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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필노트spilot Jun 19. 2024

손흥민이 주장 재질인가?

Is Sonny captain material?

문득 몇 주전 토트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손흥민을 평하는 댓글 하나를 보았다. "Is he(Sonny) captain material? Be honest."

손흥민이 '캡틴 재질'이냐는 이 댓글에는 55개의 대댓글이 달렸다.

⚽️ 시작글

위 댓글이 달린 해당 콘텐츠는 토트넘이 리버풀에게 2-4로 패배한 직 후 인터뷰한 손흥민의 영상이었고, 당시 토트넘은 뉴캐슬(0-4), 아스널(2-3), 첼시(0-2) 전에 이어 리버풀에게까지 4연패하면서 주장인 쏘니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2024.5.5.) 리버풀 vs 토트넘 경기 후 인터뷰

24-2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도전 중이었던 토트넘의 무기력함에 팬들의 실망이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부분은 고려되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지만 손흥민의 인터뷰 영상 아래 달린 댓글에는 손흥민의 주장 자질에 대한 글까지 올라왔고, 이 부분에 대해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토트넘의 당시 리그 4연패 기록 (실점이 너무 많다..)

⚽️ 팀 내 최고의 선수임은 이견이 없었다.

사실 많은 댓글에서 손흥민이 가진 주장의 품격에 공감하는 의견을 찾아볼 수 있었다.

"네, 그는 주장감입니다. 그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은 부끄러운 줄 아세요. 그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Yes, he is captain material. Shame on any fans questioning him. He is world class. 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우리는 운이 좋아요. 왜 항상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 선수를 우리는 떠나보내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토트넘에) 남을 필요가 없는데도 남아 있다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We're lucky to have him. Not sure why we always manage to turn on players who do so much for us, but we are incredibly lucky he's stayed when he didn't have to."

손흥민은 토트넘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빛나는 경력을 쌓아왔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00경기를 넘게 뛰었고 통산 162골을 기록했는데 경력면에서 그를 의심할 여지가 있을까 싶다. 팀의 핵심 선수로 인정받은 지도 오래이고,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이다. 더 나아가, 미디어에서는 손흥민의 성품을 자주 논하는데, 해외 매체에서는 쏘니를 겸손하고 성실하며,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나이스 가이'의 평을 받는 그가 주장이 아니면 누가 주장인가에 대해 오히려 반문을 할만하다. 그럼 완성형 선수에 가까운 손흥민에게는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 것일까? "공격수" 손흥민에게는 결점을 찾기 힘들지만, "주장" 손흥민에게는 몇 가지 불완전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 불완전함의 가장 큰 쟁점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째. - 그래서 결국 팀은 단결이 되었나? 

둘째. - 그는 "언더 프레셔" 상황인가? 

EPL 역사상 한국인 주장은 2011-12 시즌의 QPR의 박지성, 그리고 손흥민 단 두 명뿐이다.

첫 째. - 그래서 결국 팀이 단결이 되었나? 

전체적으로 보면 토트넘이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지난 1년간 어두운 터널을 거쳐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언제나 공동체 생활에서의 분위기에는 등락이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치 않은 결론에 도달했을 때가 결국 분란의 씨앗이 되기 마련인데 토트넘의 23-24 시즌 막판경기력은 무기력했고, 대표팀의 카타르 아시안컵 피날레는 탁구게이트로 초라함만 남았다는 사실로 보면, (결코 내부 단결력을 외부에서 단적으로 판결할 수 없다 생각하지만) 결과를 놓고 본다면 어쨌든 감독의 부족함을 차치하고서라도 토트넘은 토트넘대로 대표팀은 대표팀대로 팀에 결속력은 찾기 어려웠던 것이 팩트다. 

이를 손흥민의 '과업'이 아닌 주장이었을 때 생긴 '불운'으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그가 쌓고 있는 명성에 비해서 안타까운 부분이며, '주장 완장'이 그에게 없었다면 평가 요소에서 전적으로 배제되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손흥민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사실 아쉬운 대목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당일(2024.06.16)에도 소속팀 동료 벤탕쿠르가 손흥민을 인종차별 했다는 논란으로 스포츠 뉴스란이 '핫'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선수단 내부에서 비단 크리티컬 하지 않다 하더라도 팀에 작은 분열을 초래하고 유리잔에 실금이 많이 가면 어느 순간 스치기만 해도 잔은 깨질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손흥민은 아무런 발언이나 행동을 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외부에서도 어느 순간 "왜 그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그러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흥민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포츠는 결과도 가져와야 반쪽자리 성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 팬들은 현재의 손흥민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양" 선수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되면 EPL 그 어느 팀도 언제든 인연을 종료할 수 있는 관계인게 이 세계에서는 적어도 솔직하고 냉정한 표현일 것이다. 


둘째. - 그는 "언더 프레셔" 상황인가? 

손흥민은 자신의 표현에 있어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2014년, 2018년, 2022년 월드컵 때마다 그의 눈물을 볼 수 있었고 기쁨을 표현하는 만큼 슬픔을 잘 표현하는 센시티브 한 사람인 것 같다. 인터뷰를 볼 때도 손흥민은 무리한 발언을 하지 않는 절제된 선에서도 상투적인 답변만 하지는 않아 기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손흥민이 주장이 되고 나서 조금은 특별한 패턴을 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터뷰 중 "주장" 또는 "Captain(캡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 한다는 것이다. 

'주장 쏘니'에 대한 화제가 일단 너무 많고,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as a captain..'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보면, 이미 스스로 '주장'에 대해 무게감을 너무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해외 토트넘 팬이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는데 다음과 같다.

"주장이라는 이유로 압박을 받는다면 그건 주장이 아닙니다."

