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1월의 리추얼로 셀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얼굴과 스타일이 느껴져 신기하다. 점차 성숙하고 차분해지는 게 보인달까.
27살이 되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내가 살아온 역사가 1년 더 쌓였단 것이니까.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열어 20대 초반에 찍었던 사진들을 봤다. 20살 때 사진들을 반도 다 보지 않았는데 한 시간이 흘렀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과거에 내가 뭐하고 지냈는지 구경하다 보니 현재의 내가 어떻게 이러한 삶을 살게 됐는지 이해가 갔다. 둘째, 과거의 나에게 더 잘해줄 걸 싶었다. 주름 한 점 없는 뽀얀 피부에도 나름의 불안함이 보였다. 그중 가장 신경 쓰인 것은 정돈되지 않은 방이었다. 그리고 방랑하며 밤낮을 지샌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수많은 사진들을 봐도 이 친구가 어디서 안정을 찾았을지 알 수 없었다.
나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와 플랫폼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인생을 부풀려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괜찮은 모습과 괜찮은 경험을 담백하게 담아내본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기억을 선물한다.
잘 살고 있었고, 잘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