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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호 Mar 05. 2023

성공하는 팀을 만드는 조건: 집단몰입

팀을 이끄는 여러분이 알아야 하는 집단몰입의 조건들

저의 이전 글에서 몰입을 만들기 위한 조건, 즉 몰입 촉발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몰입의 중요성과 몰입 촉발자 8가지에 대해 설명하는 꽤 긴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에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보통은 팀으로 집단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좀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이를 팀으로 다루어 해결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개인의 몰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개인도 몰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팀단위의 집단적인 몰입이 가능해야 합니다. 


심리학자인 키스 소여가 가장 먼저 집단 몰입이라는 개념을 확인했습니다. 재즈 연주자였던 소여는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고 음악이 고조될 때 의식 영역에서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밴드가 하나의 목적으로 연주를 시작할 때, 집단 전체가 합일된 의식을 가지는 정신상태를 보이는 것이죠. 디즈니 영화 '소울'에서는 재즈 연주자인 주인공이 몰입 상태에 빠졌을 때 의식이 어떻게 되는지를 흥미롭게 표현합니다. 



키스 소여는 칙센트미하이 (앞의 글에서 이미 언급했던 몰입 연구자입니다)의 지도를 받으며 이 느낌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15년이라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즉흥 재즈와 코미디, 그리고 극단의 공연에서 나타나는 집단 몰입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Saturday Night Live"와 같은 프로그램들에 콘텐츠를 제공해 온 코미디 극단인 '세컨드시티 텔레비전'과 함께 공연을 녹화해서 동영상을 프레임씩 끊어가면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소여는 찾아냈죠. 공연하는 구성원 전체가 하나로 협력하여 공연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순간들을. 즉 집단 몰입상태라고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순간들을 찾은 것입니다.


집단 몰입에 필요한 촉발자로 알려진 8가지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개인의 몰입촉발자와 겹치는 부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1. 자율성을 확보할 것


자율성은 개인의 몰입촉발자 소개에서 이미 언급되었습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은 도전과제를 자신이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단은 개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목표도 할당하지 않으며, 그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마이크로매니징 또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율성이 보장될 때 사람은 통제감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팀 안에서 통제감을 가질 때 본인이 속한 팀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죠.


2. 방해 요소를 제거하여 시간을 확보할 것


방해 요소 제거 및 시간 확보 또한 이미 개인의 몰입촉발자 소개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집단의 몰입도 다르지 않습니다.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세상과 차단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하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스마트폰 사용, SNS 확인 등도 모두 방해요소입니다. 이메일도 나중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에야 비로소 집단이 온전히 상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요? 하지만 상상해 보세요. 재즈 밴드의 연주자가 무대에서 곡을 연주하던 중에 스마트폰 알람이 울려서 이를 확인하려고 폰을 집어드는 순간, 그 연주자의 집중이 깨질 뿐 아니라 밴드 전체의 집중이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팀이 동시에 무슨 일을 완수해 내어야 할 때, 우리는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알람을 포함한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네 압니다. 긴 시간 동안 단체가 방해받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핸드폰도 확인하지 못하다니, 좀 강제적인 느낌이 있죠! 팀원들과 이에 대해 토론해 보세요! 단체로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합의하여 룰을 정하세요. 예를 들어 "공동의 목표를 정하는 회의 시간에 스마트폰은 치워두고 기록은 서기가 대신한다" 등의 룰을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을 향해야 합니다.

3.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세울 것


'명확한 목표' 또한 이미 개인의 몰입촉발자 소개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집단의 몰입이 나타나려면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을 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동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세요. 목표가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집단의 구성원 개개인이 같은 목표, 혹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목표를 향해 다 함께 움직인다고 느껴야 합니다.


두 가지를 주의하면 좋습니다. 첫 번째로, 목표가 명확하면 좋지만 지나치게 구체적일 때는 오히려 몰입 형성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선명하면서도 간단한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는 이야기죠.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목표로 세우지는 않도록 합시다. 목표가 어느 정도 열려있어야 팀원들이 창의성을 더 발휘할 여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집단 목표의 성공이 개인 목표들과도 부합하도록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어떤 팀이 집단 몰입을 통해 이기는 경우,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 모두도 역시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 팀이 승리했을 때 리더만 집중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집단몰입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죠. 어느 한 사람이 집중 조명을 받는 일이 없고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함께 조명받아야 합니다.


