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스포츠 도전기
아티스트웨이 7주차
이번 주에는 창조성 회복을 위한 올바른 마음가짐을 연습한다. 특히 실제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감수성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글과 연습, 과제는 당신의 진정한 창조적 관심이 무엇인지 파헤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관심이 당신의 마음속 꿈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투앤~ 쓰리앤~ 포앤~~원~ 퀵. 퀵. 슬로~우~”
새해 버킷리스트로 그동안 자기 제한에 걸려 차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중의 하나가 댄스 스포츠 배우기다. 작년 일 년동안 직장 근처에 있는 ‘댄스’학원 간판만 보고 다녔다. 들어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그러다 새해 첫 주 두 눈 질끈 감으며 수십 개의 방해꾼 세컨더리 신념들을 떨치고 등록했다. 댄스 스포츠 첫 입문자에게 기본 스텝을 배울 수 있는 룸바(Rumba) 댄스가 가장 적당하다 한다. 원장님이 보내준 시간표를 보니 수/금 오전반 아니면 저녁 반이라는데, 오전은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저녁 반은 5개월째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여유를 만들 수 있는 때는 근무가 없는 수요일 오전과 금요일 저녁 퇴근 이후 그것도 막내 영어학원이 끝나는 8시 10분 전까지다. 진도가 서로 다른 오전반과 오후반을 섞어야만 가능했다. 등록하자 마자 허덕이며 따라가야 했지만 개인 레슨으로 간극을 메워가며 일단 시작해 보자 했다. 긴 세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며, 좀 더 풍요롭고 흥 있는 시간으로 남은 삶을 채워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요일 오전반은 아무래도 주부들과 60, 70대 어르신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82세 백발의 언니(여기서는 그냥 다 언니, 동생이 된다.^^;;)분도 재미있게 수업을 받으신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50대인 나는 새색시다. “오~메, 오~메! 첫 날 이 정도하믄 나중엔 날러다니긋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든가?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내게 오히려 “잘한다”, “예쁘다” 해주시니 강습 첫날부터 어깨가 으쓱한다. ‘설마... 내게 진짜로 댄서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얌? 그걸 인제야 발견하게 된 거공? 그럼 이제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처럼 댄스를 주업으로 하고 한의원은 쉬엄쉬엄 부업으로 하는 건가?’ 혼자서 히죽거리며 소설 한 편을 후딱 쓴다. 하지만 실제 내 모습은 맨 뒷줄에 서서 다른 사람들 하는 것을 보고한 박자 늦게 따라 하기 일쑤고, 다른 사람이 오른쪽으로 갈 때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고, 눈치 보며 따라 하느라 팔다리가 어디로 가는지 정신이 없다. 단지 그 공간에서 음악에 맞추어 함께 춤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자아도취에 푹 빠져 춤 자체의 완성도는 중요치 않았다. ‘5개월 늦은 것을 어떻게 한순간 따라가랴~ ! 즐겁고 신나게 시간 보낼 수 있으면 되었지, 뭐~’ 재미있는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아이처럼 신이 났었다. 저녁 반 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요일 오전반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연습실 문을 열었다. 반짝이는 황금색 무도화에 각기 다른 스타일의 멋진 라틴 댄스복을 입은 네 명의 여성분들이 서 있었다. 저녁반은 전문 댄서들 반인가? 복장이 화려하고 날씬해서 처음에는 전문 댄서들이 강습을 도와주러 와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모두 강습생들이란다. ‘아마 분명 별로 실력은 없는데, 겉멋만 들었을 거야.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 법.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연습할 때 편하게 입을걸? 사부님들도 봐봐~ 다들 올 블랙이지.’ 평상복 검은 바지에 두꺼운 니트를 입은 내 모습을 옹호하기라도 하려는 듯 나도 모르게 불쑥 시기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고 음악에 맞추어 그녀들이 만든 리듬감에 깜짝 놀랐다. 사뿐사뿐 스텝을 밟으며 팔랑팔랑 움직이는 몸짓이 마치 나비 같았고, 회전하며 춤을 출 때면 술이 달린 치마가 한 송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음악이 빨라지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이어가는 그녀들의 그루브에 오히려 내가 흠뻑 빠져버렸다. 대충 뒤에서 적당히 비비며 잘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시늉만 내며 재미있게 하자~ 룸바 댄스를 쉽게 생각했던 마음이 쑥 들어갔다. 그녀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정말 멋지게 춤추고 싶어졌다.
부러워만 하지말고 무엇을 하면 될까?
다른 사람 복장을 운운하던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뒤따라가야 할 스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댄스복을 인터넷에서 주문한 일이었다. 하.하.역시 춤은 복장이지! 갖춰 입고 춤을 못 추면 망신이라, 잘 추려고 더욱더 연습하게 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나랑 같은 뻣뻣과인데, 매 강습 시간마다 눈에 확 띄는 다른 복장으로 바꿔 입고 오는 회원분의 마음을 알겠다. 그녀 또한 복장에 어울릴 만한 그녀만의 퀵.퀵. 슬로우~를 만들기 위해 이 시간에도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게다. 나비가 되고 싶은 몸치인 나처럼...
질투는 그런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버젓이 했을 때 느기는 좌절감이다. 질투심의 뿌리는 편협한 감정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행동하는 순간,
비로소 거기에는 단 한 자리가 아닌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아티스트웨이 218~2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