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프로덕트를 기획해보자
원래 UNMOOR는 예술 잡지를 제작하기 위해 만난 팀이었다. 난해한 예술부터 대중 예술이 하나로 엮여 잡지에 실린다면 멋진 책이 되리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KINFOLK)가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큰 희망이 되었다) 나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가치있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탄생했다. 우리는 '주의자들'이라는 이름 아래에 예술 시리즈 잡지를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예술 사조가 낭만주의, 최소주의, 초현실주의... 처럼 '주의'로 마무리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영어 이름은 이즘(ism)이었는데, 우리의 첫 주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었다. 문체, 회화, 건축, 음식, 라이프스타일을 통틀어 미니멀리즘은 어디에나 스며들어있었고,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 작품들은 흥미로웠다. 몇 개월에 걸쳐 팀원들이 자료를 공유했지만, 아무도 이 프로젝트가 언제 나올지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초고와 디자인의 시안은 계속 다음으로 미뤄지고 있었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이 기획을 완전히 뒤엎었다. 결국 프로젝트를 뒤집고 2개월 동안 달린 덕분(?)에, 고전 속에서 찾은 꿈 이야기를 엮은 <꿈보다 해몽>도감과
https://tumblbug.com/dreaminterpret
1인가구 생활백서 <혼자서도 잘살 수 있어!> https://tumblbug.com/life_is_good
를 성공적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위의 책은 각각 20,421,500원(992명)과 17,595,000원(1302명)의 후원금액을 달성하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고,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던 앞자리의 숫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유명 독립서점과 출판사의 계약 제의도 받았으니 꽤나 성공적인 독립출판이었다. 사실 여기에는 아주 많은 원인들이 있다. 홍보, 가격, 컨셉, 글, 그림 ... 그리고 운. 그러나 지금 내가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조언은 '팔리는 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내가 살만한 책 만들기
만약 책을 만들어 소소하게 주변인과 나눠가질 생각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그러나 내가 만든 제품으로 수익을 얻고 싶다면 언제나 생각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과연 이 제품을 살까?'
초기 예술 잡지 기획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소망과 가치는 담겼지만, 구매력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사도록 설득할 물건'을 만드는 것 보다 '살만한 물건'을 만드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가장 첫번째로 던져야 할 질문은 나는, 우리 팀은, 더 나아가 나의 지인은 이 제품을 살지 묻는 것이다. 만약 에세이를 내기로 결정했다면, 나의 에세이가 지금 수 많은 출판사에서 앞다투어 내고 있는 에세이집보다 왜 더 특별하고 소장가치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이 물건을 나에게 사라고 한다면 나는 살까? 대기업의 물건으로 떠나버릴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기획하는 책은 상품성이 있는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
타겟 고객 설정하기
위의 책을 구경하고 온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였으면 저 책 안사겠는데?' 맞다. 사실 우리는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누군가를 만족시켜 매출을 만들 수는 있다. 책이 팔릴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어디에 판매할지 고민해야 한다. UNMOOR는 텀블벅에서 책을 판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주요 확인 대상은 텀블벅이었다. 텀블벅에서 특정 금액과 후원자 수를 넘은 모든 프로젝트를 확인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준을 세워놓은 후 이를 충족하는 프로젝트의 공통점을 일괄적으로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없어도 고객을 분석하는 일은 가능하다. 만약 텀블벅에서 독립 출판을 시도한다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소재와 책의 성격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러스트, 글의 성격과 느낌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나열하다보면 특징적인 성격들을 확인할 수 있다. 큰 주제를 정해놓은 뒤, 매력적인 키워드를 덧붙이며 컨셉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다루려고 한다) 단,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다.
1. 후원자 수 확인하기: 모금 총액이 아니라 후원자 수를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 첫 프로젝트라면 더욱이 그렇게 하자.
2. 날짜 확인하기: 너무 오래전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말 것. 잘못하면 이미 지나간 트렌드를 반영하게 된다.
3. 창작자 정보 확인하기: 창작자가 인플루언서인 경우 프로젝트의 성격과 관계없이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정말 참고만 하자.
나 또한 가장 훌륭한 마케팅은 나만이 발견한 가치와 트렌드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자본과 규모 없이는 쉽지 않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힘을 길러보자. 트렌드와 취향을 읽어내는 일은 어려워보이지만, 약간의 노력을 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특별한 사람의 기막힌 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와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고민하고 반영하는 일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