4. 잦은 의사소통을 권장할 것


개인의 몰입촉발자 소개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몰입촉발자가 기억나시나요? 이의 연장선으로, 집단 몰입이 이루어지려면 구성원들 사이에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정보가 잘 흘러 다니면서 서로 간의 피드백이 왕성해질 때 집단적 몰입이 나타나기 쉬운 조건이 되는 것이죠.


5. 집단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것


이미 개인의 몰입촉발자에서 소개되었듯이,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사회적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집단이 몰입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의 집단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위험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즉 팀이 실패할 경우 개인 또한 실패한다는 것이 명확해야 하죠. 팀이 져도 개인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 팀원들이 몰입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덩치가 꽤 큰 회사의 구성원으로 있으면 안정감이 들죠. 내가 잘하든 못하든 밥줄이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성과급 제도 등으로 위험을 함께 감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팀 전체가 실패할 경우 성과급이 사라지는 등의 정책을 통해 공동의 위험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구성원들 간에 집중하여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 것


팀원들 간에 집중하여 경청하는 것은 집단 몰입을 위해 아주 중요한 조건입니다. 팀원들 간에 대화가 진행될 때 '이다음에 내가 어떻게 하면 재치 있게 보일까?' 혹은 '어떻게 비난할까' 등의 생각을 일절 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반응을 내놓는 것이 진정한 경청입니다. 공감과 집중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 상태가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집단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방해요소를 없애야 하는 조건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팅에서 구성원들이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경우 집중하여 경청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미팅 등에서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토론하고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7. 정보가 평등하게 공유될 것


정보가 자유롭게 오가지 못할 때 개개인의 참여는 동등하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정보가 자유롭게 오가지 못할 때 권력의 균형이 기울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균열이 생겨 집단 몰입 상태가 깨지게 됩니다. 집단몰입을 촉진하기 위해, 팀원들에게 '나는 팀원 모두와 같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세요. 


'혹시 내가 모르는 논의가 몇몇 사람들 사이에 진행된 상태이지 않을까? 그럼 내가 내 의견이나 궁금증을 말하는 것이 바보처럼 보이거나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개개인은 참여를 망설이게 되고 집단 몰입 상태는 깨지게 됩니다.


8. 언제나 '예'라고 말할 것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호작용이든 따지고 들기보다 맞장구를 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흥 코미디의 첫 번째 원리에 기반한 촉발자로서,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얘, 화장실에 파란 코끼리가 있어"라고 말할 때 상대가 "뭔 헛소리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래? 그 녀석이 화장실 휴지를 다 써버리면 어떡하지?"라고 대답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더 흥미롭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상대방에게 "예"라고 대답할 때 상대는 말을 계속 이어갈 힘을 얻고 지금 이 순간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이런 절대적인 긍정성은 개인의 생각들을 더 많이 유도해 내며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들을 공유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집단의 총체적인 운동량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동의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연구 결과를 보면, 어떤 집단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의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에는 집단 몰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 사고 (강한 응집력을 보이는 집단에서 형성되는 왜곡되고 비합리적인 사고방식)가 형성됩니다. 그러니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동의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말에서 무언가 추가로 쌓아 올릴 것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언어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나는 방법 사라가 한 말 가운데 몇몇은 동의할 수 없지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해서 신약 개발을 하자는 발상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일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그 일이 계속 굴러가도록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야말로 몰입 상태에 올라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자 여러분이 팀을 가지고 있나요? 혹은 팀에 소속되어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팀이 더 좋은 퍼포먼스와 더 높은 만족도를 가지길 원하시나요? 집단 몰입을 시도해 보세요. 집단 몰입 촉발자들과 개인 몰입 촉발자들을 일상의 곳곳에 배치해 보세요! 각자의 환경에 맞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촉발자들을 배치하고 이를 통해 집단의 가능성을 몇 배로 끌어내는 일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은 1년 후 여러분의 팀이 폭발적인 생산성을 발휘하고 있길 바랍니다.



이 내용은 스티븐 코틀러의 '멘탈이 무기다'라는 책의 4부인 '몰입' 파트를 읽고 제 나름대로 재정리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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