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킹, <웡카>(2023)
긴 역경, 짧은 행복감. 또 긴 성장, 또 짧은 성취감.
짧지만 '좋은 맛'을 보기 위해 바쁘게 역경을 지나고 치열하게 커가야 하는 세상 속, 헛된 것을 상상하는 시간은 사치다. 내가 날 수 있다면 어떨까? 동물이나 음식으로 변한다면? 당장이라도 달에 갈 수 있다면? 구름으로 솜사탕을 만든다면? 평생 늙지 않을 수 있는 초콜릿이 있다면?
방금 나는 15소버린 짜리 몽상을 했다. <웡카> 속 달콤 백화점에는 '몽상 금지'라는 법이 있고, 벌금 3소버린까지 야무지게 받는다. 그래서 웡카는 매일 범법자 신세다.
웡카 초콜릿의 주성분은 바로 몽상. 주효과 또한 몽상이다. 날 수 있는 초콜릿을 보면, 조금은 날고 싶어진다. 헛된 상상이라고 해도, 조금은 믿고 싶어진다. 1소버린만 내면 가능하다. 아무 죄책감 없이 초콜릿은 물론, 몽상의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
우리 세상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성향이 '돈' 그리고 '자본'의 밑거름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웡카의 헛된 행보들은 헛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주머니를 뒤적여 1소버린을 찾게끔 만든다.
'드림 소사이어티':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주창한 개념)
그렇다. 웡카는 드림 소사이어티 속 소구점을 제대로 잡아냈다. 돈을 내고서라도 꿈꾸고 싶은 우리들은 웡카의 초콜릿을 기꺼이 구매한다.
내 꿈을 꿈틀거리게 만든다면, 내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면, 가치 있는 소비로 여기기 마련이니까.
영화 <웡카>가 좋았다,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부분에 있다. 몽상 금지인 도시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꿈꾸며, 결국 누군가의 꿈 그 자체가 되어버린 웡카. 우리 세상과는 사뭇 달라 더 뭉클하고 찬란했다. 놀이공원에서 나를 반겨주는 요정의 존재를 믿었고, 파도치는 바위에 앉아있는 인어공주의 존재를 믿었던. 헛되지만 가치 있는 상상들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래도
그저 환상에 불과한, 동화 같은, 뜬구름 잡는,
<웡카> 같은 영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