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작성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완벽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전부 옳은, 비문이 아닌 간결하고 완벽하게 완성된 문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이 글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글이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대로 적고 있다. 어떤 단어가 더욱 어울릴지 이 맞춤법이 맞는지 검색해 확인하고 싶은 생각을 참고 그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쓴 문장을 전부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이 이 문장을 적으면서도 들고 있다. 분명 이 글을 완성하면 나는 지금까지 쓴 것 중 최악의 글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악이자, 최초의 완성된 글일 것이다.
책을, 글을, 텍스트를 좋아한다. 어렸을 적 한명쯤 있는 반에서 책만 읽는 애 그런 애였다. 어렸을 적에는 기대를 많이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똑똑하다던가 뭐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그 기대는 깨졌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공부가 아니라. 중학생 때는 1년에 한권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웹소설에 빠져 그것만 줄곧 읽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이번에도 역시나 당연하게도 재미를 위해서.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내세울 만한 것은아니었다. 유명한 소설이나 세계문학 그런 것은 읽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제목이, 내용이 나를 이끌면 읽었었던 것이었으니까.
보통 내가 읽는 것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였다. 에세이는 그렇다 쳐도 재미를 위해 읽는다고 했으면서 왜 자기계발서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나는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던 것 같다. 아니 있다. 지금도, 아마 평생 이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낄 정도이다. 지금의 나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나를 변화시킬 수는 없는 나약하고 무력한 인간이다. 사실은 그냥 의지가 부족하고 힘든 일을 하기 싫어 이럴게 길게 변명을 하고 있는것이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자기계발서는 마치 마법 같았다. 아무런 고통 없이 읽기만 해도 내 삶이 좀 더 괜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가볍게 무시하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들은 놀랍게도 재미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비법을 익혀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자기계발서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이 되었고 당연하게도 몇 권을 읽어도 실천이 없으니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있었으니 상관없다.
책의 지식을 위한 물건이라는 편견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냥 오락으로서 즐기는 문화가 되면 좋겠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 책을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데 사실 속독을 하다 보면 내용이 머릿속에 안 들어오는 경우도 꽤 많다. 어려운 책이나 소설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흔하게 존재한다. 절반밖에 안 읽고 포기한 책도 중간에 흐름이 끊겨 그대로 덮고 잊어버린 책도 정말 많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다. 꼭 처음 읽을 때 완벽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읽고 싶으면 읽고 아니면 마는거다. 이해가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해도 상관없다. 본인이 더 이해하고 싶으면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며 다시 읽어도 되고 아니면 그냥 어려운 책이네 하고 넘기고 다른 책을 읽어도 된다. 가볍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독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려면 일정한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레벨2는 되지 못한다. 아니 사실 레벨1도 도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경험치를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고는 한다. 내가 레벨 0의 중반부인지 아니면 경험치 10만 더 있으면 레벨 1로 갈 수 있는 상황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보이는 것은 레벨 0 이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오늘도 책을 읽는다. 바로 내일 나에게 레벨업의 기회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생각보다 글이 쉽게 써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엉망진창 꼬여있고 주제가 휙휙바뀌는 이상한 글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성했다. 이게 뭐라고 지금까지 계속 두려워하며 컴퓨터 앞에서 고민했나 싶다. 하나 완성하니 분명 다음은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어이없는 자신감도 든다. 아무튼 오늘은 완벽한 글의 공포에서 벗어난 오늘을 기념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