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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Jun 06. 2022

한소끔  쉬었다 가세요.

댄스 스포츠 좌충우돌 도전기2

아티스트웨이 9주차: 자기 보호 -중독성에서 벗어나기

예술은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그 과정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창조적인 과정이야말로
시간이라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창조성 그 자체이다.
이런 놀이의 핵심은 즐거움이다.

-아티스트 웨이 263P-

“지혜 님~ 투앤 쓰리앤 포앤드 원. 각각의 스텝과 동작이 끊어지면 안 돼요. 물 흘러가듯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해요. 멈추어 서 버리면 안 됩니다.”


“투, 쓰리는 퀵, 퀵이지만 포 앤드 원은 슬로~우예요. 뭉근하고 지긋하게... 푹 퍼져버리거나 멈추어 끝나버리면 안돼요. 눌려진 용수철이 튀어 오르려 하는 탄성을 가진 여유로운 머무름이 필요해요.”


“강, 강, 약으로 말한다면, 이 약은 맥이 다 풀려버린 약이 아닙니다. 강을 5라 한다면 3 정도의 긴장감이 있는 약을 유지해야 해요.”  


“룸바는 우아한 춤입니다. 여성 댄서가 조급해지면 끝입니다.


스포츠 댄스 강습을 시작하고 한 달째.                                                                                        

내게는 익숙지 않은 동작을 하며 스텝 순서 외우기도 바쁜데, 무슨 정신이 있으랴. 손발 따로, 몸 따로, 박자 따로, 3종 따로 국밥이다. 스텝 외우는 것은 둘째 치고 하나의 동작을 만드는데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고개는 숙이지 말고 시선은 상대의 오른쪽 귓불을 보고, 어깨는 솟지 않게 내리고 등 근육이 조이도록 가슴은 펴고, 상체가 가장 먼저 가는 방향을 정하면 다리가 이동하고 골반이 따라오면서 무게 중심이 바뀌도록 한다. 와~ 댄스 스포츠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렇게 어려운 춤인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거다. 삶에는 몰랐으니까 해본 일들이 참 많다. 덕분에 몰랐던 것을 알아가며 성장해가는거겠지? 연습 중 서로 어색하게 꼬인 팔다리를 풀며 혼자서 반성한 적도 있다. 


앞섰던 진도를 소나기밥 먹듯 허겁지겁 따라가며 여전히 좌충우돌 실수가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마지막 슬로우~ 포 원에서 뭉근한 여유를 가지라는 지적이다. 박자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여유로운 뭉근함이 없으면 박자가 빨라지면서 로봇이 춤을 추는 것 같이 된단다. 운전하는 것을 보면 평소 성격이 보이듯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살아온 삶이 보인다는 젊은 스승님의 말에 문득 내 모습이 돌아다 보였다. 원래 뻣뻣한 게 아니라, 여유로움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속에서 일만하는 로봇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학창 시절엔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느라 분단위로 시간을 쪼갰고, 무엇이 급했는지 사회생활의 자유로움도 누릴 새 없이 대학 졸업 전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바로 내달렸던 출산과 육아와 경영의 줄기찬 긴 레이스들. 숨 가쁘게 박음질해 온 매일 매일이 한 땀 한 땀 내 몸과 마음에 오롯히 각인되어 있었나 보다.


“다음 스텝과 동작하기 전에 '흡'하고 들이마시는 게 아니라, '휴~'하고 숨을 내쉬며 이완하세야해요, 지혜 님. 이제는 호흡을 바꿔보세요.”


새해 용기를 내어 ‘절대 안 돼!’란 마음의 금지선을 넘어 이제야 익히기 시작한 ‘포 앤드 원~’의 슬로~우 호흡. 춤을 출 때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포 앤드 원~'이 필요했음을 알겠다. 퇴근해 집에서도 늘 일거리로 바빴던 엄마가 짬짬이 춤 연습한다며 엉덩이를 흔들고 스텝을 밟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눈짓을 하며 입을 막고 킥킥거리더니, 어제는 회전하다가 기우뚱기우뚱 넘어지려는 몸을 겨우 추스르고 서 있는 나를 보며 "오~~ 사모님! 이젠 각도가 나오십니다. 넘어진 김에 한소끔 쉬었다 가세요.~"라고 농을 한다. 일상에서도 작게나마 '포 앤드 원~'의 짬을 즐기는 여유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박자 따로 몸 따로 뒤뚱뒤뚱 미운 로봇 오리처럼 춤을 추지만, 머리 위로 왼팔을 쭉 뻗어 굽혀진 손목에 손가락으로 각을 만들며  백조인 척 서 있는 내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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