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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새벽 2시에 쓰는 글.

새벽 2시다.


나는 지인들과 매주 한 편의 글을 올리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이미 약속된 시간보다 두 시간이 흘렀다.


잠들기 전에 무언가를 써내야 하기에 욕조에 몸을 담근채 마지못해 메모장을 켰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인생의 목표처럼 느껴졌던 때가 엊그제이다. 그렇게 글쓰기모임을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쓰는 것에 대한 열정이 죽어버렸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글을 잘 쓴다. 여러모로 일반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현대 사회이다.


종종 사람들로부터 겸손하다는 말을 듣는다. 극과 극이기에 맞붙어버리는 자석처럼 겸손이라는 동전의 뒷면엔 오만, 자만, 교만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붙어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다.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새벽 2시 반이다.


눈꺼풀은 무겁고 타닥 거리는 핸드폰 자판 소리가 자장가처럼 달콤하게 들린다. 지금 당장이라도 폰을 던져놓고 잠에 들라고 몸이 아우성친다. 이 주의 글 주제인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대충 남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적어내라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진심을 내보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처럼 잠에 취한 김에 진짜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외모


나는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생겼다고 칭찬을 하면 매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아 아닙니다..." 또는 "감사합니다..." 따위의 말을 황송하다는 듯 건네지만 사실 속으로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같은 말을 들은 것 마냥 아무 감흥이 없다.


내 키가 큰 것도 좋다. 멀리서 걸어오는 키 큰 남자를 보고 ‘오 저 사람 키 크다’라고 속으로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 키가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약간 작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사람도 나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까 싶어서. 얼굴이 잘생긴 사람도 많고 키가 큰 사람도 많겠지만 둘 다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은 많이 없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생각이 내 나르시시즘의 근거이다.


일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나는 내 외모가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태어나서 제일 솔직한 순간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너 별로 잘생기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이 글의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나의 성격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이주의 글 주제였다면 성격부분으로 A4 한 페이지를 꽉꽉 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은 좋은 것만 쓰겠다. 나는 내 성격이 마음에 든다. 사람들에게 적당한 다정함으로 적당히 선을 긋고 유지하는 성격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잘난 사람을 만나도 쫄지 않고 여유를 갖고 대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애착도 크지 않다. 나는 그런 내 성격이 좋다. 사람들에게 활짝 웃어줄 때의 내 모습이 좋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내 모습도 좋다. 독서모임에서 리더로서의 페르소나도 참가자로서의 페르소나도 좋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과정보다는 결과이다. 28년 내 인생 속에서 지금만큼 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적이 없다. 그게 내가 나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근거이다.


쓰다 보니 나르시시즘 중증 환자의 글처럼 쓰였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심정으로 적었다. 더 적고 싶지만 너무 졸린 관계로 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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