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 마이 데이지 Dec 28. 2021

나를 찾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를 찾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생각 없이 나의 부족함만 탓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무엇이 나를 아프게 했고, 나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타인이 말하는 내가,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나의 전부가 되었다. 나의 생각과 감정에는 확신이 없었다.


나는 자기 확신이 부족한 채로  사람의 엄마가 되어버렸고 아이의 밥통이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나만 탓하며 살았다. 그러다 아이가 말문이 트였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에게  상처를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시간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가족과의 관계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나 자신의 상처와 아픔 모든 것들이 한순간 터져버렸다.


그리고 검은 거짓말에 가려져있던 찬란한 행복은 사실 내가 가짜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진짜 행복이 다 사라진 줄 알고 괴로워했다. 인생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서 땅을 파서 내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나를 구해준 건 친정 엄마다.

친정 엄마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본인은 없었으면서 나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 손을 잡아 주셨다.


그 손을 잡고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했던 게 맞는지, 내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게 나의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26년 동안 나라는 사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걸 하루 만에 알고 싶어 했으니…. 어려웠던 게 당연하다. 그래서 다시 힘들어했다. 많이 아파했다. 혼자는 해낼 수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했다.


그래서 아픈 마음을 친구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친구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어딜 가나 무슨 일이 있든지 나는 나의 친구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덜 아팠다. 고마웠다. 그리고 친구를 통해 내가 본 세상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친정 엄마 덕에 나의 세상에 한발 내디뎠다면, 친구 덕에 타인 앞에서 나다워지는 법을 배웠다.


희미하지만 어느 정도 나의 것의 형상이 생기자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상처를 작업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에 나아가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서툰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진심이 없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쓸데없이 꼬여버린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식사했어요?”

“잘 지내요?”

“요즘 뭐해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했고 하기 싫어했던 말들. 이걸 들으면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물어본다거나, 뭐가 저리 궁금할까라든가 그렇게 꼬여버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진심만을 말한다고 나 스스로를 참 진실된 사람인 것처럼 대단하게 만들었다.


매번 식사했냐 묻는 언니가 있었다. 물을 때마다 마침 식사 후라 “네 했어요.”라고 단답형으로 대답을 했다. 그런데 하루는 진짜 밥을 못 먹어서 “아니요.”라고 말하니 진심으로 걱정 어린 말투로 “왜요? 왜 아직도 못 했어요~ 많이 바빴나 봐요~” 라더라. 깨달음은 언제나 뜬금없이 오는지, 그날 그 별거 아닌 것에 인간관계라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별 거 아닌 것 같고 형식적인 대화지만 그래도 따뜻한 말 표현은 해야 하는 거구나.


그 후로 사람들이 물어보면 나도 되물어 보기 시작했다.

“네. 했어요. 언니는요?”


나만 바라본다고 내 이야기만 해서는 나를 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속 이야기, 나의 감정을 먼저 바라보아야 하는 건 꼭 필요하다.


아무튼, 나는 친정 엄마,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우면서 나를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