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지 Jul 24. 2023

스피치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다

말하기에 자신 없는 내성적 인간의 도전기 1

바비처럼 당당하게 스피치하는 날이 오기를~
“나는 원래 말을 잘 못해.”

어렸을 때부터 발표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대학 시절 팀플을 할 때 발표 담당은 무조건 피했다. 어쩔 수 없이 개인 과제에 발표가 포함되면 대본을 그대로 읽었다. 졸업 후 취미로 다닌 어학원에서 자유로운 주제로 발표를 할 때도, 도망치고 싶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평소 3명 이상 있는 무리에서 혼자 말을 할 때면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빨개졌다. 아닌 척해야 하니 사람을 만날 때 베이스 메이크업은 필수였다.


이렇게 자신감 없는 나를 그나마 포장하고자, 친구들에게 나를 ‘말을 원래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럼 나의 어색한 모습이 정당화될 것 같았다.


당연한 거지만, 말하기는 사회생활의 기본 단위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매일같이 그 발표 공포증에 고통받아야 했다. 특히, 광고사업팀에서 광고주 커뮤니케이션을 주 업무로 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신입이라 옆자리에 앉은 상사에게 나의 전화 업무를 평가받아야 했다. 통화 메시지를 녹음하는 건 필수였다.


말하기를 덜 하는 직종에 가면 낫지 않을까 했다. 마침 광고 운영에서 에디팅 쪽으로 직무 전환을 하게 됐다. 하지만 에디팅은 글 쓰는 게 다가 아니었다. 팀 단위로 일이 진행되어 나는 내 아이디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팀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종종 발표도 해야 했다.


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상 ‘말하기’가 피할 수 없어졌다. 어떤 업무를 하든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었다. 그중에서 말하기는 기본 중에 더 기본이었다. 말하기는 배워나가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장착되어 있어야 할 기본 스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성인이고, 한국인이니까.


그래서 나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동안 회사생활의 기본 단위인 말하기를 공부하기로 다짐했다. 다행히 집 앞에 방송인 출신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스피치 학원이 있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어 당일 상담을 예약했다. 약 15분간의 방문 상담 후 1:1 코칭 수업을 7회 진행하기로 하고 일시불로 결제했다. 매주 1회 90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스피치 학원, 대망의 첫 수업이 시작되다.

백수 생활 한 달 차라 밤낮이 살짝 바뀐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피치 수업을 통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월요일 오전 10시로 수업을 잡았다. 뒤척이다 전날 새벽 3시 즈음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CU에서 서울우유 초코맛을 하나 사 학원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먼저 카메라 앞에 서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나이, 직업, 좋아하는 일, 취미 등등.. 스피치 할 때 평소 모습이 어떠한지 선생님께 날 것 그대로 보여드렸다.


나는 발음은 나쁜 편이 아니나, 자신감이 부족하고 음의 높낮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입을 세로로 벌리지 않고 가로로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평가 이후 성대를 만져보며 나에게 맞는 음을 찾고 그 음에 맞춰 책을 읽는 연습을 했다. 확실히 목소리가 편안해지고 입 모양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호흡도 가다듬어지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글을 읽게 되었다. 마침표 이후에 두 호흡 쉬는 습관도 빼놓지 않았다.


1:1 코칭 수업은 책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이론 학습과 즉흥 말하기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PREP 기법*을 활용해 내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연습을 계속했다. 즉흥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에 PREP 기법이 적용돼있지 않으면 다시 생각해 말을 했다.

* PREP 기법 = P:Point-요점, R:Reason-이유, E:Exemple-예시, P:Point-요점 재정리


즉흥 질문은 주로 내 현재 상황에 맞추어 직업 등 취업 면접 관련 질문으로 진행되었다. 다양한 소재로 1분 자기소개 구성해 보기, 나에게 직업이 어떤 의미인지,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 같은지 등


정답은 없었고 그저 내 생각을 논리 있게 말하면 됐다. 생각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상대방(선생님)이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면 선생님이 호응을 크게 해 주셨다.


못하는 걸 배워서 알게 되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다.

90분 동안 진행된 첫 수업이 그렇게 끝났다. 생각보다 재밌었고 진작 배울 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한 걸 새로 배우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못하는 걸 배워서 알게 되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는 것 같다. 내 안에 필요한 것들이 테트리스처럼 쌓아지는 느낌이랄까.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7주간 진행될 수업이 기대가 된다. 그동안 내성적인 성격으로 듣기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말하기도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설득력 있는, 논리적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7살,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것만 같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