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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ug 29. 2024

도전! 사지 않습니다





나는 최근에 집안 경제에 많은 고민이 생겼다. 3인 가족 중에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고 갈수록 지출이 많아질 것이며 나이가 들고 있으니 노후대비도 해야 한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필수 지출비용이 늘어나자 소비를 줄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돈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쓴 내역을 기록하는 행위일 뿐이었다. 모든 일은 스스로 깨닫고 행해야 열심히 한다. 나 자신을 자극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절약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었다. 이미 소비와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을 수없이 읽었지만 여전히 나는 어리석은 소비생활을 하고 있었고 책을 통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또 물건이 너무 많아 과잉으로 살아가는 아이러니 속에서 벗어날 것을 결심했다.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도 유혹은 매번 찾아왔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가 삭제하고 결제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사과가 6개 정도 남아 있고, 냉동 블루베리가 있는데 자두를 또 사고 싶지만 참고 결제하지 않았다. 세일을 한다는 대형마트 장바구니에 9만 원이 넘는 식재료를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냉장고 속의 재료들을 더 많이 소진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기로 하고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냉장고 속에는 먹거리가 많다.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아니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점도 많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배달음식은 생활비가 아니라 가족들 각자 용돈으로 해결하고,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생활비로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아직은 젤리나 과자, 초콜릿 등이 남아 있지만 어차피 몸에 좋지도 않은 간식거리를 줄인다면 살도 빼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원래 눈에 보이면 먹는 법이다. 




시원하게 즐기던 탄산수와 제로 콜라도 사지 않았다. 김치냉장고에 가득 채워 두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없으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재활용할 때마다 너무 큰 부피를 차지해서 불편했고, 속도 더부룩해서 끊어 보기로 결심했다. 냉장고에 일렬로 세팅해 두면 하루에 3,4캔도 마셨지만 더 이상 사지 않으니 또 없는 대로 잘 살고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되는 거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스마트폰 액정 속에 있고 그 마트는 문을 닫지 않는다.” <넥스트밸류, 신한카드빅데이터연구소>






이미 너무 많다




한동안 집안 물건을 다 끄집어내어 비우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물건이 차고 넘친다. 많아도 너무 많다. 나는 이토록 많은 물건들을 언제 이렇게 정성스럽게 수집했단 말인가. 쓰러지지 않게 잘 수납하기 위해서 차곡차곡 잘도 쌓아놓았다. 구석구석 빈틈없이 끼워두고 겹쳐두었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짓수가 너무도 많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모두 쓰임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나는 거의 매일 소비를 하며 지냈다. 하루는 핫딜에 올라온 휴지를 사고,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주문하고, 임박딜이라고 올라온 10개 묶음 파스타면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이미 집에도 있는 것들이다. 없어서 산 것이 아니라 할인을 한다는 소식에 충동적으로 구입하거나 쟁여놓는 습관 때문이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품들을 꺼내서 살펴보니 종류도 양도 너무 많았다.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더 구입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인다. 




사지 않는 결심을 하고 일단은 식품을 제외한 다른 곳에 돈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식비도 감자, 쌀, 양배추 등 공산품이 아닌 식재료들만 구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체험상품에 약하다. 며칠 전에 저렴한 가격에 소량으로 체험해 볼 두유와 맥주를 사는 데 돈을 지출하고 말았다. 이렇게 나의 소비를 들여다보니 내가 전혀 사려고 하지 않았던 체험상품을 사면서 지출을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고쳐보려 한다.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식재료들은 기한 안에 먹어야 하는 것들이니 제때 잘 먹어야 한다. 기한이 지난 제품은 살펴보아 먹지 못하는 것들은 버려야 했다. 냉동실도 천년만년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냉동식품을 더 보관하고 싶어 냉동고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먹을 만큼만 구입해야 한다. 맛있다고 너무 많은 양을 사면 질려서 먹는 것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엔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냉장고 밖에도 쌓아놓고 먹지 않는 음식들이 있어서 골칫거리가 된다. 캔 제품은 유통기한이 길다고는 하지만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과자나 김, 라면 종류는 기한 안에 먹지 않으면 기름이 찌든 냄새가 나서 버린 경우도 있었다. 쌓아두고 먹으면 묘하게 맛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이런 제품들은 많이 사놓지 않기로 다짐한다. 




