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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Sep 03. 2024

집안일을 대하는 태도



 우리 집은 3인 가구이다. 집안일이라는 것은 열심히 하는데 티가 나지 않고 하지 않으면 금세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이런 집안일은 귀찮고 하기 싫은 존재가 되기 쉽다. 특히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집안일까지 하기에 너무 피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는 날이나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 집안일이 밀리고 쌓이면 내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집이 불편한 장소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집안일을 한다.




 일을 하면서 혹은 가족을 돌보면서 집안일을 잘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예전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서 집안일은 대충 끝내거나 뒤로 미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집안일을 할 때마다 억울했다. 경제적인 보상도 받지 못하는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것에 항상 불만이었다. 하지만 남 탓을 하는 것보다 내가 변하는 것이 빨랐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하자 집안일에 덤덤해졌다.




 



 나는 집안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었다. 먼저 단순한 마음으로 집안일에 임한다. 집안일을 할 때마다 곤욕스러워지는 것이 싫었다. 이왕 해야 할 것이고 매일 해야 하는 것이기에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집안일을 할 때마다 왜 기분이 상하는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다. 양이 많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집안일 이외의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어서 속이 상하는 것이었다. 건강도 좋지 않아 쉽게 피로해지는 몸을 이끌고 방대한 집안일을 하려고 하니 힘이 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요리와 설거지, 빨래는 매일 하는 일이다. 혼자서 해결한다면 훨씬 간단한 문제이지만 챙겨야 할 가족이 있으므로 식사는 하루 2~3끼를 꼬박 차리고 치워야 했다. 빨래도 건조대에 널기와 개기, 건조기에서 꺼내어 개기와 같이 빨랫감에 따라 다르게 처리해야 한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에 마음이 내킬 때마다 하는 집안일이 추가되었다. 이불 빨래나 행주 삶기는 내가 좋아하는 집안일이다. 집안에 퍼지는 세제 냄새가 좋다. 어떤 날에는 현관 바닥을 닦는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날에는 속이 시원하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분량을 나누어서 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집안일을 미니멀하게 한다. 거실 바닥, 책상과 식탁 위, 선반 위에 물건이 올려져 있으면 청소하는 것이 힘들다. 청소기를 밀고 먼지 제거를 할 때마다 물건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최대한 물건을 없애고 공간이 비어 있어야 청소가 쉬워진다. 따로 수납공간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공간은 비어 있는 그대로가 좋다.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식사를 차리는 것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 요리를 하기보다는 메인요리 하나를 매번 준비하려고 한다.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요리가 가장 쉽고 간단하다. 요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는 나는 샐러드 한 접시가 항상 식탁에 오른다. 양배추나 쌈 채소에 오이나 방울토마토 등을 올리고 올리브유, 후추, 발사믹 식초만 둘러도 맛있게 먹는다. 야채를 듬뿍 넣은 볶음밥, 짜장밥, 카레라이스 등의 요리는 설거지하기도 편리하다. 내 기준에서 매번 식사 때마다 여러 가지 요리를 차리기는 힘들다. 한 가지 요리를 정해 집중하면 가족들도 같은 음식을 매번 먹지 않아서 지겨워하지 않는다. 




 집안일을 며칠 손 놓고 있어도 티가 나지 않아야 한다. 내 몸이 좋지 않거나 가족의 병간호를 할 때 집안을 신경 쓰기 힘들다. 우리 가족은 유난히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일주일에서 열흘 병원에 입원하여 집을 비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에 말끔한 상태가 유지된 집은 며칠씩 비우더라도 엉망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집에 누가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당황할 일은 아니다. 먼지 한 톨 나오지 않는 깔끔한 상태는 아니지만 집에 온 손님들은 모두 집이 아주 깨끗하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 구석구석 매일 쓸고 닦아서 깨끗한 것보다는 물건이 많이 없고 물건이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어서 어지럽지 않다. 








나는 집안일을 그냥 한다



 

 집안일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알아서 잘하기로 했다. 살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집안일의 종류와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를 것이다. 집안일은 아주 쉽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집안일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만큼 집안일은 방대하고 끝이 없다. ‘먼지가 많다’, ‘바닥이 더러우니 청소를 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발끈한다.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내게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바라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슨 일이든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집안일도 마지못해서 하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집안일을 하다 보면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상태가 유지된다. 나의 가족들은 나에게 집안일을 강요할 만큼 까다롭지 않다. 내가 미리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집안일을 그냥 한다. 그냥 하기로 했다.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 알아서 매일 한다. 그래야지만 우리 집이 조화롭게 잘 굴러간다. 계획을 세우고 거창하게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예전에는 잊어버릴까 봐 매달, 혹은 절기마다 기간을 정해서 하는 집안일도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침구 세탁을 한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눈에 띄거나 하고 싶을 때 집안일을 하고 있다. 갑자기 걸레질을 하고 싶으면 바닥을 닦고, 정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나누어서 조금씩 티도 안 나게 집안일을 한다. 하지만 집안은 차츰 말끔해진다. 




 잘하려는 마음은 없다. 그냥 하면 조금은 만족스럽고 그럭저럭 잘 유지된다. 그러다 보니 차츰 더 나아지고 마음에 든다. 살림을 그냥 하다 보면 부담도 덜고 홀가분해지기까지 하다. 나에게 있어 집안일은 내가 집에서 더욱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요소이다. 애쓰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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