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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Dec 13. 2023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2)

에이전시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갔다.

<지난 화>

1.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손해를 보더라도 결정을 내리지 말자.



2. Trust your gut.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로 설득을 하더라도.

합격을 했는데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뿐이었다. 2차 면접을 보기 전에도 이미 자다가 무섭고 심장이 답답한 기분이 들어 여러 번 깬 적이 있었다. 그래도 내 직감을 잠시 내려놓고 포기하지 않았던 건 그만큼 미국에 가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기회가 눈앞에 와있는데 놓치면 내 탓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 출국 전에 시간이 있으니, 내가 ㅇㅇ 자격증을 따고 ㅇㅇ에 대해 더 공부를 해가면 되지 않을까 문제의 화살을 나에게 돌렸다. 내가 부족하지 않았으면 이런 걱정도 안 했을 것 같았다.


내가 합격한 회사는 한국 회사였다. 그래서 합격의 조건도 출국 전 비자 발급받는 동안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이었다. 금요일 오전, 나는 합격 메일을 받았고 메일에는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여기서 난 또 쎄한 직감이 들었다. 사람이 급하고 일의 강도가 매우 높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난 내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기에 부족한 역량으로 강도 높은 회사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면접 때 나는 현재 취준생이니 바로 근무가 가능하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영업일 기준 바로 하루 전날 얘기해 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가 정말 지금 당장 바로를 의미한 건 아니었는데. 나는 또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후로 조율을 요청드렸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오지 않으면 프리랜서를 뽑아야 한다고. 미리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나는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던 회사에 연락드려 양해를 구하고 급히 그만두었다. 그리고 출근한 이 회사에서, 나는 1주일 동안 아무런 인수인계 혹은 일을 전달받지도 않았고, 그저 방치된 채 나 혼자 기업/제품 스터디를 진행했다.


난 이미 2년간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이런 회사의 경우 일하기 좋지 않은 환경을 가졌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에이전시에 연락해 합격 포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에이전시는 끈질겼다. 나에게 지속적으로 전화와 카톡을 하며 이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강조했다. 함께 일할 사수와 팀장님도 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사수 역시 J1 트레이니 비자로 온 한국인이어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나와 함께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서 말하는 팀장님도 실제 실무를 하는 '팀장'이 아니라, 대표를 '팀장'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미국 오피스에 근무하는 직원이 사수와 팀장 둘 뿐이니까.


여기에 더해 새로운 외국인 직원을 채용 고려하고 있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난 결국 출근했다. 아직 비자 비용도 내지 않았어서 일단 한국 오피스에 가보고 이상하면 합격 포기를 할 셈이었다.



<다음화>

3. 나에게 100% 맞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좋은 기회'와 '괜찮은 연봉'으로 포장해 나를 괴롭히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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