생필품은 그동안 정말 신나게 비축해 두었다. 특가가 뜰 때마다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이 사놓았던 것이다. 휴지, 물티슈, 샴푸, 세제, 치약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나마 내가 구입해서 끝까지 잘 쓰는 제품은 휴지가 유일한 것 같다. 나머지 제품들은 많은 양을 구입해 두면 쓰다가 질려 버린다. 그리고 많이 준비되었다는 생각에 아껴 쓰지 않게 되어 낭비하게 된다. 샴푸를 지겹도록 쓰다가 못 견디고 청소할 때 쓴다며 방치하다가 결국 다 쓰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옷과 신발, 모자도 너무 많다. 나는 옷이 많이 없는 편이다. 꾸미는 것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져서 옷과 신발을 사는 것도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찌게 되자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들이 생기고 멀쩡한데 못 입는 옷들은 아까워서 비우지 못하고 쌓이게 되었다. 나는 정말 입는 옷 몇 벌만 돌아가면서 계속 입는다. 보통 사람들이 옷장의 20퍼센트의 옷 정도만 입는다고 하던데 아마 대부분의 옷이 그냥 쌓여 있을 것이다. 사계절 옷이 다양하게 많기도 해서 사실 옷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신발도 닳아서 신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행이라고 덩달아 구입한 것은 유행이 지나면 신기가 꺼려졌고, 값이 싸다고 대충 산 것은 불편해서 몇 번 신지도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었다. 요즘엔 발이 편한 것이 최고라서 주로 운동화와 크록스 두 켤레만 신는다. 나는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므로 패션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옷과 신발, 화장품은 최소 4개월, 올해 안에는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가족이 아닌 내 물건으로 한정한다. 굳이 내가 더 사지 않더라도 가족들의 소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된다. 이미 많이 있는 물건들은 철저히 쇼핑 목록에서 제외한다. 올해 필요한 옷(주로 운동복)과 운동화를 구입했고, 지금 가진 것들로 몇 년은 충분히 생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품은 심지어 너무 많다. 배송비 체험 상품과 신제품 할인 상품 등을 쟁여두었기에 깊이 반성하고 새로 구입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다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1년은 거뜬히 써도 될 많은 화장품들이 나를 기다린다. 




학생 때 문구를 너무 좋아해서 펜과 포스트잇, 스티커를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사용해서 덜 아깝지만 가득 쌓인 펜들을 보니 가장 먼저 돈이 아까웠다. 요즘엔 문구용품이 많이 비싸다. 형광펜을 색색별로 사고, 샤프심도 종류별로 많고, 결국 다 쓰지도 않을 것인데 왜 그렇게 많이 샀는지 후회스러웠다. 공부할 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 번씩 문구 쇼핑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배송비를 아낀다며 필요도 없는 용품을 억지로 같이 주문했으니 바구니 가득 문구제품이 쌓여 있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제품은 필사할 때 사용하는 검은 볼펜 하나이다. 멀쩡한 펜을 버릴 생각은 없다. 잘 나오는지 테스트해서 안 나오는 것은 버렸다. 볼펜 리필까지 수두룩한데 문구점에는 앞으로 갈 필요가 없는 듯하다.





나는 필요한 물건을 다 사용하여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오히려 그 양이 과해서 문제였다. 이렇게 가진 물건이 많으니 더더욱 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 당분간 과감하게 추가 소비를 하지 않고 있는 제품들을 다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지겹더라도 벌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다 사용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카드 값이 많이 나온다면서 물가 탓만 했는데 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무작정 많이 구입했던 내 잘못이 크다. 집안 경제는 어려운데 물건이 많으니 괜히 주변에 나눠 주기까지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필요한 식재료만 그때그때 소량으로 쇼핑하고 나머지 물건들을 거의 사지 않는 생활에 도전한다. 돈을 쓰고 쇼핑을 하는 것은 너무 재밌는 일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살 물건을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는 경우가 많다. 나는 돈뿐만이 아니라 쇼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끼기로 했다. 낭비되는 돈, 시간, 에너지, 공간 등을 줄이고 제대로 된 소비습관을 만들 생각이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다 사용하면서 나의 소비습관을 올바르게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일까. 먹는 것, 입는 것 등등 모든 것이 과잉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생각하니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것과 더불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잘 사용할 것이다. 무작정 사지 않고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비습관을 세워 불안한 마음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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