꽤 수긍이 되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면 손흥민의 전임 주장이었던 헤리 케인나 후고 요리스, 대표팀의 박지성은 인터뷰 때마다 "주장이니까", "주장으로써"라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쏘니는 스스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너무 주장직에 과몰입된 상황은 아닐까란 안타까운 의심도 들었다.

"주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장의 자질(재질) 아니라고 해서 나쁜 선수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퀄리티입니다. (중간 생략) 손흥민은 많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토트넘은 공격에서 그를 필요로 합니다. 주장이라는 이유로 압박을 받는다면 그건 주장이 아닙니다." (이하 생략)


손흥민을 두고 벌어지는 이 논쟁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의 축구 실력을 의심해 생긴 논쟁은 분명 아니었다. 위에 주장 재질을 언급한 팬들 또한 그가 토트넘 공격에 필요한 존재임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주장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무엇이고, 또 한국 축구에 무엇이 이득일까? 




⚽️ 주장으로서의 적합성

살면서 주변을 보면 무덤덤한 여유로움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운동선수 중에는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유형일 텐데 손흥민은 이런 유형은 분명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최종전인 중국전(2024.06.11)에서도 중국 관중들의 심한 야유 속에 손흥민은 웃어 보이며 3:0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특별히 야유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홈에서 한국 팬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필자도 손흥민의 이런 제스처에 통쾌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양국 팬들 사이에선 아무 일이 없어 다행이었으며, 손흥민의 제스처에 만약 만약 상대 팬들이 흥분하여 선수에게, 또는 우리 팬들에게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켜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한민국의 주장은 또 다른 평가도 감수해야 했을지 모른다. 따라서 쏘니는 여러 압박 속에 결과론 적으로 당일 인상적인 대처는 했지만, 결국 '3:0 제스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압박과 야유에 흔들렸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에, 김연아 또는 박지성의 그 무덤덤한 냉철함과 의연함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2024.6.11) 한국 vs 중국, 중국 팬들의 야유에 대응하고 있는 손흥민

여기서 다시 토트넘 한 팬의 질문이었던 "Is he captain material?(그가 주장 재질인가?)"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고 싶다. "Captain material"에 대한 해석을 엄밀히 두 가지로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것이 주장의 재질(타고난 기질과 재능)을 묻는 것이라면 조금 용기를 내 "아니다(NO)."라고 답해보겠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질과 재능을 활용해서만 살아가는지를 반문한다면 사실 쉬운 대답일 수 있겠다. 축구계의 GOAT(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또한 소속팀과 자국팀에서 긴 시간 주장을 해 왔지만 리더십의 영역에서만 보면 '주장의 재질'이 아니라는 평이 꽤 많다. 반대로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의 스타로 추앙받는 선수들은 동료의 존경을 한 몸에 받기에 선수들이 그 선수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손흥민도 메날두와 동일한 과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관점에서 "Captain material"이 주장의 자질(자격)을 말하는 것이라면 고민 없이 "예(YES)"라고 답하고 싶다. 자격은 재능 있는 사람만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그가 리더십에 어울리는 마음은 타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누구보다 축구적 기질과 승부사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그야말로 '축구 재질'이다. 


따라서 A대표팀에서 현재 쏘니만큼의 주장감은 없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써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도 그걸 안다. 때문에 행동 하나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락커룸 안과 필드 위에서 하는 행동들, 팬들과 스태프를 대하는 모습까지 후배들에게는 모두 배울 점이 된다. 경기력 또한 그라운드 위 존재 만으로도 팀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태국전, 떨어진 주장 완장을 줍는 손흥민


⚽️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지독한 노력형 선수. 그리고 '모범적 리더'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훈련한 일화들은 숱하게 들었기에 나열하지 않겠지만, 손흥민의 열의와 노력에 나는 사실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는 한 발 더 앞서나간 선수로서, 스스로 그 성공과 미리 앞서 알게 된 지식들이 단순히 본인만 잘해서라고 여기지 않는 듯하다. 자신이 십수 년간 유럽에서 빨아드린 모든 것들을 사회에 공유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책임감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것이지만 (뭐... 아버지는 시켰을지도 ^^), 손흥민은 아마도 본인 스스로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선구자의 역할을 다 하려는 책임감 때문에 대표팀은 물론이거니와 토트넘에서도 주장의 길을 군 말없이 이어가려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본인이 희생해서 얻어내는 것들에 대해 사회가 만족해 주고 기여가 된다면 충분히 본인은 감수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그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읽어볼 수 있다. (그가 선진 축구 시스템에서 터득한 경험 하나하나가 특히 우리 축구의 뿌리인 유소년 축구에 '영양제'인 셈이다.) 주장이란 의미는 그에게 그런 것일 거라 감히 짐작해 본다.


결론적으로, 손흥민은 '모범적 리더'로서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가 냉철한 유형의 '리더 재질'은 아닐지언정 훌륭한 퍼포먼스와 축구 외적으로도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가 주장으로서도 토트넘과 대표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믿어본다. 이제 선수 황혼기에 접어든 손흥민이지만 그의 성장과 리더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도 해본다. 우리는 손흥민 시대에 살고 있다. 끝.



⚽️ 마침글: 지나친 부담과 미디어의 역할

여론과 방송에서는 허구한 날 "캡틴 쏘니"를 논한다. 높은 조회수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난이다 싶다. 손흥민은 선수로서 이미 훌륭하기 때문에 '선수 쏘니'의 가치가 더 많이 부각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현재는 '주장 쏘니'가 부각되면서 손흥민 스스로도 본인의 플레이 보다 '주장으로서 더 열심히,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수 손흥민'보다는 '주장 손흥민'만이 부각되는 상황을 만들어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언론의 순 기능을 한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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