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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Dec 13. 2023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5)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런 선택을 하겠어요.

<지난 화>

4. 누군가 그거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다렸을지도. 하지만 이기적이여 보여도 먼저 빠르게 요청해야 한다.



5. 어쨌든 수고했다. 무너지지 않고 견뎌주어서.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포기를 했다. 

포기를 안 하려고 도전하기 전에 더 깊게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연습을 했는데 삶은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3개월 전으로 돌아가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일단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것 같다.


먼저 나에게 여행을 선물해서 짧더라도 새롭고 좋은 환경에 노출시켜 줄 것이다. 내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하고 여유롭게 미래를 계획할 시간도 주고 싶다. 앞서 겪은 트라우마들로부터 환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회사에 지원할 것 같다. J1 트레이니 비자로 미국 취업을 준비할 건데, 대신 내가 찝찝하고 쎄한 느낌이 든다면 그 회사를 가지 않고 그 에이전시와 컨택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다. 그렇게 맞는 회사를 못 찾아 미국 취업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지언정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참지 않을 것이다. 또 내가 모은 소중한 자산을 쉽게 써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의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신중하고 더 경계할 것이다.


J1 인턴/트레이니 비자로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에이전시를 고용하는 입장에 있기에 에이전시 앞에서 움츠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에이전시는 나의 상사도, 우리 회사의 대표도, 교수님도 아니다. 우리가 필요한 회사를 알선해주지 않고 업무 처리 방식이 깔끔하지 않으면 우리가 고용할 의무가 전혀 없다. 


출국 전에 확실히 회사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너무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내 넥스트 스텝이 이 회사와 미국 취업뿐이라는 착각 때문에 잘못된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대표와 회사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단단히 착각하고 그저 자기 계발을 해서 극복해 낼 심상이었다. 그렇게 안 좋은 환경에서 몇 주가 흘러 열정과 도전정신이 사라져 버리자, 그냥 빨리 출국을 해서 억지로라도 버텨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현지에 있으면 좀 다를까 싶었다. 그마저도 회사 측 사정으로 출국이 미뤄져서 불가능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고, 해외 취업은 외국인으로서 더 쉽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단단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마냥 꽃길만 펼쳐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내가 성장하게 되는 지압돌로 가득한 게 아니라, 나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파괴시키는 산불 한가운데 위치했다면, 당신의 직감을 믿고 다른 길을 알아보도 좋을 것 같다.


너무 수고했고, 무너지지 않고 견뎌주어서 고마워.



실패해도 괜찮아 시리즈 1 끝. -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1)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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