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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 Mar 24. 2022

코로나 시대엔 미니멀리스트가 패배했다고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역대급 역병이 돌고 있다. 2년 넘게 거의 외출도 자제하며 조심을 거듭했지만 결국 우리 가족도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전염병이 돌면 사람들은 사재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좀 덜한데 외국인들은 그렇게 휴지를 쟁인다고… 요즘엔 물가가 치솟아 또 이것저것 미리 사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말했던가.

코로나 시대엔 미니멀리스트가 패배했다고...


코로나 시대에 집에 별다른 물건을 사재기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살았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말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실제로 코로나에 모두 확진되었다. 당장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병간호하는데 꼬박 하루를 보냈다. 그런 다음 일주일 동안의 격리생활을 잘 보내기 위해서 냉장고를 들여다보았다. 식재료는 충분해 보였다.


남편과 아이가 잘 먹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식사를 차리려고 했다. 가족들은 적당히 고기도 먹고,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으므로 나 혼자 식사할 때와는 다르다. 다행스럽게 저번에 시댁에서 받아온 곰탕과 생선류는 냉동 보관되어 있다. 감자 하나를 감자볶음에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대신 집에 고구마가 있으니 감자는 더 살 필요가 없을 듯하다. 자동적으로 집에 있는 식재료가 하나둘씩 소진된다. 오히려 냉파가 자동으로 진행되니 일석이조다.


쓱배송도 주문했다. 이럴 땐 인터넷 쇼핑이 큰 도움이 된다며 감사하는 마음마저 든다. 계란, 두부, 과자, 고기 등 식량을 채워 넣었다. 휴지, 비누, 치약 등 생필품은 넉넉하다. 떨어지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얼마든지 금방 배송된다.











마트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쇼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 구경을 갔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없는 것이 없구나! 1+1과 2+1은 물론이고 세일이라며 구매를 부추긴다. 카드 할인, 멤버십 할인, 삼겹살데이, 화이트데이 등등 행사도 많다. 매장이 너무 넓어 조금만 둘러보는데도 다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상하게 마트만 가면 살 물건도 아닌데 하나 더 집어오게 된다. 마트에 가면 ‘뭘 더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음식을 가득 담아 왔는데도 막상 요리할 것이 없었다. 몸에 좋은 식재료라기보다 공산품이 대부분 인다. 유제품, 과자, 라면이 주를 이룬다. 마트에 가서 물건 사면 충동구매가 많고 필요한 것만 사는 것 같아도 한두 개는 꼭 후회하는 물품이 섞여 있다.


나는 일부러 대형마트에 가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특히 가족과 함께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사람인 남편과 아이는 마트에 가면 신이 난다. 내가 살 물건은 카레와 설탕뿐이었으나 카트에 가득 담은 간식거리로 20만 원은 금세 넘기게 되는 것을 보고 기함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장난감도 하나 얹어 주길 기대한다. 평소 아이를 편의점이나 문구점에 잘 데려가지 않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에 아이에게도 하나 고르라고 하는데...


먹는 것뿐 아니라 마트에 전자제품도 잘 전시되어 있다. 구경하면 또 사고 싶어 진다. 신형 휴대폰도, 비싼 드라이기도 만져 보니 때깔이 좋다. 나는 살 물건이 있다면 필요한 물건만 사고 마트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나는 마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


돈도 물론 아깝다. 마트 한 번 갈 때마다 2~30만 원은 그냥 나간다. 살 물건만 사고 마트 밖으로 나왔다면 2~3만 원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마트를 구경하면서 호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신상 과자도 세일 상품에도 그다지 관심이 안 간다. 식재료를 채워 냉장고와 집안의 공간이 가득 차는 것이 싫다.


나는 집 근처에 야채가게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대형슈퍼마켓도 있는 복 받은 사람이다. 작은 가게에 다닐 때도 원칙은 그대로다. 살 것만 사고 빠르게 나온다. 버리는 것이 없이 살기 위해 적당한 양만 사면 된다. 마트는 늘 그 자리에 있고 세일은 매일 한다. 그러니 미리 물건을 사놓을 필요가 없다.







가진 것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릴 수 없다는 점은 불편하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성향 탓이지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집에 물건을 쟁이지 않아서 불편한 점은 없다. 오히려 집에 있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집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하니 오히려 집을 더 알아가게 된다. 힘이 들면 배달음식 찬스도 있다.


나는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사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한다. 물건이 많으면 어떤 물건이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여 잘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필요한 양만 사면 된다.


우리 집에 여분의 것들은 마스크나 주로 생필품들이다.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때 구입하는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가족들이 사용하는 용품들도 따로 있고, 어느 정도의 여분을 갖추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항상 쓰는 물건은 2개씩 묶음으로 세일 기간에 구입하기도 한다. 어차피 계속 사용하는 것에까지 지나치게 양을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격리생활을 하는 동안 전혀 패배감이 들지 않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갑갑하기는 하지만 갑자기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느낀 점이 있다면 가진 것을 더욱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물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해서 쓸 수 있을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바로 채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느낀 바로는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불리한 점은 없다.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에 산다고 해서 남들만큼 따라 살 필요가 없다. 소비를 자랑하기보다는 아껴 쓰고 검소하게 사는 태도가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원인이 되었다. 앞으로 기후재앙이 가져올 위험은 더욱 엄청나다.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물건을 사재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고 소비를 지양함으로써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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