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en, 가치관, 정치 성향

by 하얀 얼굴 학생

그와 데이빗은 은근히 성격이 잘 맞는다. 점차 친해지자, 그와 데이빗은 함께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의 음식점 거리에서 함께 점심을 포장해 오기도 한다.


어느 날, 데이빗은 점심으로 Chicken을 먹자고 한다. 그는 귀가 번쩍 뜨인다. 그는 치킨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호주에 온 뒤로 치킨을 먹은 적이 거의 없고, 호주인인 데이빗의 입에서 치킨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는 당연히 OK라고 말한다. 그는 데이빗이 말하는 치킨이,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인 줄 알았다.


데이빗은 굳이 둘 다 갈 필요 없다며, 자신이 사오겠다고 말한다. 잠시 뒤 데이빗이 알루미늄 호일에 포장된 치킨을 들고 돌아온다. 고소한 냄새가 그를 자극한다. 드디어 데이빗이 벽돌 더미 위에 치킨을 올려놓고 호일을 벗긴다. 그런데 호일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치킨은, 그가 상상하던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다. 통닭이다. 닭 안에 찹쌀과 대추만 없을 뿐, 영락없는 통닭이다. 꼬챙이로 꽂아 트럭 뒤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기름을 쫙 뺀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너무나도 익숙한 통닭이다. 그는 자신의 상상이 틀린 것이 허탈하면서도 통닭이 반갑다. 한국 통닭이나 호주 통닭이나 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며 속으로 웃는다.


치킨은 똑같지만, 먹는 방식은 약간 차이가 있다. 이곳은 호주다. 호주도 식기를 쓰지만, 손을 식기로 쓰기도 한다. 데이빗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맨손으로 뜯어서 먹는다. 치킨 옆에는 감자튀김과 소금이 함께 있다. 그도 데이빗을 따라서 손으로 치킨을 뜯고 찢어서 먹는다. 건물을 철거하던 현장 한가운데에서 맨손으로 찢어먹는 닭고기는 백미다. 그는 치킨을 손으로 찢어먹는 자신과 데이빗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치킨을 먹으면서 여러 대화를 나눈다. 그는 데이빗의 일상, 결혼 생활에 대해 묻는다. 데이빗은 자신의 가정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다. 데이빗의 부인은 교사이며, 아들은 초등학생이다. 데이빗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혼에 대한 데이빗의 견해를 묻는다. 그의 관점에서는, 그가 만났던 백인 중 데이빗만이 유일하게 이혼을 하지 않은 일반적인 가정이다. 데이빗의 답변은 그의 시야를 확장시키면서도 혼란스럽게 한다. 데이빗은, 이혼에 대해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는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 이혼은 안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데이빗은 자식과 상관없이, 당사자들인 부부가 서로 함께하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굳이 같이 살 이유가 없다고 답한다. 너무나도 개인주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는 무언가 반문하고 싶었으나, 질문이 다듬어지질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반문은, '그래도 가족인데' 가 전부다. 데이빗의 답변, 철저하게 개인주의로 무장한 답변에 그는 반론하지 못한다.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데이빗이 정부에 대해 약간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받는다. 첫 번째 이유는 세금에 관련해서다. 데이빗의 부인은 교사로, 소득이 상당히 많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년에 상당히 많은 금액을 번다. 문제는 소득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한다는 것이다. 데이빗은 자신과 부인이 열심히 일해봤자, 호주 정부가 세금으로 너무 많이 떼어간다고 말한다. 버는 돈은 많은데, 세금을 떼고 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다. 그래서 아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기가 버겁다고 말한다. 젊은 데이빗 부부가 아들 하나만 낳은 이유일 수 있다.


두 번째, 데이빗은 사법 체계에도 반감을 갖고 있다. 이는 데이빗의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다. 데이빗은 길을 가다가,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현장을 발견했다. 데이빗은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묻고 싸움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데이빗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싸웠다. 결국 경찰이 왔는데, 데이빗까지 연루되어 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판사는 데이빗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찰을 기다리지 않고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빗은 재판에서 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판결을 내린다면, 나는 이제부터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더라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겠다." 이 말을 들은 판사는 불쾌함을 드러냈으나,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째, 데이빗은 한 때 컴퓨터 여러 대를 다루면서 해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데이빗의 말에 따르면, 국방부와 군대는 마음만 먹으면 위성을 통해서 어디든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리, 군대는 첨단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첨단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데이빗과의 이런 대화가 상당히 즐겁다. 그는 호주에 도착한 이후, 어떤 외국인과도 이런 류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의 그는 정치 및 사회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정치와 사회에 더 관심이 많고 공부를 많이 했더라면, 데이빗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빗의 이야기에서 더 많은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었을 터다.


그가 기억하는 것과 당시 데이빗에게 받았던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모든 사람과 모든 현상이 그렇듯,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없다. 사법 체계, 군대 이야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데이빗은 진보적 성격이 강한 듯하다. 하지만 세금 관련 이야기를 본다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적 의견도 갖고 있다. 그의 짧은 식견으로 결론 내리자면, 데이빗은 사안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적 입장을 모두 지니는 호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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