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고객사 재무정보 기입을 한창 진행하던 당시, S 팀장과의 대화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던 때로 기억한다.
S 팀장 : 얼굴이 요즘 뭐하니
그 : 네, 영업기획이랑 재무정보/신용등급/현금흐름등급 기입하고 있습니다.
S 팀장 : 음, 중요하지.
-정적-
S 팀장 : 해보니까 어때.
그 : 고객사가 엄청 많습니다.
S 팀장 : 우리 고객사가 좀 많지. 신생 IT 기업이 많을 거야. 스타트업들.
-정적-
그 : 팀장님, 제가 지금 기입하는 정보로, 고객사들 평가하시나요?
S 팀장 : 그렇지.
그 : 재무상태 안 좋고, 신용등급 안 좋은 고객사는 거래 중지하시나요?
S 팀장 : 자본 잠식인 애들. 그러니까 자본이 마이너스, 자기 돈 깎아먹은 애들은 당연히 그래야 되고. 신용등급보다는 현금흐름등급을 봐야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식당으로 들어선다.
그 : ... 지금 재무상태가 안 좋아도, 나중에 잘 될 수도 있지 않나요?
S 팀장 : 그럴 수도 있지. 왜?
그 : 숫자만 보고 거래 중지하면, 혹시 나중에 잘 될 고객사도 중지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식판을 집어들 차례다.
S 팀장 : 너 도박 좋아하니
그 : 도박이요? 안 좋아합니다.
S 팀장 : 물론 지금 재무상태 안 좋다가 나중에 잘 될 수도 있지. 그런데 지금 너가 하는 얘기는, 도박하자는 얘기랑 같은 거야.
그 : 아...
기업에서는, 막연한 희망과 꿈이 아닌 숫자로 판단하는 것이구나. S 팀장의 말을 들으며 그는 이렇게 느꼈다. 다만, S 팀장의 답변이 회사 전체의 답변이었을지, S 팀장 혼자만의 답변이었을지, 관리직만의 답변이었을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