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잖아
아주 작은 생각을 했다.
'나는 뭘 해야 할까?'
그리고 조금만 덜 작은 생각을 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지?'
결혼한 지 12년이 넘어가면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편과 아이들이 연명해갈 수 있을 요리 실력의 식사, 시간에 맞춰 출근과 등교 준비, 계절에 맞게 생존을 위한 옷가지를 서랍에 정리하기, 쾌적한 기분과 위생을 위한 갖가지 빨래 등등..
이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살아갈 준비태세(?)였다.
결혼 전 나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었다.
어린 패기에 나는 결혼하면 멋진 집에서 부(富)를 누리며 나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줄 전문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모자란 자만이었지만..
그렇게 끝없는 상상을 했던 내가 지금은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며 누구나 말하는 '서민'의 삶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다행히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남편의 감사한 월급과 눈에 넣으면 아프겠지만 내 목숨보다도 사랑하는 토끼 같은 자식들 덕분에 울고 웃으며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왜 더 잘나지 못할까라고 생각하는 절망에 어둠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짧고도 긴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런 '안정적인' 인생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진다.
잘 살고 있고, 잘 살 것이다.
숨 막히는 인생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