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커피에 와 있다. 오랫동안 미뤄둔 글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쓰고 싶지만 에너지를 다해 쓰지 못하는 글들. 스스로에게 성의를 보이고 싶다는 핑계로 계속 기한을 연장시켜 온 글. 오늘도 못 끝낼지도 모른다.
메가커피는 ‘0000번 님,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0000번, 주문하신 것. 준비되었습니다’ 이런다. 그게 항상 거슬리고 흥미롭기도 했다. 왜 대체 ‘것’이라고 지칭하도록 프로그래밍했을까? 내가 예전에 일했던 카페 매니저님도 고객님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했다. 솔직히 좀 어리숙해 보이는 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서브할 때는 정확한 메뉴명을 지칭하곤 했다. 요즘은 모로 가든 손님이 주문만 제대로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메가커피의 오더 콜은 여전히 신경 쓰인다.
메가커피와 같은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는 당연하게도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이 많이 온다. 가격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가 있는 메가커피에는 남, 녀, 노, 소가 정말 다 있다. 나와 같은 카공족 남자도 한 명 있고, 가족 단위로 오신 분도 있고, 그래서 아기도 있고 노인분들도 있다. 메가커피랑 빽다방은 유독 노년 남성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다. 그들은 카페에 와서 ‘따뜻한 커피’를 시킬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딸기 스무디’를 시키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이분들은 깔끔한 재킷과 중절모를 쓰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나는 후줄근하게 카페에 앉아있을 때가 많다.
메가커피의 좋은 점은 아침에 밥은 먹기 싫고 허기는 질 때 간단히 먹을 메뉴가 많다는 점이다. 메가커피의 키오스크 앞에 서면 손흥민이 다양한 메뉴가 ‘메가 급’으로 많다나, 아무튼 그러면서 주문을 받는다. 월드 클래스 스포츠 스타가 받아주는 주문이라니. 무심하게 커피 칸을 고르고, 잠시 헤맨다. 그러곤 메가커피의 키오스크는 라떼 탭을 따로 선택해야 하고, 핫 음료와 아이스 음료 옵션이 개별 메뉴로 분리되어 있너 주문 실수가 잦다는 것도 기억해 낸다. 솔직히 메가커피의 커피는 좋아하지는 않는다. 라떼 스팀도 대개는 엉망이고 바닐라 시럽도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충 연유라떼를 주문한다. 그리고 디저트. 나는 감자빵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버터 빵을 사용한 토스트 따위가 눈에 들어와 그런 것들을 주문한다.
메가커피의 그다지 좋지 않은 점은 빵이 너무 뜨겁다는 것이다. 메가커피는 오븐을 사용한다. 그래서 빵 종류는 대개 7분 이상 소요된다고 생각하고 주문해야 한다. 오븐을 사용하면 더 맛있지 않냐고? 꼭 그런 건 아니다. 항상 과하게 열을 받아 뜨거운 빵을 성급하게 한 입 먹었다가 혀를 덴다. 빵도 대개는 습기와 열 때문에 눅눅하고 척척하다. 하지만 희한하게 만족스러운 맛이다. 크게 반을 가른다. 조각들을 또 반으로 가른다. 그러면 벌써 빵은 뭉개진다. 그럼 소스와 햄과 계란이 뒤섞인 혼돈의 상태를 포크로 잘 정리해서 내 입으로 흡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