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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Sep 12. 2024

필요한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거잖아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물건만 소유하면서 살기가 힘들다. 아마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금욕을 수행 중인 종교인이나 아예 수중에 돈이 없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어마어마한 광고를 접하면서 살아간다. 하나의 제품을 검색하더라도 알고리즘을 통해 스마트폰과 노트북 화면에 계속 비슷한 상품들이 노출되어 나의 이목을 끈다. 



필요한 것과 사고 싶은 것

 

 견물생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물건을 보면 사고 싶지 않았던 물건도 사고 싶어 진다.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 당면과 케첩을 사러 마트에 온 가족이 함께 갔다가 무수한 과자와 초밥 등을 가득 사 온 뼈아픈 경험이 있다. 얼마 전 기프티콘을 상품권으로 교환하기 위해 집 근처 창고형 마트에 갔다. 혼자 갔지만 유혹은 어마어마했다. 다행히 키오스크에서 상품권만 교환해서 나왔다. 양장피와 베이글도 마다하고 빠른 걸음으로 탈출했다. 


 정말 필요한 것과 그냥 갖고 싶은 것을 구별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당장 사고 싶은 물건을 살 때는 수많은 이유를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충동구매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플 때 마트에 가는 행위, 친구들끼리 우르르 아이쇼핑을 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내 기분을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한 경우에 급하게 물건을 구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많다. 시간이 좀 지나야 필요성이 선명해진다.





그냥 좀 살 수도 있지

 

 그냥 좀 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의식적인 소비 때문에 필요가 없는 물건을 너무 많이 구입하고 후회한 적이 많다. 돈을 쓰는 행위는 기쁨을 주지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쾌락이다. 물건을 주문해서 택배 상자를 뜯는 순간까지 가장 설레는 경험을 한다. 딱 거기까지다.


 나는 그동안 거의 매일 지출을 했다. 신경 써서 소비를 기록해 보니 무지출인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 지출 목록은 상당히 다양한데 기본적인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데 쓴 것이다. 요즘엔 소비단식을 결심했기 때문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지만 지난달에만 해도 편의점과 음식 배달에도 돈을 여러 번 지출했고 어제는 핫딜로 뜬 양말을 구매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은 충분하고 양말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천천히 구입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더없이 소비에 신중해졌다. 가장 큰 절약은 무지출이다. 지출하지 않으면 0원이라는 사실이 핵심인 것 같다. 물건을 산더미처럼 비우고 나면 물건을 사는 것에 상당히 신중해진다. 물건을 버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자괴감마저 몰려온다. 하지만 일종의 깨달음에 가까운 것이었다. 소비하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이 된다. 그냥 사는 일은 없다. 쇼핑앱을 보다가 SNS를 구경하다가 충동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물건을 구입할 때 이유가 충분해야 살 수 있다.


 나는 휴대폰 메모장에 쇼핑목록을 작성한다. 떨어지는 식재료가 생기거나 사야 할 물품을 메모해 두는 것이다. 사야 할 품목이 어느 정도 모이면 쇼핑하는 식으로 며칠 뜸을 들인다. 단순하게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조금은 참았다가 산다. 즉시 사고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화장품을 마구 지르거나 배가 고파 식품을 넘치도록 사는 일이 많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 사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타오른다. 사야 할 물건만 한숨 고르고 천천히 구입한다. 꼭 사야 되지 않는 물건도 많기 때문에 잘 따져보고 산다.


 밖에서 생수를 사 먹지 않고 집에서 물을 텀블러에 담아 다닌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소진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는다. 물건들은 끝까지 사용하고 재구매할지 판단한다. 사지 않는 습관을 기르면 돈이 절약된다. 정말 놀랍도록 경제적인 습관이다.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꾸미는 것 등등 모든 것을 줄여야 지구가 숨을 쉴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결핍보다는 과잉이 문제가 되었다. 사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사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보고 산다. 그리고 웬만하면 사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았다.





조심스러운 소비

 

 조심스러운 소비가 필요한 이유는 나의 소비가 내 주변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내가 새로 산 물건이 좋아 보이면 따라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식이다. 실제로 마음에 드는 가습기를 구입했는데 우리 집에 방문했던 부모님이 관심을 가졌고 같은 가습기를 부모님 댁에 사드린 적이 있다. 가습기뿐만이 아니다. 옷, 신발, 가방 등도 좋아 보인다고 하면 잘 쓰던 것도 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처음부터 아예 두 개를 사서 주어야 할 지경이다. 같이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나의 소비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는 데 돈을 헤프게 쓴다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고가의 물건을 사는 것에도 신중을 기한다. 그 예로 자동차의 경우 새 차를 뽑아 타는 순간부터 그 금액은 감가상각을 통해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 꼭 필요한 쓰임이 있는 물건은 빨리 사는 것이 더 이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싼 가방이나 주얼리 등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소위 말하는 품위유지비와 코르셋에서 벗어나는 것은 훨씬 편하고 행복한 일이다. 남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낀 돈은 내가 필요한 때에 잘 쓸 수 있다. 소비를 할 때마다 이것이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따지는 행위도 이제 당연한 절차인 것 같다. 쓸모도 없는 물건을 사서 후회하고 버리는 데 돈을 쓰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도록 소비에는 좀 더 꼼꼼하게 신경 쓴다. 사실 대부분은 그저 갖고 싶을 뿐이지 필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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