은 어디 있나. 나의 과장된 기대에서 비롯된 실망일 수도 있다. 그저 결국 축구 유튜버로써 이번 기회를 대목으로 살려 바른말 한마디씩 하는 것으로 끝인데 내가 너무 진지한 것일 수도 있다.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에 차라리 "홍감독님 분위기도 안 좋은데 그런 발언에 눈치 챙겨라"라고 말한다면 그게 오늘에 더 어울리는 비판이었다. 감독들도 결국 팀의 도전을 이끔과 동시에 다 개인의 이름으로 도전하는 건 맞다. 제시 마시가 오든 바그너가 오든 신태용이 와도 한국 축구에 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그들도 그들의 개인적 도전을 하는 건데 선수에게나 감독에게나 개인적으로 각자가 품은 마음들을 가지지 말라고는 그 누구도 할 수는 없다.


SNS나 유튜브의 한계를 이럴 때마다 너무 느낀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선임과정에서의 불공정, 불합리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비판에 귀를 닫는 협회에 초점을 계속 가져가서 홍명보 감독을 내려오게 하던지, 협회장을 내려오게 하던지 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홍감독이 개인을 위한 도전이 얼토당토 하지 않다는 것으로 감독직에서 내려오라는 의견은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다. 그런 이유라면 뉴스 헤드라인에 "000 선수의 마지막 도전"과 유사한 타이틀은 다 개인적 욕심이 너무하다며 욕먹어야 할 테니...


또 다른 인터넷 뉴스 영상에서는 원래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 파이널리스트인데 홍감독이 술집 드나드는 바람에 4강 탈락을 시켰다느니, 최하 수준의 전술을 가진 감독인데 순전히 고대라인으로만 지금까지 올라왔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솔직히 많은 평론가와 기자들, 축구 관계자들이 그게 지금의 홍명보의 전부라고 생각은 안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여론이 너무 안 좋으니 가짜뉴스 쏟아내는 일부 짜깁기 유튜버들에게 놀아나고 있다. 나는 그 와중에 이름 있고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와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달수네 라이브>, <뽈리TV>, <이스타티비>와 같은 채널들이 이런 막장 뉴스에 대해서는 한국축구를 위해 과도한 비방들은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론이 다 그렇게 흘러간다고 해서 중심을 잡아주는 언론과 평론가가 하나도 없는지 그것도 의문일 뿐이다. 결국 한국 언론과 여론은 결국 그냥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휘둘리는구나 하는 착잡함까지 드는 날이다.



몇 가지 내가 가진 수준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에 비판을 했지만 <달수네 라이브>, <이스타티비> 등을 언급해서 그 채널과 출연자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며, 평소 자주 보는 채널이지만 영상을 보다 느끼는 쓰라린 마음에 이렇게 글로 표현하게 되었다. 채널 관계자분들은 잘못된 축구협회 행정에 소신 있는 말씀 계속해주시길 바라며 무엇보다 다른 채널보다 중심을 잡아주시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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