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련을 시작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확실히 체감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잠을 자고, 샤워하고, 밥을 먹고, 자기 계발을 하는 등 필요한 루틴을 끝내고 나면 순수 자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았던 대학생 때와는 사뭇 다르다. 사실 대학 수업을 성실히 듣고 과제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을 위해 권장될 순 있지만 필수 사항은 아니니 말이다. 또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핸드폰 술게임을 하며 필터 없이 얕은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실수를 마음 한편에 숨겨놓고 눈감아주기도 한다. 실수가 눈두덩처럼 불어나자 슬그머니 무리에서 빠져나온다.
20대 후반이 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시간, 에너지, 돈을 불필요하게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며 즉흥적 행동에 앞서 심사숙고를 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은 국내 여행을 다녔는데, 동네에만 머문지도 벌써 5개월이다. 어제는 지하철로 5개 정거장인 영등포역에 가는데 새삼 멀게 느껴졌다.
연락과 만남, 그리고 관계에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졸이는 습관도 버려나가고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여기서 그 팁은 노후에 함께할 내 얼굴을 생각해 보면 된다. 아무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얼룩진 얼굴로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고 일어나 눈을 뜨기도 전에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에 잠식되어 온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뻣뻣하게 굳을 때도 있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외로움의 크기와 정도는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거시적으로 사고하게 되며 절제력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호흡에 집중하며 머릿속과 몸 안을 깨끗하고 텅 빈 무색의 에너지로 채워본다. 그 에너지는 나의 먹이가 되어 삶에서 또 다른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제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일까? 몇 년 뒤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나를 위해 이 글을 남긴다. 과거의 나는 항상 정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