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기획의 중요성
세상에는 같은 물건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수 많은 비슷한 물건들 사이에서 무엇을 살지 선택한다. 새로 출시한 제품이 기존 제품과 유사해보인다면? 굳이 손을 뻗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도전정신이 강하지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차별화 전략은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수 마케팅이다. 생수는 비슷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생수를 기억한다. 라벨을 뗀 친환경 생수, 제주도의 청정함을 브랜딩 이미로 끌고 온 생수, 해외 셀럽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생수... 수 많은 경쟁사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특정한 이미지로 소비하게끔 유도하고,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관으로 스며들어 물을 산다.
그러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브랜드를 알릴 시간과 돈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차별화를 해야할까? 제품 그 자체에 주목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제품의 컨셉을 차별화하자
예전에 텀블벅을 구경하다가 인상깊게 본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중에 '책바'에서 발간된 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었다.)
에세이집은 눈에 띄기 쉽지 않다. 특별한 경험 속에서도 위로와 공감을 얻어낼 스토리를 짜여하지만, 일단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은 그다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에세이나 수필, 내가 쓴 소설은 다른 사람에게 특히 판매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위의 펀딩은 컨셉을 잘 잡았다. '우리가 술을 마시며 쓴 글'이라는 제목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술집에 방문한 사람들이 쓴 글들로 귀여운(?) 문학상 시상식을 거쳤다는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당시 펀딩의 후원자 수는 70명으로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이렇듯 꾸준한 컨셉은 지금까지 연희동 책바가 팬층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냥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문학과 함께 하는 바(Bar). 문학 속 주인공들이 마셨던 술을 공유하고, 나 또한 창조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브랜딩이 책바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차별화는 내가 아니라 소비자가 만든다
만약 내가 만드는 제품이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혼자살지도 않고, 꿈도 안 꾼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소리지 싶은 분들은 1편으로 > https://brunch.co.kr/@cherrypick/24) 어떤 제품을 판매할지 범주화했다면, 시장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UNMOOR의 상품은 책이었고, 판매처는 텀블벅이었기에 텀블벅에서 판매한 책을 대부분 확인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판매처에서만 시장조사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해몽도감을 사려는 소비자라고 상상해보자. 텀블벅에 들어갈까? 천만에 말씀. 아마 네이버에 '해몽 도감'을 검색할 것이다. 이때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는 것이 시장조사의 시작이다. 그 결과,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1. 왜 다른 해몽도감(이미 해몽으로 유명하신 분들의 책도 많다)이 아니라 우리의 해몽도감을 사야하는가?
2. 인터넷에 꿈을 검색하면 해몽이 나오는 시대에 왜 우리의 해몽도감을 사야하는가?
결국 1과 2를 벗어나기 위해 '고전'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텀블벅 구매자들이 역사와 고전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잠재적으로 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한국 역사서와 다른 나라의 역사, 민간 설화를 뒤져 인류가 꿈을 풀이한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이를 해몽 풀이서처럼 정리했다. 다른 해몽도감과 인터넷은 해몽 풀이는 알려주지만, 옛 사람들이 꿈을 풀이한 내용은 소개해주지 않는다. 우리 팀의 포인트가 여기에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의 해몽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꿈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면서, 옛 사람들은 어떨 때 이런 꿈을 꾸었는지, 이러한 꿈을 어떻게 풀이했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감이 되었다.
이렇게 컨셉을 정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고전이 포함된 꿈만 수록한다면 꿈의 종류가 적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해몽 '도감'의 가치를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결국 옛 사람들과 우리의 꿈을 연결해준다는 거대한 컨셉 속에서, 해몽 도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한국인이 자주 꾸는 꿈'과 '꿈에 대한 토막 상식', '꿈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물'도 추가적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여러 꿈을 정리해서 보고 싶은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해몽서가 아닌 우리의 책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동시에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차별화를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1. 판매처 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자.
2. 같은 제품이 아니어도, 소비자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경쟁자로 생각하자.
3. 차별화를 따르다가 대중성을 버리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4. 차별화된 지점을 간결하고 매력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5. 제품에는 컨셉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