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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주하 Mar 16. 2024

오늘 할 일 오늘 다 하기

미래를 향해 달려가지 말고 '매일'을 살자

 유튜브에서 심채경 박사님의 영상을 보았다. 이제 뭔가 심채경 박사님 '덕후'가 될 것 같다. 심채경 님은 뭐랄까, 내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과학자와는 조금 달랐다. 성당에 가면 한 명씩 있는 '참한 언니' 같은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좀 이질감이 들었다. 그런데 상상해 보면...... 성당 기도모임에서 이런 언니를 만나 친해졌는데 직장이 우주연구소, 직업이 천문학자라고 한다고?? 맙소사 반전매력! 반하다 못해 속으론 '다음생에 엔 이런 사람이 내 언니나 엄마였으면.' 할 것 같다. (내 가정사를 생각한다면 조금 서글프다.) 실제로 유튜브 댓글창에 '남편 분이 너무 부럽다.' 류의 댓글들이 많다.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가 보다. 뭔가 포근하지만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https://youtu.be/vhLjLPb2 bsg? si=lznwtf-4 KFrfWLua

몇 개월 전, '꿈이 뭐예요.'라고 묻는 말에 잘 대답하지 못했다. 만약 오늘 다시 물어봐 준다면 심채경 박사님처럼 대답해야지.


 사실 이 짧은 문장을 방송에 나와 당당히 할 수 있으려면 갖춰야 할게 참 많다. 일단 건강해야 한다. 나는 극히 최근까지 건강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개념이 머리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내가 선출인지라 몸 어딘가가 아픈 것에 익숙해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하며 살았다. 그러다 최근 치료와 관리를 시작한 후 완전히 달라진 몸과 삶을 경험해 보았다. 관리하기 전엔 바퀴가 하나 터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았었다.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는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 싫어하는, 최소 노력을 들이고 싶은 일을 꾸역꾸역 해가며 '오늘 할 일을 다 하는 게 꿈이에요.'라고 할 수는 없겠지. 사실 이어질 말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한데...... 나는 어릴 적 전문직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직업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넘쳐흐르는 줄 알았다. 다들 여러 번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하겠노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 주변 사람들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전문직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 이 직업을 선택했냐.'라고 물었을 때 명쾌하고 애틋함이 느껴지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다른 전문직보다 내 직업의 실질적 이득이 낮다'라고 호소하기 바빴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서로서로를 부러워하는 짤(?) 같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대학에 오고 나서야 알았는데 과학자들이 자기 전공, 직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일에 있어서만 사랑을 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매 중요한 선택 때 TRUE LOVE를 추구한다. 사실 사랑이란 감정은 착취당하기 쉽게 만드는 감정이라 사랑을 추구하는 삶은 곧 크고 작은 손해를 볼 수 있는 삶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 '흑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울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들뜨지도 않아야 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CPTSD환자라 (환자라는 표현이 어색하긴 하다.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다. 환자는 병에 걸려서 그걸 고쳐야 하는 사람인데 CPTSD는 고치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내 과거와 지금 내 특성의 일부를 설명하는 말이다.) 우울할 땐 자꾸만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이걸 전문용어로 반추사고라고 한다. 그와 반대로 살짝 기분이 들뜰 땐 잘난 미래의 나를 생생하게 그려보곤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선 우울하지도 들뜨지도 않아야 한다.


 자존감도 높아야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존감이 낮으면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이 강해진다. 이것이 점점 병적으로 심해지면 자신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저는 나중에 뭐 될 거고요~ 이것도 할 거고 저것도 할 거고~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하며 거창하게 늘어놓고 그게 이미 된 것처럼 으스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르시시즘이 강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담백하게 저 말만 하려면 부족함이 가득한 지금의 나를 그 자체로 사랑해야 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하게 매일매일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 그렇게 알찬 '매일'을 모아 아쉬움 없는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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