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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n 23. 2024

54 - T 과장 면담 1

의미는 너가 찾는 것

 어느덧 입사한 지 6개월차, 그도 이런저런 일로 나름 바쁘다. 출근하면 신문을 세팅하고, 기사를 공유하고, 커피 머신과 제빙기를 닦는다. 책상에 쌓여있는 전염병 전표들을 처리하다가, 가끔씩 마우스나 키보드가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으면 창고에서 꺼내어 가져다준다. 이외에 가끔씩 상사들이 요청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얼마 전부터는 영업부장의 골프장 예약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기들 중에 가장 바쁘고, 동기들 중 가장 유명하다. 당연하다. 사업부 직원들의 민원 처리를 맡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불안감이 계속 번진다. 이게 맞는 걸까.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상사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여느 때와 같이 점심을 먹고, T 과장이 그에게 묻는다.

  T 과장 : 산책 갈 건데, 같이 갈래?

  그 : (기다렸다는 듯) 네!


 T 과장은 이 회사가 첫 회사로, 모르긴 몰라도 10년 넘게 다닌 인물이다. T 과장은 자신만의 산책 루트가 있다.


  T 과장 : 이쪽으로 돌자. 나는 여기로 가서 크게 돌거든.

  그 : 네!

  T 과장 : 요즘 어떻니.

  그 : 좋습니다.

  T 과장 : 그래.



 그는 물어볼 것이 아주 많다.


  그 : 과장님, 과장님은 어떻게 입사하셨나요?

  T 과장 : 나? 별 것 없어. 군대 갔다가 제대하고,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지. 원래는 해외를 나가보려고 했어. 그래서 별로 원서도 많이 안 넣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붙어버린 거야. 그래서 다니게 됐네.

  그 : 원래는 관리팀이셨다고 들었습니다.

  T 과장 : 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재무였어. 거기서 일 좀 하다가, 지금 S 팀장님께서 같이 일해보자고 하셔서 사업부로 내려왔지.

  그 : 어디가 더 나으신가요?

  T 과장 :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르지. 위에 관리팀 분위기가 더 힘들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냥 그랬어. 사업부가 더 자유롭긴 하지만.


 한번 물꼬를 트자, T 과장은 군대 / 결혼 / 집 마련 등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리스크나 불확실성을 많이 감수한 다이나믹한 스토리는 아니었으나, 책임감 있는 가장의 묵직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궁금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직무다. 


  그 : 과장님께서는,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어떠신가요?

  T 과장 : 지금 하는 일? 왜?

  그 : 조심스럽습니다만, 성과가 잘 안 보여서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꽤 직설적이다)

  T 과장 : 음...



  T 과장 :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팀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들이야. 우리 팀은 재무도 배울 수 있고, 자금도 배울 수 있고, 사업관리도 배울 수 있고, 인사총무도, 기획 업무도 배울 수 있어.

 사실 얼굴이 너는 자금 업무도 이미 해봤어. 저번에 했던 자금집행 업무가 그거야. 나랑 U가 외화 업무도 맡고 있는데, 그것도 앞으로 너한테 알려줄 거야. 그러면 너는 재무, 자금 한 싸이클 전체를 다 배울 수 있는 거야. 인사총무는 지금 계속 경험하고 있고.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매출이랑 매입 업무 배우면서 기획도 배우게 될 거야.

  그 :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자급집행 업무는 한두 달 만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T 과장 : 우리 팀이 없으면, 영업이랑 기술 있어도 소용이 없어. 그래서 영업이랑 기술에서도 우리 팀을 다들 인정해 주잖아. 다른 회사에 비하면 되게 많이 알아주는 편이야.

  그 : 그런가요?

  T 과장 : 그럼.

 

  T 과장 : 이직할 때도 훨씬 유리해. 기술이랑 영업은 이직할 때 업계가 제한되는데, 우리는 안 그래. 인사, 총무, 재무, 구매, 기획은 어느 업계든 어느 회사든 다 있잖아. 어디로든 이직할 수 있는 거지.

... ...



 T 과장은 그에게, 사업지원팀이 하는 일과 의미를 설명한다. S 팀장이 이전에 해주었던 이야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다만, 이 설명이 그에게 얼마나 와닿았는지는 미지수다. 


 직무 이야기와 더불어, T 과장은 그의 입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한다. 그에게는 원래 듣고자 했던 직무 이야기보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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