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고집 센 커플이 싸움을 멈춘 건

by hosu네

나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답정너이기도 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취향이 없는 부분에서는 정말 모든 말들을 다 듣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답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죽어도 내가 옳다고 외치는 것이다.


이게 제일 많이 흔들렸을 때는 남편과 연애했을 때였다. 나는 결혼 전 2년간 남편과 연애를 했는데, 연애 시작 1년 후부터 거의 매일을 싸웠던 것 같다. 그때는 언제 헤어질지 고민도 많았다. 이렇게까지 안 맞는데, 굳이 사귀어야 할 필요가 있나.


그때 싸움이 끝난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렇구나. 우리 둘은 이 생각을 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느 순간.


연애 초기 1년간 모든 걸 나에게 맞춰주던 남편은, 이렇게 있다가는 자신의 불만이 점점 너무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남편도 나 못지않게 고집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계속 맞춰주다가 보니 위기감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맞춰주던 남편이 달라진 것에 당황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남편은 결혼을 할 거라면, 그래서 나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이 생각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믿어 나와 싸우기 시작했다. 어느 때에는 내가 100% 맞는데도 남편이 어깃장을 놓을 때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자존심에 굽히기 싫어 남편의 말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맞춰주어야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싸움이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우리 둘 다 느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고,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말은 그렇구나. 였다. 네 생각은 그렇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생각의 차이만 있다고 하면 인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도 다르다면 이제 조율이 필요하다.

생각의 틀이 좀 더 좁고 옳다고 생각하는 게 명확한 나는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했다. 예전에는 내 답을 네가 맞혀봐라는 식으로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확실히 나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말하자면 배수의 진을 치는 것. 나는 비싼 제습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공기질을 중시해서 제습기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공기질 관리를 도맡아 하는 남편에게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할 수 없다. 나는 공기질을 관리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격대를 다시 정해 본다. 이 이상은 안된다. 를 이야기한다. 남편은 제일 비싸고 제일 예쁜 친구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 정도 되면 자신도 한 발짝 물러난다.


어릴 때 내 생각과 다른 사람과는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 덕에 나에게도 좀 유연성이 생겼다. 마치 공식처럼, 생각이 다를 때에는 일단 그렇구나를 머릿속에 넣는다. 그리고 이 다른 면이 윤리, 도덕적인 면이 아니라면 맞출 수 있는 부분인지 굳이 안 맞춰도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나도 그 다른 사람 중 하나라면 나도 누군가 맞추어 주어야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구나, 맘 속에 외친다. 남을 위한 게 아니다. 결국 나를 위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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