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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 마이 데이지 May 03. 2023

열 두살의 에피소드

자전거 사고



어제 퇴근길에 아들내미의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아들에게서 우리 아이의 자전거 사고 소식을 전해 들어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며 아직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니 도착하면 바로 전화를 준다는 다급한 전화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몇 분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아. 바닥에 얼굴이 부딪히면서 앞니가 입술을 뚫었어.“


‘오 마이 갓’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친구 엄마가 전화를 바꿔줬지만 아프고 놀란 마음에 떨리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겁이 났다. 친구 엄마가 자기가 아이들을 데리고 응급실에 먼저 데리고 가준다고 했지만 우리가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집에서 잠깐만 데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친구 집에 도착한 아들이 진정하고 나에게 페이스타임을 했다.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 예쁜 앞니 하나가 반 이상이 사라지고 윗입술은 충격에 떨어진 게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아이도 참고 있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데 마음이 아팠다.


20분쯤 걸렸나. 나는 응급실에 못 가는 어린 딸과 집으로 향했고 애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빠를 본 아들은 참았던 감정이 세어 나와 다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단다.


치료가 끝나고 늦게 귀가한 애 아빠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낮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젖은 신발을 자전거 핸들에 매달아 자전거를 타다가 앞바퀴에 신발이 걸려 들어가 그만 앞으로 넘어졌단다. 얼굴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앞니가 반이 부러지고 입술이 너덜너덜 찢어지게 된 거란다.


상황을 들어보니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놀랬을지 짐작이 갔다.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이 정말 감사했다.


꿰맨 입술 사이로 반 토막 난 이를 보이며 농담도 하고 웃는 아들을 보니 감사했다.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애 아빠가 함께 잤고 다음 날 아침, 치과에 전화를 걸어 응급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았다.


나는 학교는 당연히 쉬어야 한다 말했지만 아들은 바득바득 우겨 오전에 치과 방문 후 등교를 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얘기할 에피소드 하나 만든 것에 신나 보였다.


아마도 우리 아들에게 어제의 일은 그런 건가 보다.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중 하나.“


어릴 적 아빠의 멍청하지만 흥미롭고 어떤 건 자랑스러우면서 멋진 에피소드를 동경하던 아들이 자기도 뭔가 하나 생겼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 아이의 인생을 더 많이 응원하고 싶어졌다. 기쁨에 더 많이 기뻐해 주고, 아픔과 슬픔에 기댈 곳이 되어 주고, 잘못에 책임을 지도록 인도해 주면서 있는 힘껏 아이의 인생을 사랑해 주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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