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이 Sep 10. 2024

선물이 사라지면 좋겠어




나는 선물이 싫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꼭 좋지만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선물은 할 때도 받을 때도 부담스러운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것을 받았을 때는 아주 행복할 것이다. 받고 싶은 것을 미리 말해서 받는 경우를 제외한 선물은 나에게 있어 부담스러운 선물이다.




기분 좋은 선물도 있지만




 선물을 주고 행복했던 기억도 있다. 몇 날 며칠을 사고 싶던 물건을 검색하던 가족에게 용돈을 모아 선물했다. 너무도 간절해 보였고 나에게는 마침 돈이 모여 있었다. 이런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만족스러운 것이다. 




 “네가 즐겨 입는 검정 바지, 그거 어디서 샀어?” 얼마 전 엄마가 슬쩍 물었다. 내가 여름이면 즐겨 입는 마바지가 있는데 눈여겨 보았던 모양이다. 5만 원도 하지 않는 바지인데 모양도 적당하고 시원해 보인다며 사고 싶다고 했다. 판매하는 곳이 어디였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보세옷인데 괜히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니 비싸지도 않은 그 바지가 좀 있어(?) 보였지만 기꺼이 엄마에게 드렸다. 엄마는 득템해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런 나눔이 기쁜 선물이 되기도 한다. 받는 쪽에서는 원했던 것이었고, 주는 쪽에서는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선물의 기능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선물을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이 생겼다. 집안 어른들도 사실 현금받는 것을 제일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지만, 직접 찾아 뵐 때는 현금 말고도 왠지 빈손으로 가기가 좀 그래서 선물을 마련하게 된다. 그렇게 이것저것 챙기면 차비까지 해서 돈 50은 우습게 빠져나간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




 그나마 선물을 줄 때 포장은 하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는 깔끔한 쇼핑백에 넣어서 준다. 정말 격식을 차려야 하는 선물이라면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포장해서 준 적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므로 포장까지 해서 쓰레기를 늘리고 싶진 않다.

내가 받았던 기분 좋은 선물도 있었다. 이사를 한 아랫집에 인사를 하러 갔었다. 몇 시간 후에 환영한다는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받았다. 나는 꽃을 좋아하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꽃의 종류도 아니었지만 눈물이 날 만큼 기쁜 선물이었다. 옆집에서 직접 재배했다고 나눠 준 상추도 정말 고마운 선물이었다. 진심이 전해지는 선물을 받으면 행복해진다.










받는 것이 곤욕스럽다



 

 선물은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선물을 받을 때도 힘든 경우가 있다. 날 위해 마련한 것이라니 이 선물을 고르면서 내 생각을 했을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필요 없는 것을 받으면 돈이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이 명절 때마다 받아오는 선물세트도 부담이 된다. (네, 그냥 현금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주로 햄, 참치, 샴푸 등등의 선물세트다. 선물세트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너무 포장이 과하기 때문이다. 내용물보다 포장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냥 구색을 맞추는 것이어서 질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이 많다. 요즘엔 곧바로 당*마켓에 올라온다는 이 명절선물세트들이 없어지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새것이 아닌 것은 주는 경우는 더욱 조심스럽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필요가 없는데 마지못해 받아온 경우가 있다. 어른이 주실 때가 제일 난감한데 상대방은 매우 인심을 쓰듯이 물건을 건넨다. 내가 주로 들은 말은 ‘원래 가격이 비싼 것’이라는 이야기다. 쓰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버리기는 아깝고 남에게 주면서 생색은 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고의 물건을 줄 때는 신중하게 생각한다. 내게 달라고 하기 전에는 먼저 물건을 건넬 일은 없을 것이다.




주지도 받지도 말자



 성의표시를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만 받고 그냥 입을 싹 닦는 것도 문제다. 나는 신세 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혼자서 잘하려고 해도 인간은 사회적으로 서로 얽혀 있다. 내가 아닌 가족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마움을 표시할 때가 분명 존재한다.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는 나도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에도 상냥하게 대하고 친절한 태도로 마음의 선물을 전달할 수 있다. 경제적인 상황이 허락되는 선에서 성의 표시를 한다고 하면 더 좋을 수도 있다. 나는 생일이나 기념할 만한 일, 감사한 일에 주로 상품권을 준비한다. 상대방의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그 상품권으로 직접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직접 필요한 것을 묻는다. 상대방이 받았을 때 가장 행복할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생일에 가족들에게는 현금을 받는다. 생일 즈음하여 나에게 줄 선물이 무엇인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즉시 사고 아니면 저축해 두었다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산다. 고가의 물건이라면 생일선물로 받은 현금과 내가 모아둔 돈을 합쳐서 사기도 한다. 북리더기를 받고 싶다고 말해서 즉시 사 온 적도 있다. 가족이 아닌 지인에게는 주로 상품권이나 교환권을 받는 듯하다. 




 나부터 쓸모없고 부담되는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 습관을 기를 것이다. 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다. 선물이라는 것은 받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누군가 나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면 처음엔 정중히 거절을 하는 편이다. 거절이 통하지 않으며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묻는다면 저렴한 교환권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선물, 너무 고가의 선물,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선물, 향수같이 특정 취향이 확고한 선물 등은 선물로 주고받기를 피한다. 남에게 물건을 주고 나의 부를 과시하는 것은 진정한 선물이 아니다.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그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부담만 주는 선물은 사라지는 것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안일을 대하는 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