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시타 바쿠, <ODD TAXI>(2021)
별안간 택시 모는 바다코끼리, 이곳은 주토피아?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바다코끼리, 그러니까 주인공 오도카와가 살고 있는 도쿄에 Try everything! 을 외치며 희망을 노래하는 ‘가젤’은 없다. 그저 실종 사건과 SNS 관종들로 시끄럽고 음침한 도쿄일 뿐. 오도카와의 무표정은 도쿄의 음침함을 한껏 더해준다. 전방만을 주시하는 안광 없는 눈동자와 사회성이 완벽히 결여된 말투의 콜라보… 게다가 당최 이해할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개그듀오의 만담 라디오만 주구장창 듣는다. 그래서 <오드택시>의 초반부는 다소 루즈하게 느껴진다. 그 목적이 오도카와의 재미없는 삶을 보여주는 데 있기 때문.
익명성, 무신경, 택시
익명성이라는 성질과 무신경이라는 온도를 가진 공간. 바로 택시다. 손님은 택시 기사에게 이름, 직업, 나이와 같은 개인정보를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그리고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은 목적지 뿐이다. 그래서 택시에서는 ‘익명’의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혹여나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더라도 마음 내키는대로 대답하면 그만이다. 가끔 폭풍 친화력을 뽐내시는 몇몇 기사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택시 기사와 손님은 서로 무신경한 온도를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간다. 그게 택시라는 공간의 암묵적인 룰이기도, 예의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익명성이라는 시스템을 ‘나를 숨기는 용도’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나를 드러내도 상관없는’ 방향으로 써버리는 사람이 꽤나 많다는 것. 특히 택시 기사의 무신경 온도가 높을 경우 더더욱 방향이 틀어진다. 뒷좌석에서 내 비밀, 회사 비밀, 남 비밀을 아무리 떠들어대도 기사님은 운전하시느라 바쁘니 관심도 없겠지. 하고 생각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오도카와는 평범한 택시 기사가 아니다. 어느 택시보다도 무신경 온도가 높았음에도, 오도카와의 ‘어떠한’ 능력 때문에 익명성은 힘을 잃는다. 공간의 속성이 인물로 인해 바뀌는 순간이다. 오도카와는 여전히 운전만 할 뿐이다. 하지만 택시 안의 성질과 온도가 바뀌는 순간, 몰입감의 차원이 달라진다.
뿌린 씨앗은 반드시 거두며,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다.
두 가지 사실만으로 <오드 택시>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스포 이슈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지만 허투루 만든 설정이 단 하나도 없다.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숙제, ‘가짜 세상을 진짜처럼 믿게 하기’를 거뜬히 해내면서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극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 <오드 택시>는 반전만을 위해 달려가는 작품이 아니다. 급발진이나 급정거 없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 한 편 한 편 충실히 달려간다.
1. 남들 다 아는 애니 말고, 2. 가벼운 주제 말고, 3. 몰입감 미친 미스터리 장르 를 원한다면 <오드 택시>만한 작품이 없다. 괜히 이리저리 찾아보다 스포 당하지 말고 넷플릭스나 웨이브에 바로 검색해서 보기 시작하는 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