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들이 ‘서예’에 빠진 이유

by 와이아트



빈센트 반 고흐가 일본의 목판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 고흐를 비롯해 많은 유럽 화가들은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유럽에 유행했던 일본 취향을 자포니즘(Japonisme)이라고 하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실제로 일본 판화의 영향이 잘 드러난다.


d11300114da50814599355e036c3654a3dd2a8b4-672x800.jpg.jpg 빈센트 반 고흐, Flowering plum tree, after Hiroshige, 1887.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구미술이 동양으로 유입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구의 화가들은 동양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1950년대 서구의 미술가들은 그래피즘, 부호, 글씨 등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는 ‘서예’와 연결이 된다. 이들이 19세기 말 유행했던 화려한 색채의 ‘자포니즘’과는 또 다른 동양의 조형요소인 흑백의 ‘서예’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보자.




서양화 × 서예


서양의 화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미학을 구축하고자 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전쟁이라는 것은 인간이 그동안 구축한 모든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참혹한 상황인 것 같다. 미술가들 또한 전쟁 이후 허무주의적인 신비주의에 몰두하기도 하고, 선불교 안에서 가능한 답변을 찾으려 하는 등 인간 이성을 다시금 사유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후의 비극적 분위기는 이들에게 ‘흑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cc8ea246-aea8-4f4b-b789-d22756085066.png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dt) 전시 전경 (출처: David Zwirner)


대략 1955년경부터 동양의 사상이 서구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일본미술이 서구에 소개되었는데, 서예와 수묵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미술 또한 간접적으로 서구에서 언급이 되기 시작한다. 1956년 창간된 『콰드럼(Quadrum)』 잡지를 통해서는 선(禪)사상이 알려지는 등 동서양 사이에 점차 교류가 이루어졌다.


W1siZiIsIjEwNTg4My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MjAwMFx1MDAzZSJdXQ.jpg K.R.H. Sonderborg, Composition, 1958. (출처: MoMA)


수묵화가 처음 서구에 소개되었을 때 마치 화난 듯 뒤틀리며, 때로는 부드럽고 유려하게 흐르는 부호들은 하나의 추상예술처럼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당연히 서예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을 가지는 장르이지만, 이들에게는 추상적 부호를 지니는 조형의 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GOTTLIEB_20241113_v57_banner.width-2000.jpg Adolph Gottlieb (출처: Pace Gallery)


최근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김환기와 함께 전시된 아돌프 고틀립(Adolph Gottlieb)의 경우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의 화면에서는 서체적인 충동뿐 아니라, 넓게 확산된 빛이나 공기의 투명성이 보이는데, 이는 분명 산수화의 영향으로 읽힌다.


물론 이들의 작품에 서예적인 특징이 나타나긴 하지만, 동양화의 획이 갖는 특성이나 리듬을 조형적으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 특히 동양의 미술에서는 ‘정신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피상적으로 그칠 수밖에 때문이다.


피에르 술라주.jpg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이러한 가운데 피에르 술라주와 같은 화가는 동서양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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